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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2019 여름 난센 활동가 이야기 노공 6월 가장 바쁜 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다시 평상시 바쁨으로 돌아왔습니다. 늘 새로운 숙제를 받고 쌓여가는 숙제 더미를 어떻게 손을 댈까 바라보는 가운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과제를 집어들었습니다. 증언대회 바로 그 순간까지도 긴장했던 순간들. 퍼포먼스 도중 공연자만이 속으로 진땀흘렸던 돌발상황까지 무사히 마쳤으나 마쳤으나 ... 증언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가인권위원회건물 로비의 대리석을 먹물로 오염시켰다는 항의에 공연해주신 분들과 건물 로비 바닥 청소를 열심히 해야했던 기억까지도 오래 오래 생각날 것 같습니다. 혁신파크에서 빌려온 마이크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어김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먹통이 되었구요. 허허허... 내년에는 다른 곳에서 빌려오자고 다짐하며 웃었는데요. 그 자리에 같이 했던..
2019 봄 난센 활동가 이야기 나무 2019년이 밝아오자, 첫 주간회의 때 우리들은 올해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업무를 줄이고 필수적인 활동에 집중하자는 기나긴 회의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다시 마라톤의 첫번째 구간을 뛰고 있는 것 같네요. 하하하(슬의 넋나간 웃음 버전으로 읽어주시길). 삶의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데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모두 즐거운 긴장감이 드는 정도만 달리기로 해요. ^^ 올해 들어서 저의 활동은 오랜만에 재개한 활동의 패턴에 제법 익숙해지고, '스스로' 어떤 활동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결정도 해 보게 되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또한 난민 이슈와 활동이 위치해 있는 지점들을 조금은 더 알게 되면서, 3월의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법의 주요 원칙들이..
겨울 활동가 이야기 허니(김연주) 여느때보다 긴 겨울이 지나갔다. 사무실은 데워지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또 많이 건조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겨울 뒤돌아보면 난센에는 이별의 시간과, 만남과 재회의 시간이 있었다. 난센을 만들고 이만큼 성장시키고 이끌어 오신 김성인 사무국장님을 떠나보내고, 작년 5월부터 난민인권강좌를 열심히 꾸린 경주, 가람, 다은, 일식님을 떠나보냈다(윤주님은 2월까지 함께하고 계시는 중이다). 함께 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고, 웃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난센과 내 삶에 있어 참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인데, 그 고마움을 잘 전하지 못하고 아쉽게.. 쉽게 보내버린 것 같아서 자꾸만 죄송하다. 굴렁쇠가 굴러가듯이 일이 끊이지 않는 난센의 일상에 떠밀려 하..
4월 활동가이야기 류은지화성에 있는 O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왜 와서 자신을 만나주지 않냐는 물음에 바빠서 가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답했습니다. O는 여기서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몇 년째 화성에 구금되어 있는 O는 심사를 거쳤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다시 심사를 받더라도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화성에서 나올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이럴 땐 헛된 희망을 품지 않도록, 그리하여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더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아니, 나갈 수 있는 희망은 없어.” “화성에서 나가는 난민들을 본 적 있는 걸.” “아마 많이 아파서 일시보호해제를 받은 걸 거야.” “아니야. 아프지 않은데 나간 사람..
2월 활동가이야기 이슬 회의는 방울방울. 회의 회의 또 회의! 2월에는 본격적으로 난센이 가야할 바에 대해서 세 활동가가 모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주 많-이요. 일을 하면서 근본적인 얘기를 한다는 게 이상하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난센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난센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의 이야기는 더 이상 뒤로 미루고 갈 수 없는지라 열일 제쳐두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추가근무를 밥먹듯 하는 활동가가 2/3이 이상이었다고한다….또르르…)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활동해 온 시간이 비슷해서인지 생각의 전제도 고민도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도 비슷했고, 무엇보다도 일단은 서로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몸짓들이 참 좋았습니다. 륜지곤지(류은지고은지+..
1월 활동가 이야기 이슬 연말이 다 지나고 새해가 왔는데 저는 그제서야 루돌프 사슴코를 불렀어요. 그런데 이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게요.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며헌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낀 성탄절날 산타 할아버지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맙소사. 그 후로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든 말든 간에, 저는 저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이라는 말에 위로 받았어요. 그 후로 루돌프가 썰매를 얼마나 잘 몰아서 선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달했든 말든 간에, 썰매담당 팀장이 됐든 부장이됐든 사장이됐든 상관없이 루돌프는 그냥 코가 밝아서 썰매를 끄는 거예요. 저도 그냥 코가 밝아서 썰매를 끄는 거겠죠...
[활동후기] 단비의 평소보다 조금 긴 활동가이야기 (이다은) 지난 일년 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툭 건들면 훅 하고 쏟아져나올 것만 같은 일들, 감정들 그리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난센에서의 활동이 끝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재작년 난센의 문을 두드린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왜 난센에 지원했냐는 물음에 ‘난민을 가까이서 보고자’, ‘직접적으로 돕기 위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금 추상적인 대답입니다만 새삼 돌이켜보니 저 말에는 난민을 개개의 한 인간으로 보기 이전에, ‘난민’이란 개념에 제 편견과 환상을 자의적으로 투영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을 직접 만나보기도 전에 ‘약자’의 위치에 놓고 나는 그들을 ‘돕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저를 가두어버린거지요. 그리고 이 프레임을 실현시킴으로써 제 욕심을 채..
11월 활동가 이야기 고은지 11월, 난민아동지원사업을 위해 평택, 파주, 서울 등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집을 방문해서 요즘 사는 이야기도 듣고, 아이들도 만나고. 그러다가 첫눈을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주말에는 광장으로 주중은 사무실 등지에서 투쟁~ 투쟁~ 하며 바쁜 11월이 지나갔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도망치고 싶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던 한 달이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산들이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분, 초를 가르며 일하는 일상이 몇 주씩 이어지다 보면, 어떤 날은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 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가능하면 거리 두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50분 일하고 10분 쉬기를 하려고 하는데 일이 시작되면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그래서 최근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