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2월 21일 연세대에서 열린 난민x현장 티치인에서 발표한 '전쟁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겠습니까'의 발표문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난민인권센터에서는 난민과 관련한 시민분들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고자 기고글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refucenter@gmail.com |
전쟁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겠습니까?
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캠페인팀 쭈야
8,043km를 건너온 사람들, 예멘 난민
2018년 6월,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난민의 이름으로 제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4일 만에 서명 18만 명을 돌파했다. 또 다른 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난민법 개헌 청원은 70만 명이 넘는 찬성을 받았다. 이들이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이슬람교도이며, 잠재적 테러리스트이고, 난민으로 위장해 들어온 사람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질적이고 위험한 가짜 난민을 돕는데 우리의 세금을 쓸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반대로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난민협약국인 한국이 인권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있음을 이야기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지난 2012년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이다. 유엔난민기구에서는 한국의 난민법 제정이 아시아의 중요한 초석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2018년 법무부가 밝힌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2018년 3.7%(3,879명 중 144명)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은 29.8%이고 한국도 가입되어있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24.8%*1 이다. 지난해 들어온 예멘 난민들 역시 단 2명만 난민으로 인정되었고, 나머지는 대부분은 ‘인도적 체류 허가’라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한국에 살고 있다.
예멘에서 발견된 한국산 무기들
예멘 난민 인정에 대한 찬반 논쟁 이전에, 살펴볼 사실이 있다. 바로 예멘에서 발견되어온 한국산 무기들이다.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로 연일 떠들썩하던 2018년 6월, 한 평화 활동가가 인터넷에서 발견한 캡처 사진을 보내왔다. 출처는 트위터 내 @YemaniObserv 라는 계정에 올라온 동영상 캡처 사진이었고, 동영상 내용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정부군 차량을 습격하여 획득한 무기들을 늘어놓고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중 수류탄에 영상이 집중되는데, 클로즈업된 이미지에 선명히 보이는 것은 “세열수류탄”라고 쓰여진 선명한 한글이었다. 이 수류탄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다른 사진에도 등장한다. 사우디와 UAE군이 자랑하듯 수류탄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입 맞추는 수류탄은 사우디와 UAE 등에 수출되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UAE군이 사용했다.
이 무기는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담당하고, LIG넥스원이 미사일, 한화가 발사대 생산을 맡아 탄생한 현궁이라는 무기이다. 1대당 1억, 무게가 13키로로 다른 유도미사일보다 가볍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화의 수류탄처럼 현궁도 사우디와 UAE로 수출되어 예멘에서 사용된 것이며, 이 현궁은 민간인이 살고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사용됐다.
예멘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무기뿐만이 아니다. UAE(아랍에미레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연합군으로 결성되어 예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예멘 내전에 참전하는 UAE 지상군 중 상당수가 특수전 부대원인데, 한국의 아크부대가 UAE특수전 부대에 대한 교육 훈련을 맡고 있다. 한국은 UAE에 아크부대를 파견하고, 방산 수출을 확대하면서 사실상 예멘 내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UAE는 군사기지 옆 아바리아 반도에 최초의 원자로를 건설 중인데 이곳은 광대한 근대화와 군대활동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 원자로 건설에 한국이 참여하고 있다. 파병을 통해 지역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UAE군대를 훈련시키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한국, 원자로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은 중동 지역의 평화를 만드는 일원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UAE파병은 헌법에 명시된 국제평화 유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지역 패권을 둘러싼 갈등에 연루되어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예맨 내전, 인도주의적 재앙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2,870만 예멘 국민 중에 국내 피란민이 365만, 예멘을 떠난 난민이 27만에 이른다. 전쟁 사망자만 10만 명에 가깝게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멘 전쟁 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예멘 데이터 프로젝트 (YEMEN DATA PROJECT)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20,330회의 공습이 있었고 그 중 군사시설이 아닌 곳으로 향한 공습이 13,327건에 달한다. 이는 공습의 반 이상이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인들에게 향했음을 의미한다. 2018년 10월 11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예멘에서 민간인을 노린 공습을 중단하고 어린이 희생자를 낸 공격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전시 어린이 인권 문제와 관련된 사우디아라비아 심의 보고서에서 따르면 2015년 이후 3년 6개월 동안 최소 1천 248명의 어린이가 숨졌다.*2 2019년 말 현재, 예멘 전쟁의 민간인 사망자는 8,635명이며 부상자는 9,715명에 달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일상도 파괴되었다. 2017년 7월 27일,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는 공동성명을 통해 예멘의 콜레라 환자 수가 40만에 육박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지만, 2018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Weekly epidemiological record, 2019년 11월 29일자)에 따르면 2018년 예멘의 콜레라 감염자는 37만 명, 사망자는 512명에 달한다. 2년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보건 시설과 상수 시설이 모두 파괴된 결과이다.
유엔 어린이기금(UNICEF)이 2019년 9월 25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으로, 36만 명에 달하는 5세 이하 예멘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고 1,230만 명의 어린이들에게는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시스템의 파괴와 함께 어린이들의 미래도 파괴되었다. 2015년 3월 이후 분쟁이 고조된 후로 학교를 중퇴한 어린이는 50만 명이며, 이들을 포함해 약 2백 만 명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 학교를 그만둔 어린이들은 노동 착취, 강제 군 입대, 조기결혼 등 성장의 기회가 박탈된 폭력과 빈곤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예멘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더 이상 집에서 앉아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폭격이 일어날지 몰라 어디에도 나갈 수 없었다. 음식, 전기, 가스, 일자리, 학업,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호흡마저도 빼앗아 가버린 시간을 보내며 삶을 살고 있다고 차마 생각하기 어려웠다. 내가 가진 권리들을 되찾고 싶었다.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은 너무나도 많은 권리들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영문도 모른 채 겨우 살아남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예멘난민 야스민)*3
한국으로 온 예멘인들은 위협이나 이익을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삶의 위협으로부터, 강대국에 의해 장기전이 되어버린 전쟁이 만들어낸 일터와 삶터의 파괴로부터, 인간성이 말살된 일상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한국산 무기
한국산 무기는 예멘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다.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나라들로는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이라크, 불안정한 인도네시아, 분쟁과 진압이 계속되는 터키 등이 있다. 또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최루탄들이 국경 밖 권위주의와 독재 정권 국가들로 수출됐다. 1991년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최루탄은 민주화 열기를 탄압하고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유혈 진압하는데 쓰였다. 150발의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에 수출되었고, 2010년 아랍의 봄 이후 반독재 민주화를 외치는 바레인 시위대를 향해 사용되어 어린이와 노인, 청소년 등 최소 39명에서 최대 200명이 사망했다.*4 터키에서는 한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5
수출된 무기는 최루탄뿐만이 아니다. 2018년, 2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터키 아프린주 공습에 한국산 전차가 사용된 영상이 발견되었고, 2017년에는 시리아와 이라크가 한국산 제조 탄약을 소유한 해외 보고서가 발견되었다.*6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KIA 차량의 군사기술이 사용된 것이 발견되었다.*7 나이지리아 정부는 1983년부터 2006년까지 3만 3천개 이상의 한국 소총을 구입했고, 나이지리아 내 비무장 그룹이 대우의 K2 자체 탑재 소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8
확산탄(Cluster Bomb, 집속탄)은 하나의 커다란 폭탄 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이르는 작은 폭탄을 설치해 흩뿌리는, 광범위한 지역에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히는 산탄형 폭탄으로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불발탄을 남겨 대인지뢰처럼 심겨져 있다가 접촉하는 민간인에게 주는 피해가 극심해 대표적인 비인도무기로 손꼽힌다. 이와 같은 확산탄의 비인도적 특성 때문에 확산탄금지연합을 중심으로 확산탄 금지 운동이 활발히 벌어졌고 2008년에 확산탄의 생산, 사용, 이전 및 비축, 또 이에 대한 일체의 재정적 지원을 금지하는 “확산탄금지협약(CCM :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이 채택되었으며, 현재는 유럽 22개국을 포함한 119개국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확산탄 생산과 사용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국제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특수한 안보 상황을 이유로 협약 가입을 미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에는 한국 최대 공적 기금인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연금지급을 위해 국내외 주식투자를 하며 기금을 운용한다는 명분하에, 세계 8대 확산탄 생산기업으로 비난받고 있는 한화와 풍산에 비윤리적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9
평화의 기대감으로 시작한 21세기, 그러나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8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은 1조 4,410억 달러에 달했으나, 탈냉전 시기로 접어들며 계속 감소하여 1998년에는 최하(745억 달러)로 떨어졌다. 2,000년에는 55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2번의 전쟁과 냉전구도를 종식시킨 독일 통일에 이은, 탈냉전과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21세기의 출발점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전 종식과 함께 21세기 직전 글로벌 위기와 함께 급락세를 유지했던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2000년에는 99년 대비 3.1% 오른 7천 980억 달러로 증가했고, 2004년에는 1조 달러로 오른 데 이어 2008년에는 1조 4천 6백억 달러로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8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을 넘어섰다. 2017년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1조 7390억 달러에 이른다. 1인당 지출 비용으로 환산하면, 전 세계 인구가 국방비에 230 달러(약 24만 7500 원)를 쓰고 있는 셈이다. 국방비 지출이 늘었다는 것은, 더 많은 무기가 사고 팔리고 쓰였다는 것을, 더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40년째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갈등을 조사 연구해온 ‘웁살라 갈등 데이터 프로그램'(Uppsala Conflict Data Program)은 한 지역에서 유혈 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1000명을 넘기면 전쟁으로 규정하는데, 조사 결과 21세기 들어와 해마다 10개 안팎, 총 120개의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이 가져온 참혹한 숫자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이라크, 이란을 지목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이라 규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세계 평화’를 명분으로 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그 후로, 17년이 흘렀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왓슨 연구소는 2011년부터 35명의 학자, 법률가, 인권운동가가 ‘전쟁 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의 이름으로 모여 9/11 이후로 발생한 전쟁 비용과 피해 등을 조사해오고 있다. 2018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폭격 등으로 죽은 사람은 약 50만 명(48만~50만 7천명)에 이른다.
9/11 이후 전쟁 사상자 현황(COSTS OF WAR PROJECT, 2019년 11월 13일자 보고)*10
-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2001년 10월~2019년 10월), 이라크(2003년 3월~2019년 10월),
시리아(2014년 9월~2019년 10월), 예멘(2002년 10월~2019년 10월)
Neta C. Crawford and Catherine Lutz2 / 2019년 11월
* 이 표는 데스크탑 모드에서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구분 |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 이라크 | 시리아*11 | 예멘*12 | 기타 | 총계 |
미군*13 (US Military) |
2,298*14 | -*15 | 4,572*16 | 7 | 1 | 136 | 7,014 |
국방부 민간인 (US DOD Civilian Casualties) |
6 | - | 15 | 1 | - | - | 22 |
미국 계약업체 (US Contractors) |
3,814 | 90 | 3,588 | 17 | 2 | 439 | 7,950 |
자국군/경찰 (National Military and Police) |
64,124 | 91,29 |
48,337- 52,337*17 |
51,483*18 | - | - |
173,073- 177,073 |
기타 연합군 (Other Allied Troops) |
1,145 | - | 323 | 11,000*19 | - | - | 12,468 |
민간인 (Civillians) |
43,074*20 | 23,924*21 |
184,382- 207,156*22 |
49,591*23 | 12,000*24 |
312,971- 335,745 |
|
반군 (Oppositions Fighters) |
42,100*25 | 32,737*26 |
34,806- 39,881*27 |
67,065*28 | 78,000 |
254,708- 259,783 |
|
기자/언론인 (Journalists/Media Workers) |
67 | 86 | 277 | 75 | 31 | 536 | |
인권/NGO활동가 (Humanitarian/NGO workers) |
424 | 97 | 63 | 185 | 38 | 807 |
총계 | 157,052 | 66,064 |
276,363- 308,212 |
179,424 | 90,072 | 575 |
769,549- 801,398 |
천 단위 반올림 | 157,000 | 66,000 |
276,000- 308,000 |
179,000 | 90,000 | 600 |
770,000- 801,000 |
*구체적인 이름 사상자 수 등이 명기된 일부 각주는 번역하지 않음
2011년 미국이 개입해 8년째 끝나지 않고 있는 시리아 내전. 영국의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2014년에는 사망자가 15만을 넘어섰고 지난 3월 15일부로는 37만 명을 넘어섰다. 행방불명된 18만여 명을 고려하면 사실상 50만 명이 시리아 내전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