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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아프면 지는거다!" 난민아기들 병문안 후기

가을이 찾아와 선선해진 지난 20일, 아기 O군(남, 17개월)의 입원수속을 돕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처음 병원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띄는 그들의 얼굴.
저희를 보자 반갑게 인사로 맞아주시는 콩고 국적의 난민신청자 N씨 부부, 한편으론 아기의 수술 걱정에 그늘 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 체 낯 선 병원의 모습에 이것저것 만져보고 웃기만 했지요. 병실을 배정받고 동요에 맞춰 신나게 춤까지 추는 아들의 모습에 N씨 내외도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수술에 앞서 간단한 검사들을 받고 혈관을 찾을 수 없어 17개월 된 작은 아기의 발에 주사바늘이 꽂혔습니다.

그렇게 O군은 지난 3일 동안 국립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거주지는 두 시간여 거리의 지방이었지만 아기가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 했으니까요.

O군은 비뇨기관에 '음낭 수종'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12개월 미만일 경우엔 자연치유될 수도 있는 증상이었지만 이미 17개월이 되어도 남아있다면 (치명적으로 시급한 문제는 아닐지라도) 가급적 어릴 때 수술을 해줘야 하는 문제였지요. 아기때는 탈장 등의 합병증이, 성인이 되어서는 불임 등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의 심정이 다 그러하듯 진단을 받은 N씨 부부도 아들이 가능한 한 어릴 때 수술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물론 전신마취의 염려는 있었으나 다행히 수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아기의 건강상태가 좋으므로 회복도 빠르리라 기대하며 다음 날 아기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 후! 마취기가 다 풀리지 않은 몽롱한 상태로 눈을 꿈벅꿈벅 뜨고 닫는 O군. 아직은 감각이 없겠지만, 곧 '통증'이란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겠지요? --; 그러나 곧 씩씩하게 일어나 (좋아하는) 춤도 더 잘 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4~5세 이상 사이즈 밖에 없어서 O군에게는 너무 큰 환자복. 그래도 귀엽네요!>

이젠 옆 병동에서의 일입니다.
O군이 입원을 하는 사이, 수시로 왔다갔다 돌아본 그 병동에는 또 한명의 난민 아기 S양(여, 7개월)이 입원중이었습니다. 우간다 국적의 인도적 체류자 N씨만이 외롭게 앉아 있는 그 병실에서 S양은 그날도 울고 있었지요. 이유인 즉, 폐렴 증상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에 면역력 약한 아기에게는 곧 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유독 또래 아이들에 비해 체구가 작고 팔 다리도 가늘었던 S양은 입원 당시 열이 높고 기침이 심하며 분유도 잘 소화하지 못해서 N씨의 애간장을 타게 했던 것이죠.

"일단 원인되는 외부 바이러스를 차단해야 하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이 아기의 경우 가급적 호흡에도 위생적인 환경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기침이 심하고 섭취한 음식물이 역류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병원에서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벌써 두 번째 입원이니까요." 
담당 의사의 소견이었습니다. 

N씨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이 더 녹록치 못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기회되는 대로 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계시는데, 그래도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본인을 통해 해가 가지 않도록, 또 본인 스스로도 건강해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나름으로 근로환경도 세심히 살피며 일을 찾아 하셨죠. 그러나 두 번이나 둘째 아기가 입원을 하게 되면서 걱정도 커졌습니다. 

"다행히 지금의 공장에서 (결근을)이해 해주었어요. 애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건데...그러다 이렇게 아프게 되니 말할 수 없이 속상해요. 엄마의 역할을 다 해내기란 어려워요. 빨리 낳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S양도 오늘(금) 퇴원을 하게 됩니다. 일단은 열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퇴원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다음에도 다시 병원 갈 일은 없어야 할 텐데요.

      <아~~~S양의 초롱초롱 커다란 눈망울을 너무너무 보여주고 싶지만....참아야만 하는 이 마음! 
        보신다면 아마 오늘 이 페이지 불티 날 걸요?>

도움이 필요한 분께 제때 우리가 손을 잡아줄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의료 지원이 필요한 난민 분들이 계시다면 제 때에 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난센은 또 발로 뛸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절감했던 것은
정부와 그 밖의 많은 사회협력체들이 난민(뿐만 아니라 경제적, 인종적 소외계층 누구라도)의 입장에서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빠르고 간편한 시스템'의 뒷받침만 해 줄 수 있다면 '지금의 발로 뛰며 처리하는 일들을 날아가며 할 수도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아무쪼록 귀여운 아기들이 어서 빨리 나아서 天高馬肥(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처럼 높은 가을 하늘아래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기를 응원합니다. 

 
<여기서 잠깐~!>
난민이 한국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는 말은 괜한 소리는 아닙니다. 지난 2004년 난민신청률이 급증하게 되면서 발생되는 여러 사안들 중에서도 의료지원 부분은 특히 더 열악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합의, 난민에게 긴급의료지원서비스를 지원하게 된 것은 불과 2010년 6월부터의 일입니다.

이로써 정부는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지원 서비스 사업지침"의 일부 개정을 통해 난민(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 허가자, 난민인정자)을 긴급의료지원대상자로 포함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은 있었습니다.

시행되는 곳이 난민들의 실질적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정부 산하의 병원만을 대상하고 있어서 난민관련 단체의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은 사실상 대다수의 이름모를 난민들로서는 원활한 이용이 쉽지 못하다는 점, 무엇보다 이러한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긴급한 상황에서 지정병원 이용이 어려웠던 분들께도, 그 후속 지원이란 실제로 (예산에 비해) 적용사례가 적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기타 규모 있는 기관에서도 최근 지원대상자에 난민을 포함시키고는 있으나 여전히 그 신청과정 및 지원체계에는 '신속하고 간편한 절차' 라는 문제가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이럴수록 난센에서는 시민단체로서의 감시적 역할과 제도 개선의 노력과 더불어, 난민이 처한 부득이한 상황에서도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을 만큼의 지원 여력에 절실함을 느낍니다.

차마 정부와 사회가 다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눈과 귀가 되어서 난민들도 기본적인 권리와 책임을 누릴 수 있도록 난센은 내일도 발로 뛸 일이 많습니다.  

※ 후원계좌
- 난민인권센터 후원 : 국민은행 233001-04-225091
- 난민긴급구호 기금 : 국민은행 233001-04-225116
- 난민육아지원 기금 : 국민은행 233001-04-241875 
- 난민쉼터마련 기금 : 국민은행 233001-04-225132

※ 예금주 :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