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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4기 인턴들의 자유분방한 태국 방문 감상문 ♬ - 3번 타자, 이지은





새로운 마음, 그리고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12월 난센으로 출근하는 길에 작성하는 난센 태국 리서치 및 APCRR3 참석 후기...(실은 한국에 도착한 날부터 출근하는 날 빼고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겨울잠”을 잤다는...^^;;) 허나 그만큼 11박 12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어제 하루 동안의 피로로 몰려왔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1. 난민을 위해 싸우는 태국의 단체들을 방문하며...

매솟과 방콕 두 지역에서 여러 단체들을 방문하면서 그들 나름의 고충과 아픔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야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면서 그러한 고통을 느끼기까지는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약 22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버마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 그러나 버마 군정의 가혹한 대우와 부정당한 권력 유지의 행동은 그 열정을 종이 조각처럼 여기는 듯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태국으로 가기 전에도 국내 선거, 아웅 산 수치 여사의 석방과 같은 꽤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발생하였지만 막상 단체의 사람들을 만나서 질문하였을 때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의 대부분은 "이번 선거도 부정선거였다"는 주장, 그리고 아웅 산 수치 여사에 대한 칭찬과 기대감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단체들로부터 들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웅 산 수치 여사가 언론을 통해 드러내는 목소리가 진정으로 끓어오르는 민주화와 버마 민족들의 연합에 대한 열정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현 상황에서의 그녀와 같은 영향력 있는 진심의 지도자가 중심이 되어 이번 계기를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태국 일정에서 방문 단체 사전 조사 및 현지에서의 기록을 담당한 덕분에(!)
방문하는 단체 하나하나마다 홈페이지로 만나보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착이 가고
더욱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가끔은 졸음과 싸우기도 했지만요ㅠㅋ)]




방콕에서 만난 단체들에게서는 현실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난민 및 비호 신청자들을 위한 교육 및 의료, 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는 Bangkok Refugee Center의 경우에는 그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위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반면 Thai Committee for Refugees와 Asylum Access Thailand는 현재 그들의 기본적인 업무를 넘어서서 태국 정부 및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난민에 대한 옹호 활동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방콕 내 단체들의 활동을 보며 왜 더욱 적극적이지 못하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주가 아닌 안주” 형태의 활동만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UNHCR에 의해 제공된 난민지위인정 신청서, 심지어 인정 받은 난민 지위조차 정작 태국 정부(또는 경찰)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현실이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열악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나라의 난민들의 처지가 더 낫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비교 대상을 본 셈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있을 수밖에 없는 배경은 태국이 난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라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바로 수 십 년 동안 그 사실에 대해서 비난과 압력을 쏟아 부었던 국제 사회의 목소리조차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태국 정부의 태도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태국 정부의 고위 관료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해도 난민협약 가입은 국가의 입장에서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는 일입니다. 그러한 태국의 입장에 대해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태국으로 많은 수의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막다른 길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 그만큼 난민 문제의 심각성으로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는 태국 정부의 관료 또는 구성원이 있기만을 바라기도 합니다.


2.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난민을 위한 협력의 장, APCRR3

2박 3일 동안 여러 session 및 workshop으로 나뉘어 진행된 APCRR3 참석 또한 저에게는 비록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나라 출신의 단체 및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회의를 체험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국제적인 회의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좁은 면만을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APCRR3는 저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최소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있어서 사전에 더욱 많이 공부를 하고 참석하였으면 더욱 많은 것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 반면 회의가 지니고 있는 시간의 한계, 그로 인해 정보 공유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기 힘든 모습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했지만, 돌아보고 나니 이는 개선할 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일정 동안 최대한 여러 개의 session과 workshop으로 나누면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려는 APRRN의 노력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매 session마다 국가 및 단체 간의 기본적인 정보 공유를 포함하면서 특정 이슈에 관한 깊은 수준의 논의 및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3회째라는 현실로 인해 나타나는 부족한 점들보다 오히려 3년 전 처음 이 네트워크 회의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에 “소수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생각이나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이 회의는 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비록 식견이 넓지 않은 나이지만 그런 저에게도 ‘최소한 저런 분들이 있기에 세계 각 지역에서 난민을 위한 노력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몇몇 사람들을 보면서 난민 문제의 해결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난민 문제를 대하는 네트워크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진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3. 머리와 마음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곳, 난민 캠프!


[낯선 곳을 돌아다닐 때에는 앞장서서 빠릿빠릿 걷기 좋아하는 지은 인턴인지라
천천히 가는 앞의 일행들 때문에 조금 답답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ㅋㅋ]

[난민 캠프 방문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약 3시간이 걸리는 길을 트럭 짐칸에 앉아서 오는 동안
무섭도록 바람을 맞은 사람들. 그래도 즐거워 보이죠? ^^]


난센 태국 일정 전체 중에서 무엇보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난민 캠프 방문이었습니다. 캠프에 도착하기 전에는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섰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캠프 안의 사람들에게서는 경계심이나 언짢은 마음을 덜 느꼈습니다. 이전에도 우리처럼 단기간으로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도 그들은 처음 보는 우리의 어설픈 버마 인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동안 그들도 비록 난민 캠프라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마치 감옥처럼 비추어지는 그 곳에서 똑같이 “그들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 방콕에서 TCR을 방문하였을 때 "일반 태국 사람들이 난민 캠프에 가서 버마 난민들을 보면 왜 그들의 삶이 방콕에 있는 난민들의 삶보다 더 나아 보이는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의 본뜻을 짚어보게 되었을 때 난민 캠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어쩌면 캠프 밖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나로서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본인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삶에 대해 어느 누구도 좋다 나쁘다, 안주하는 것이다 아니다 판단할 수 없겠지만 저는 그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태국을 처음 가 본 저도 갈 수 있었던 매솟 시내를 난민 캠프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짧은 순간의 충격 또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저는 그들의 삶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권리가 제한된 상태에서의 안정을 누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지하철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도 며칠 동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금방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12일의 시간을 돌아보며 느꼈던 점을 이 곳에 정리하려고 하니 참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태국 일정을 마친 뒤에 장래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조금은 더욱 구체적이고 확실한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오기를 원했지만,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난센에서 일하게 될 3개월 동안 태국에서 만났던 버마 및 기타 국가 출신 난민들을 떠올리며 우리나라의 난민들이 현재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며 일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는 저의 다짐입니다. 이번 태국 일정을 포함한 난센에서의 많은 경험들이 저의 진로 및 인생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고, 흘러가는 시간 동안
헛되지 않게 남은 3개월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