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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난민법 개악반대 2. 난민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다



난민법 개악(改惡)없는 2019년!


국회 난민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일까? 




2편. 난민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다!




  작년 5월 이후, 제주 예멘 난민에게 쏠린 사회적 관심에 국회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관심을 쏟았습니다. 난민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이 쌓였습니다. 그러나 난민법 폐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정안들은 한국사회 난민의 현실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치를 완전히 외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대책 없이 내놓은 제안들은 개정(改正)안이 아니라 개악(改惡)안이라고 불릴 만 한데요. 한국에 비호를 요청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난민법의 의도와 난민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이 배제하고 삭제하고,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이 원칙이고 제한과 처벌은 예외가 되어야 하지만, 이 법안들은 난민을 늘 ‘예외의 상태’에 놓인 ‘예외적 존재’로 내몰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갇힌 난민들은 언제쯤 한국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국회 난민법 개정안의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네 편에 나누어 살펴보는 두번째 글입니다.

  

  - 1편. 어쨌든 난민은 안된다는 국회의원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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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민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다!


  난민법은 1차신청 심사를 6개월 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은 6개월에 한해서 연장될 수 있습니다. 2017년 말 기준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신청자들은 평균 7개월을 기다려 1차심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길어지는 심사기간을 줄이자는 제안들이 있습니다.


강석호 의원[각주:1]  – 1차 심사 3개월 안에, 이의심사도 3개월 안에

이언주 의원  – 1차 심사 2개월 안에, 이의심사도 2개월 안에

송석준 의원  – 1차 심사 3개월 안에, 이의심사도 3개월 안에

함진규 의원  – 행정소송 제기기간을 90일에서 60일로. 이의신청 했던 사람은 30일 내에.


  난민신청 후 생계와 의료, 자녀의 교육 등, 삶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난민신청자들입니다. 이런 와중에 1차신청과 이의신청심사, 법원 절차를 포함하여 3-4년이나 되는 총 심사기간은 고통과 불안의 시간입니다. 그러니 심사기간이 줄어들어 막막한 기다림의 시간도 줄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법 규정의 숫자 하나 바꾸어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1만건에 가까운 난민신청을 단 37명의 심사관이 심사했습니다. 심사관 한 사람이 2-300건의 심사를 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 2017년 사무소별 신청자 및 심사공무원 현황 >[각주:2] 


 

서울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보호소 

인천공항 

인천 

합게 

신청자 

 6,448

326 

409 

175 

312 

24 

21 

2,227 

9,942 

심사

공무원 

22 

1 

2 

1 

1 

2 

4 

4 

37 


  난민심사는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심사 담당자는 난민신청자의 표면적인 난민신청사유 외에도 신청자에게 박해에 대한 공포가 있게 한 사회적, 환경적 상황을 검토하고 미래의 박해위험에 대해 판단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 명의 난민신청케이스는 그 사람의 삶을 심도 있게 들여다볼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심사관이 한 해 수백건의 면접을 해야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면접은 예/아니오 식으로만 진행되기 일쑤였습니다. 부실한 면접 이후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들은 불인정통지를 받아 들고 탄식해야 했습니다.[각주:3]





[사진] 한 난민신청자의 호소 "우리의 삶을 낭비하지 말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난민 심사 공무원은 보직순환으로 전문성을 축적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키워줄 교육 역시 미비합니다. 2017년에는 스무시간의 교육 및 간담회, 이틀의 역량강화 워크숍정도가 있었고, 매년 1회 진행되는 난민심사관 양성과정도 집합교육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찍이 난민제도를 운영해온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요? 난민심사공무원과 그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전문 교육을 지원하는 유럽국가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과 노르웨이, 스위스의 난민 보호 관련업무 종사자들(주된 대상자는 난민심사 공무원)을 지원하기위해 2012년부터 유럽국제보호지원사무소(European Asylum Support Office_EASO)[각주:4]에서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각주:5]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난민심사와 보호관련 전문내용에 따라서 세분화되어있으며, 주된 업무영역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고 기본적이고 공통된 내용을 이수한 뒤에는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을 제공합니다. 또한, 난민보호와 관련된 새롭게 떠오르는 이슈를 연구하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7년에는 인신매매를 다루는 모듈을 신설하였습니다. 세분화된 내용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한국 전담 공무원들이 받는 교육 시간 보다 월등히 깁니다. 면접 기술 모듈과 판단 및 결정 모듈을 예로 들면, 각각 5일간의 e-러닝 세션, 2일간의 면대면 세션을 마치도록 되어있습니다. 


  과연 37명의 심사관만으로 심도 있는 심사가 가능하겠냐는 시민사회의 의문은 끊임없이 이어져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2018년에는 아랍출신 난민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심사공무원과 통역인이 허위로 통역, 조서를 작성한 사건이 드러나 그 동안의 난민심사에 대한 불신이 근거없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의 난민심사가 이 정도의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은 심사를 빠르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사진] 조작된 난민면접 조서 사례. 확인된 피해 사례 모두 위와 거의 동일한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짐.




  

  빠른 심사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심사절차의 제대로 된 이행, 그리고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정직하고 꼼꼼한 심사입니다. 절대적인 인력부족은 양질의 심사도, 빠른 심사도 불가능하게 합니다. 인력과 자원이 없어 난민 불인정통지사유서도 한글로만 제공되는 한국입니다. 그러니 현실적인 수준의 인력충원이 먼저여야 합니다.






2. 난민심사를 위한 사전난민심사 도입 _ 강석호의원


“난민심사기간을 단축하고 난민인정신청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한 경우 철회로 간주하는 등 난민 심사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난민 심사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임.”


 난민으로 심사할지 여부를 사전 심사해서 ‘진짜 난민’만 난민 신청하게 하겠다는 안입니다. 그런데 공항과 항만에서는 이미 이런 절차가 있다는 것, 아시나요? 문제는 이 절차가 난민신청자를 강제 송환할 수 있는 제도로 오용되는 등 난민신청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례들을 양산하여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라는 겁니다.


 전세계가 시리아를 주목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던 2015년, 한국에서는 28명의 시리아 난민이 인천공항에 갇혀 7개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난민법에 정해진대로 공항에서 ‘난민신청의 의사’는 밝혔지만 난민신청절차로의 회부를 거절 받은 난민들이 꼼짝없이 국경의 틈에 갇혔던 것입니다. 숙식이 제공되지 않는 송환대기실에 그저 ‘수용’되었던 난민들은 송환의 두려움과 사실상 구금이라는 극단 사이에서 고통 받았습니다. 최근 인천공항 46번 게이트의 가족 사례는 2019년이 된 지금도 공항만의 상황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들 이후에도 공항 속 난민들의 상황은 여전합니다. 공항만 심사회부율은 2017년 10%로 떨어졌고, 인천공항에서도 열 명 중 한 명꼴로 회부결정을 받아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불회부 결정을 받은 90%의 사람들은 장기간 공항에 머물며 정서적/신체적 건강의 위협을 받으며 지내다가 송환 되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이들은 정말 난민이 아닌걸까요? 


  불회부결정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당사자에게도 그 이유가 고지되지 않는다는 점은 난민법이 만들어진 이래 꾸준히 제기되었던 법의 공백입니다. 불회부결정을 받으면 이의신청할 절차도 없으니 꼼짝없이 송환되거나, 불회부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할 때까지 공항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마저 변호사선임이 쉽지 않아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딘가로 돌려보내집니다.



  사전심사 자체가 신청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에 더불어, 난민심사 할 공무원이 부족해 본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에서 ‘난민 심사 전 심사 제도’를 만들자니요?




난민신청은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난민법의 애초 의도와 난민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이 배제하고 삭제하고,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어버린 개정안들. 


모든 난민신청자가 공정한 심사기회를 받는 것이 먼저! 
성급한 개정을 막아주세요.




>>난민법 개악반대 서명하러 가기 









  1. 이 글에 적은 의원명은 법안 대표발의자 명입니다. [본문으로]
  2. 2018년 말 기준 정보공개청구중 [본문으로]
  3. 난민인권센터 국내 난민심사현황(2017년 말기준) https://nancen.org/1689 [본문으로]
  4. 유럽 연합 규정 439/2010에 의해 유럽 연합 회원국의 난민비호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공통된 유럽비호시스템의 적용을 강화하며 특정한 압박상황에서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관. 회원국의 모든 국가행정기관 및 법원, 심판소, 국가 서비스기관의 구성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고 개발함. [본문으로]
  5. 유럽연합회원국, 노르웨이 및 스위스 전역의 난민전담 공무원과 이외의 비호관련 업무당당자를 위해 고안된 교육 시스템으로 국제 보호의 전 분야를 포괄하는 다수의 상호 작용 모듈로 구성된 교육 시스템. 난민심사담당관 교육과정은 핵심 모듈 : 보호대상범위와 정의 학습/ 면접 기술/ 증거 검토 기술 고급 모듈: 취약한 신청자를 면접하는 기술/ 아동을 면접하는 기술/ COI 기술/ 유럽의 공통된 보호 시스템 파악/ 유럽연합에서 실행하는 기본 권리와 국제보호에 대한 교육/ 성별(Gender), 성정체성(Gender Identity), 성선호(Sexual Orientation) 교육/ 비호대상이 아닌자에 대한 판단 교육 선택 모듈: 보호의 종결 상황에 대한 교육/ 보호 절차 지시에 대한 교육/ Doublin III 규제 (regulation)/ 응대 기술/ 관리자급을 위한 모듈 EASO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역할 모듈: EASO 교육 참가자로 하여금 해당국가에서 다른 대상자에게 EASO 교육 모듈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모듈로 구성되어 있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