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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화성보호소에 다녀왔어요

9월 29일 화요일 오후, 난센의 인턴들은 사무국장님을 따라 화성 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였습니다.

이 날 오전에는 안산외국인주민센터에서 난민 분들과 함께한 미술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서 즐겁고 값진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식사까지 즐겁게 한 후라 한층 들떠 있던 차였지요. 그리고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 앉히고 다음 행선지, 이름도 애매한 ‘보호소’라는 화성외국인 보호소로 향했습니다.

저희 인턴 셋을 태우고 운전대를 잡으신 국장님께서는 이 방문의 목적이

보호소 내 난민들을 면회하여
그들로 하여금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


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건 당연지사인데, 왜 그 분들은 그걸 굳이 상기해야 하는 것일까?
오전에 만났던 난민 분들처럼 일반적으로 자택에서 생활하는 난민들과 달리 왜 어떤 난민들은 보호소에 있는걸까?
혹시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닐까? 

한편 지난 기수 인턴 분들에게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자연스레 인턴 기간 중 꼭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기도 하여, 달리는 차 안에서의 마음은 기대 반 의문 반이었습니다.


국장님을 제외한 저희 인턴 셋은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하였습니다.
우선 면회를 위해 신분증이 필요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들어갈 때에도 반드시 학생증이 필요한 시대지만, 우리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목적에서는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방문자를 '확인'한는 것이 아니라 '검사' 하거나 '감시'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신원 확인이 보호소 안과 접촉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통해 이곳의 목적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이름은 ‘보호소’...... 보호 라고 쓰지만 구금 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후 난민 분들을 만나기 위해 면회실에 들어서자,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교도소 면회실과 다를 바 없는 우울한 공간이 나왔습니다. 간유리만큼이나 부연 이중창 앞에는 작은 화분이 초러허개 놓여 있었지만, 이곳에 매여 있는 이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좁은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고 들리는 그분들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절실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나마 자신의 상황을 전할 때의 진지함, 우리 앞에서 반가움을 잊지 않는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한 핍박과 박해를 피해서 천신만고 끝에 대한민국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러나 이 땅은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고난만을 안겨 주고, 자유를 찾아왔던 그들의 희망조차 꺾어버린 것 같아 실로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난센은 화성 외국인 보호소를 2주~한 달에 1회 정기적으로 방문합니다. 그들과의 만남이 허락되는 20분은 짧지만 그들에게도 저희에게도 긴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인턴 기간 동안 가능한 자주 와서 그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들이 하루빨리 그곳에서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동시에 진행될 난민 신청도 잘 처리되길 고대합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이 박해를 피하여 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밝은 미래를 위해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는 난센이 되자 다짐했습니다. 외로운 방 안에 비추는 작은 햇볕이 될 수 있도록.

(Edward Hopper_Rooms by the Sea_1951_Oil on canvas_73.7x101.6)




"지금,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소박하게  "바디크림"  이라 말하던 그 난민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 글쓴이 : 난민인권센터 6기 인턴 김소영, 오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