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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1월 활동가 이야기






이슬



연말이 다 지나고 새해가 왔는데 저는 그제서야 루돌프 사슴코를 불렀어요. 그런데 이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게요.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며헌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낀 성탄절날 산타 할아버지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맙소사. 그 후로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든 말든 간에, 저는 저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이라는 말에 위로 받았어요. 그 후로 루돌프가 썰매를 얼마나 잘 몰아서 선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달했든 말든 간에, 썰매담당 팀장이 됐든 부장이됐든 사장이됐든 상관없이 루돌프는 그냥 코가 밝아서 썰매를 끄는 거예요. 저도 그냥 코가 밝아서 썰매를 끄는 거겠죠..


나도 모르게 정들었던 활동가 세 명이 자리를 비우고 첫 한 달이 지났어요. 정없는 저는 아무렇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 않지 않네요. 이상하게 울적하고 허전하고, 굳이 자기 물건을 박스에 챙겨나가던 활동가2를 원망해보기도 했어요. 고은지 활동가와 함께. 욕했습니다. 정말 짜증난다고. 왜 하필 박스에 넣어가냐고. 평소에는 책상에 쓰레기 모았으면서 갑자기 너무 깨끗하게 치우고 간 활동가3도 욕했습니다. 그래서 책상에 괜히 아무거나 올려서 지저분하게 만들어 놨었어요. 고은지 활동가와 함께요. 저 혼자는 안해요. 남들보다 깊은 감수성으로 트리를 직접 만든다며 사무실에 을씨년스러운 나뭇가지를 갖다 놓았던 활동가1... 그 나무 분리수거했습니다. 자꾸 생각나게하지마!! 아휴 난센에는 당분간 인턴활동가가 없을 예정이래요. 이제 헤어지는 거 같은거 안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코가 밝은 세 명이 같이 사무실을 밝히고 있어요 여기 난센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봐주시는 분들 올해는 더 자주 뵙고싶다고 소망하면서, 새해 인사 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더 자주봐요. 종종 놀러오세요 여러분. 여기 코가 밝아요.



활동가 1. 이다은 / 활동가 2. 최준 / 활동가3. 김지예 인것을 밝힐 수는 없네요... 고생했어요. 보고싶을거에요. 





고은지


2016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며 

사무국은 종료평가와 함께 총회 준비에 돌입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새로운 사무국장 체제, 활동가 보호, 2017년 한 해 활동들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새로운 사무국장 체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이곳에 나누고 싶습니다.


"난센이 한척의 배라면, 이전에는 선원이 하는 고유의 역할들이 정해져있었어요.

누군가는 선장으로서 배의 키를 잡고, 누군가는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닻을 올리고..


하지만 지금은(새로운 사무국장 체제 돌입 후는) 특정한 한 사람이 선장의 역할을 하지 않아요.

선원이 함께 지도를 펼쳐놓고 목적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지요. 선장의 역할도 돌아가며 하고 있어요.


키를 잡고 있던 선장이 지쳤을때 그 키를 같이 잡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권단체로서 조직 내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무국장 체제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어 

활동가들이 더욱 힘을 받고 일 할 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종료평가 과정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내용 중 한 꼭지는 '활동가보호'였습니다.

소위 '난민판'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지난 수년간동안 활동가들이 

대부분 3년 이상 활동할 수 없었던 것은 

'난민판'과 '활동가'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난민이 처한 상황은 대체로 복잡하기에 

활동가의 전략적인 에너지 분배 뿐만 아니라 적극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활동이 가져다주는 보람과 의미가 있지만

난민을 꾸준히 만나며 개입하는 일은 

활동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큰 부담이 되기도합니다.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기 까지도 합니다. 

난센이 활동가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활동의 지속성을 함께 도모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활동가를 보호하기 위해 난센이 해체될 각오까지 해야한다" 라는 이야기가 지난 종료평가 때 오갔습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활동가 보호 시스템을 더 고민하고 녹일 수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올 한해는 그간 했던 여러 사업들을 조금 더 질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난센은 대부분의 세상이 말하는 '성과'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난센의 활동이 잘 드러나지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 또한 세상이 말하는 '성과'와 우리가 생각하는 '성과'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아... 뭘 하고 있는거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들이 처한 상황에서 이것밖에 할 수 없나?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구나..' 라는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오랫만에 만난 B님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연락을 하지 않은지 3년도 더 되어 가는 A님이 난센의 활동에 대해서 늘 이야기하시고, 궁금해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너네는 너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아주 큰 일들을 하고 있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B님은 수개월간 인천공항에 억류되어 고통받고 계시다가 입국하여 난민지위를 인정받으셨습니다.

각자 사는것이 바쁘다보니 벌써 연락을 하지 않은지 3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자주 난센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 사실은 좀 부끄러지기도 하였습니다.


B님께서 인천공항에 억류되어 계셨을때 당시, 구금 해제를 위한 소송 지원을 연결하였었습니다.

활동가로서 구금장소에 접근권이 없기에 사실상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기는 어렵고 

구금 해제 및 심사 불회부 처분 취소를 위한 소송을 다른 변호사에게 의뢰를 했던 것입니다.

제가 활동가로서 당시에 할 수 있었던 일은

 밤낮 할 것 없이 일어나는 강제송환의 위협에 다만 이야기 상대가 되는 것,

그리고 수개월간 열악한 곳에서 지내시는 

그분께 1-2일에 한 번씩 안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직접 소송을 진행을 하지도 못하고, 접근권도 보장받지 못하여 

활동가로서 이 활동을 하는것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는 활동을 난민분이 기억하고 인정해주시고 있습니다. 

또 '인권'의 역사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활동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활동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활동가이냐, 아니냐', '성과가 있냐, 없냐'라는 관점보다는

어떤 활동이 가치가 있고, 그 활동을 어떤 과정으로 해나갈 것이냐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결론은 2017년에는 난센다운 활동, 난센다운 고민으로 지지하는 모든 분들과 

세상의 한 구석,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싶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가오는 운영위원회(2월 말)와 총회(4월 말)를 통해 이야기 나누어요^^



-마무리하며

2016년 한 해, 난센의 활동을 꽉꽉 채워주신

김지예, 이다은, 최준 활동가님께서 지난 12월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하시게 되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사무국 활동가 누군가의 역할은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예 활동가만이 주변에 줄 수 있었던 힘과 이다은 활동가만이 줄 수 있었던 따뜻함,

최준 활동가만이 줄 수 있었던 웃음이 있었고

그 3가지 색깔은 여전히 셋을 스친 사람들 속에 기억되고 좋은 에너지로 자리할 것입니다.


은숙, 형준, 가영, 지혜, 유성, 가람, 영아, 주연, 한나, 

나경, 은지, 은애, 아름, 다은, 유연, 나단, 민희, 요셉, 세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 호명하지 못했지만 멀리서, 가까이서 

난센을 지지해주고 있는 분들 한 분, 한 분을 기억하고 

여전히 이곳에 남아 힘 받고 있습니다.


2017년도 함께 하고 싶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꾸벅 (--) (__) (^^)



류은지



#1 이제는 활동을 정리해야 할 때

활동을 하다보면 해야 할 일들이 끝도 없이 생겨납니다. 난민신청이 불인정되었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 생활이 어렵다며 전화를 거는 아이 어머니, 갑작스레 구금이 되어 도움을 요청을 이들 등 열악한 제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난센의 문을 두드립니다. 난민에 대해 알고 싶다며 문의하는 분들도 만나야 하고, 홈페이지에 글도 올려야 합니다. 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모금활동도 시급합니다. 그런데 올해 활동가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사업을 정리하고 줄여야 할 때라는 시급성을 느낍니다. 난센은 한국에 있는 난민들에게 법률지원과 생활지원을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제도개선 및 인식개선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입니다. 그런데 이 포괄적이라는 관점이 난민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활동가들을 종종 소진되게 하곤 합니다. 많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전문성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난민인정심사과정에서의 법률적인 절차를 지원해본 적이 있고, 난민들의 생활에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 적십자 등에  연계해본 적도 있습니다. 난민통계를 분석해 보도자료를 배포해본 적도 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활동을 시작한지 만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아직도 누가 난민이고 어떻게 해야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자신 있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활동가로서 법률적인 절차를 지원하는 데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끼고, 사회복지기관과 비교하면 난센의 생활지원은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만 같습니다. 제도의 문제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무엇이 제도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지 확신하기가 어렵고,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난민들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게 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갈수록 “난센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때 보람을 느끼니?”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매일매일 바쁘게 일하고 있긴 한데...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제로에 가까워.. 생활지원을 조금하고 있긴 한데 여전히 다들 생활은 어렵지 뭐.. 제도개선? TF에도 참여하고 이것저것 해보려고는 하는데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는 건 왤까.. 시민들도 만나야 되는데.. 일단 지금은 시간이 안 되니 다음에...지금 말고 다음에.. 그런데 나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기존 사업의 틀을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난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조직이며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은지, 그 변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난센이 잘하는 것은 무엇이며 해야만 하는 역할은 무엇일지, 핵심목표를 비롯해 사업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활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 활동가가 오더라도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해서 성장하며 보람을 느끼는 가운데 활동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2 안 괜찮아, 넌 못 해

(지난 활동가 이야기에 너무 우는 소리만 늘어놓은 터라, 왠지 근황을 좀 전해야 할 것만 같아 한 문단 더 길게 적어봅니다.)

작년 말에는 “괜찮아,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 괜찮아. 넌 못 해.”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계속 해줍니다. 차라리 이 편이 현실을 인식하고 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저는 때로 괜찮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하지도 못합니다.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잠도 안 자고 수많은 일들을 뚝딱뚝딱 처리하는 유능한 분들이 많아 보이는데, 저는 슈퍼맨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꿈의 흔적을 좇아 매일의 걸음을 내딛는 아주 작은 사람일 뿐입니다. 종종 멈춰 쉬어야 하고, 감정이 무너지는 밤도 허다한, 똑같은 문제로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연약하고 엉망진창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저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힘들면 좀 쉬고, 외로우면 친구들도 만나고,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못 하겠으면 못 하겠다 말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해보려 합니다. 아아, 얼른 이 계절이 지나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