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난민과의 미술치료 첫 날!
오늘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5주간 화요일마다 이런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될 건데요- 첫날이라 더 신나고 더 기대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발 디딘 안산역 근처의 다문화거리. 여전히 다양한 언어의 간판들과 먹거리들이 유혹하네요. 아쉽게 사진은 안 찍었지만 (다음주에는 찍어서 올릴게요), 유혹에 못 이겨 수입물품을 파는 슈퍼마켓 몇 군데를 기웃기웃 거리며 여유롭게 미술치료 장소로 향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장소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준 짱팀!
역시나 매력적이고 특이한 복장으로 기다리시네요. 오늘 오기로 한 난민분들은 D씨(남편분)와 F씨(아내분) 부부, 그리고 N씨, 이렇게 모두 세 분. 두 가정 모두 2세 미만의 아기를 갖고 계신 분들이라, 아기 챙기랴 아침부터 움직이시랴- 주인공들이 10시 넘어서 오는 바람에 생각보다 시작 시간은 늦어졌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짱팀>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을 위한 기다림이었기에 먼저 도착하신 미술치료 선생님과 즐겁게 대화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주인공들이 도착했습니다. 살짝 아프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순한 6개월 아들과 도착한 N씨. 당찬 2살배기 딸과 함께 온 부부, D씨 (남편분) 그리고 F씨 (아내분). 모든 것을 계획하신 짱팀장님. 모든 것이 새롭고 배우기 바쁜 인턴 셋; 김인턴, 윤인턴, 그리고 정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신 왕선생님. 이렇게 첫 날의 프로그램은 시작되었습니다.
집-나무-사람
자리를 정하고 앉자마자 미술치료를 진행해주시는 왕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A4용지 한 장과 4B 연필을 나눠주신 후 집-나무-사람을 그려보라고 하셨습니다. 프로그램의 진행을 돕고자(?) 또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픈 인턴들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왕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난민분들과 인턴들은 열심히 그렸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시는 왕선생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시며
“…너무 생각이 많아…”
“예민하시네…”
“…남자친구 있죠?”
“…아버지께서는 말씀이 많으신가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던지셨습니다.
우리가 그리는 집-나무-사람을 보고 우리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것일까요? - 무척 궁금했으나 시간상 다음 순서로 바로 진행 하신 것 같은데…
다음 주 화요일에는 우리의 궁금증을 모두 풀어주시겠죠? 기대합니다~^^
공동 그림 돌려 그리기
다음 순서로 왕선생님은 우리를 3명씩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게 A3용지 3장과 ‘부자들만 쓴다’는 48색 크레파스를 한 통씩 나눠주셨습니다. 왕선생님의 지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각자 A3용지 한 장씩 가지고 가세요
2) 각자 앞에 놓인 A3용지에 자신을 상징할 수 있는 것을 1가지씩 그리세요
3) 알람이 울리면 종이를 왼쪽에 앉은 사람에게 돌리세요
4) 오른쪽에 앉은 사람에게서 받은 A3용지를 자세히 보세요
5) 앞에 있는 종이에 자신이 첨부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리세요
6) 알람이 울리면 종이를 왼쪽에 앉은 사람에게 돌리세요
약10분간 이런 순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새로운 크레파스와 새하얀 종이를 접하는 우리의 태도는 초반에는 조심스러웠으나, 알람의 압박이 더해가고 새하얀 종이가 색으로 채워지며 우리의 손놀림 역시 매우 빨라졌는데요, 이렇게 정신 없이 색칠을 한 결과, 우리가 함께 완성한 공동작품은 다음과 같았답니다-
<목표를 향해 훨훨 날아가고 싶은 독수리>
<My Favorite Things: 화려한 색감과 아이스크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스포츠와 돈!>
<내가 좋아하는 것들: 게임과 맛난 것>
<내가 가고 싶은 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길!>
<밝은 나의 미래: 자동차와 가족과 과일>
멋지죠?
각자 초기에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고, 또한 완성된 작품을 보며 팀원들이 나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줬나 등에 대해 나눌 시간을 가졌습니다. 설명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는데요- 신기한 것은 초기에 ‘내가 갖고 싶은 것’으로 시작 되었던 빈 종이가 팀원들의 도움으로 인해 채워져 갔다는 것입니다. 가령, 목표만을 보고 달려가는 내게 ‘주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어하는 팀원들이 실제로 도화지에 아름다운 것들을 그려준 것입니다.
한 장의 도화지를 함께 채워가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어 좋았던 시간. 오늘은 첫날이라 아무래도 어색함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앞으로의 5주에는 오늘 느꼈던 어색함 보다는 서로 알아가는 기쁨이 커지리라 생각하고 기대가 더 됩니다.
참, 당일 ‘기사’역할을 해주신 사무국장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모두들, 다음 주 화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미술심리상담은 9월 27일(화)~ 10월 25일(화), 총 5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난민과 함께하는 (photo voice-놀이치료에 이어) 그 세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물론 심리치료란 절.대.로. 짧은 기간에 괄목할만한 변화를 얻기 힘들다는 점과 그럼에도 단기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그 시작부터 유독 고민이 컸던 시간임을 고백합니다. 따라서 치료보다는 이해의 차원에서, 난민들 뿐만 아니라 난센 식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다 서로간의 외면과 내면을 ‘해석’ 해보는 시간에 주목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전문적인 지도와 해석에 미술심리치료상담가 왕정균 선생님을 비롯하여 특히 주변과의 커뮤니티가 적고 체류 및 생계가 불안정하며 아이를 통해 가족 결합을 하게 된 3쌍의 난민가정들 그리고 주변과의 커뮤니티는 많으나 사회적 소수이자 저마다의 사연 많은 난센 식구 3명이 돌아가며 짝을 이뤄 참여하게 됩니다. 다름도 많고 닮음도 많은 우리들. 그 속에서 난센과 난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외에 숨겨진 내면들을 서로 또는 스스로가 얼마나 발견해나갈 수 있게 될까요? 앞으로 5주간 난센은 이전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 시간 또한 ‘난민’과 ‘자아’라는 맥락의 소중한 기반으로 다져나갈 것입니다. 이것들이 난민들을 위한 보다 지속적인, 현실적인 대안의 활동으로도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난민과 함께 웃는 세상을 꿈꾸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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