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독교도 미얀마인 종교박해 가능성 받아들여
2005년 1월 입국한 마리아 부소페(28·여·가명)는 인도 여권을 갖고 들어왔지만, 미얀마 소수민족이라며 2006년 8월 법무부에 난민지위인정을 신청했다. 법무부가 불허 결정하자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갇힌 채로 기나긴 법정 싸움을 벌였다.
미얀마 친주의 팔람지역에서 태어난 부소페는 친족으로 기독교인이다. 미얀마 정부군은 불교 개종을 강요하고 친족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차별 정책을 편다. 특히 부소페 부모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열성 당원이라 탄압이 더욱 심했다. 아버지가 1999년 정부군에 체포되자 고등학교에 다니던 부소페는 어머니를 따라 인도 미조람주로 탈출했다. 인도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그는 부모처럼 NLD 당원이 됐다. 난민이 늘어나자 인도는 친족 1만명을 미얀마로 강제송환했다. 2003년 어머니도 여기에 포함됐다. 앞서 체포됐던 아버지도 미얀마를 탈출하다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선교회 교사로 일하던 부소페는 한국인 목사를 만났고, 목사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소페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인도 여권을 만들어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목사는 약속과 달리 교회 일만 시키더니 나중에는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4개월 만에 무작정 길거리로 나온 부소페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다 2006년 8월 불법체류자 일제단속에 걸렸다.
국제 앰네스티와 공감변호사그룹 ‘공감’ 등의 도움을 받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용찬)도 지난해 5월 “인도 대사관이 여권 정보를 확인했다.”며 난민 인정을 거부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이성보)는 부소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도는 신분등록제가 없는 데다 여권을 부정하게 받는 관행이 만연해 있어 인도대사관의 확인만으로 원고를 인도 국적자로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는 미얀마 소수민족으로 기독교인이고 NLD 당원인 데다 부모가 강제송환되거나 사망한 상태라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난민으로 인정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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