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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2019 봄 난센 활동가 이야기

나무

 

2019년이 밝아오자, 첫 주간회의 때 우리들은 올해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업무를 줄이고 필수적인 활동에 집중하자는 기나긴 회의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다시 마라톤의 첫번째 구간을 뛰고 있는 것 같네요. 하하하(슬의 넋나간 웃음 버전으로 읽어주시길). 삶의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데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모두 즐거운 긴장감이 드는 정도만 달리기로 해요. ^^


올해 들어서 저의 활동은 오랜만에 재개한 활동의 패턴에 제법 익숙해지고, '스스로' 어떤 활동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결정도 해 보게 되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또한 난민 이슈와 활동이 위치해 있는 지점들을 조금은 더 알게 되면서, 3월의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법의 주요 원칙들이 들끓는 여론으로 숙고없이 하루아침에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면, 과연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법제도 개선이라는 난센의 주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난민인권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토대들,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고민을 여러차례 회의 때 운을 띄운 결과 저는 덜~컥. 자원활동가 분야를 담당하게 되었고, 자원활동가 그룹활동을 기획하게 되었답니다. 갑작스런 시작에, 고민과 설레임으로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내며, ㅎㅎ 더 많은 언어로 난센 홈페이지와 SNS가 전달되어야 한다는 바람으로 홈페이지/페북 번역그룹을 모집했고, 가짜뉴스들이 유튜브를 채우고 있는 판에 한국 난민 현실을 올바르게 담은 영상물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마침 영상제작 자원활동가님들을 만나 법무부 면접조작 사건에 대한 영상을 찍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난민보호의 역사가 오래된 해외국가의 난민관련 필름들을 일반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다는 심정에서 해외영상 자막번역팀을 제안했고, 많은 자원활동가님들이 함께 해주시고 계십니다. 굵직굵직한 난민이슈와 쟁점들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룰 여력이 없는 활동가들을 대신해 리서치하고 자료를 생산해 줄 그룹도 기획단계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도가 처음이라 좌충우돌하면서 가고 있고, 비록 그 결과물은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서로가 지닌 경험과 정보, 생각들을 공유하고 네트워킹하는 과정 속에서 참여하신 분들이 작은 무언가라도 배우고 의미를 느끼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심정으로 지치다가도 벌떡 일어나 미친듯이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

 

한편 우리는 난센의 첫번째 의제이기도 한 난민법 개악 중단을 위해서 인증샷릴레이켐페인과 법무부장관 편지쓰기 등을 시작했는데요, 한국사회의 더 많은 사람들이 난민을 환영하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쩌면 맞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거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참가해주고 있고, 그 마음과 생각들은 활동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절실했습니다. 그 숫자가 몇이 되든, 그러한 자리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 요즘 활동에서 느끼는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더 많은 분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노공

 

봄을 맞으며 난센 사무실이 1년 만에 대청소를 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뜻하지 않게 시작된 청소는 사무실에 보이지 않았던 공간을 마법처럼 만들어냈습니다. 보다 쾌적하고 들고나기 편해진 상담실과 사무국을 방문하는 분들이 둘러앉을 수 있는 큰 탁자가 놓인 공간이 생겼어요^^. 때로는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여기던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비우고 나니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이 탄생한 것처럼, 난센의 활동 역시 잘 비우는 과정을 통해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활동 공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그 공간에 초대할 수 있도록 오늘도 궁리 또 궁리 해봅니다^^.


이슬

제가 경험했던 이런 친절과 환대가 한국에 처음 오는 난민들에게도 주어지길 바랍니다. 낯선 땅에, 모르는 언어에,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상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 지금의 개정안에 진정 사람다운 삶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지 다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_ 김지은님

 

법이라는 한자의 해제를 보면 논이나 밭에 물길을 내고 이어주는 것이라 배운 기억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입법부와 사법부가 진행하는 법 개정은 한마디로 개악입니다.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법정신일 수 없습니다. _ 김규환님

 

누구도 태어나기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습니다.태어날 국가를, 부모를 선택하는 이도 없습니다.

삶은 그렇게 주어지는 것이거나, 우리는 그렇게 삶에 던져지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그 순간, 그 이의 자리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겠고요. _ 문아영님

난민업무를 주관하는 법무부가 아주 단단하고 거대한 비인격으로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거기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 사람들 각각의 생각이나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때가 더 많으니 그렇게 느껴지나봅니다. 그런 법무부가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일관되어왔습니다. ‘가짜’가 너무 많다는 것, 한국에 보호해야 할 난민은 없다는 것.

 

이번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예고도 이런 맥락에서 놀랍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더욱 더 노골적으로 난민신청자들을 배척하는 태도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난민보호’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이렇게 당당하게 내 놓을 수 있다니! 싶어서요. 난민법의 목적과 반대로 가는 개정안을, 쉽게 거절하고 쉽게 내쫓겠다는 의도가 훤히 보이는 (숨겨져 있지도 않음..) 개정안을 이렇게 떡하니 내놓을 수 있다니. 좀 더 교묘했더라면 이렇게 놀랍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법무부의 난민정책에는 사람이 없고, 효율과 편의만 있습니다. 그 효율과 편의는 철저히 난민을 ‘관리’하는 법무부의 것이고요. 그러니 난민 인정이 그렇게도 어려울 수밖에요.

 

이런 법무부에, 법무부장관에게 시민분들이 매일 편지를 보내고 계십니다. 김지은님이, 김규환님이, 문아영님이, 그리고 앞으로 약 한 달간 서른 명 넘는 시민분들이 편지를 보낼겁니다. 이분들이 공유해주시는 매일의 편지를 보면서 저는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이는것을 느낍니다. 법무부장관님도 이 편지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마음으로 느끼실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혹 이런 시도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바위가 깨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기 사람이 있다, 난민도 사람이다, 누구라도 사람으로 살 수 있어야 함이 마땅하다, 라는 말들이 바위에 덕지덕지 묻을 수 있다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전부가 과정뿐인 일이니까.. 계란을 던지고 같이 던지고 계란이 깨지고 또 던지고. 함께 할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맘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한달이 될 것 같아 힘이 납니다.

 

 

허니

 

칼바람이 불던 계절이 지나가고 봄이 왔습니다. 난센에서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지나갑니다. 이번 달 또 한 분의 난민이 한국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안전과 권리를 찾아 한국에 왔는데 한국에서 권리를 찾으니, 감시와 관리에 시달립니다.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을 사찰하고 통제합니다.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정치적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또 그렇게 터져 나오는 절실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무시하는지 계속 목격하게 됩니다.

 

통제와 관리감시를 받는 사람들 곁에 서는 것도 가끔 두렵고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통제되는 국가에서 인권활동을 하는 활동가, 변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남 후 함께 사진을 찍자 요청하자 그 분들이 주저하며 이 사진이 SNS에 올라가면 본인들이 위험해 지실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도 동료 한분이 실종되셨다 하시며,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인권을 알고자 오셨다고 하시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짧은 만남 끝에 건강하게 활동하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또 만나자며 헤어지는데 왠지 모를 연대감에 눈물이 울컥하였습니다. 갑자기 활동가라는 이름이, 인권을 지키자는 이 활동이 무겁게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의 곁이 되겠다는 것. 이 활동을 하루하루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냉정한 이성으로 견뎌지기도 하고, 부당한 현실에 울컥하는 분노가 앞서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치만 무엇보다 나를 힘나게 하는 것은 이 과정에 하루 하루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자꾸만 불안정하고, 어렵고, 부당한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잘 해결되지 않더라도, 좀 느리더라도,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활동가들을 신뢰하고 이해하면서 곁을 내어주는 당사자들을 만나면 큰 힘을 받습니다. <신인종주의와 난민> 포럼에서 미류활동가님이 '함께 실패하는 연대'라는 말을 하셨을때 참 많은 위로가 되었는데요, 이 현장에서 서로의 인권을 지키고 지탱하기 위해 동료들, 당사자들, 각 영역의 인권활동가들, 시민들과 만나고, 작당모의 하고(?) 지지와 격려를 받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 이 일이 참 기쁘고 행복합니다.

 

지난 겨울에서부터 올 봄까지 그런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계속 두근두근 한 것 같습니다. 잘 살고 있습니다 :)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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