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여

[기고] 영국의 '스톱 펀딩 헤이트(Stop Funding Hate) 캠페인

 

2019년 상반기에는 난센 자원활동가들로 구성된 리서치팀에서 난민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그룹활동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난센 활동가들이 활동하면서 절실히 필요했고 궁금했지만 바빠서 찾아볼 수 없었던 주제들을 정하여 자원활동가님들께 조사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 결과물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다만 고민스러웠던 이슈들을 함께 배우면서, 이후에 누군가가 탐구를 이어갈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리서치에 참여해주신 자원활동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들은 주제별로 일주일에 한번씩 참여 코너에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 이 글의 내용은 난민인권센터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리서치팀의 두번째 주제였던 "해외의 난민 혐호 대응 사례"를 소개합니다. 작년을 거치면서 유례 없이 무분별하게 증폭된 난민 혐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해외에서는 난민/이주민 혐오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는지 그 선례를 찾아보고 한국사회에서도 시사점으로 삼고자 리서치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사례로 영국의 난민 혐오 대응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  "영국의 '스톱 펀딩 헤이트(Stop Funding Hate) 캠페인"   

      ∨  "남아공 정치인의 외국인 혐오 담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성공적 대응"

 
[기고] 영국의 '스톱 펀딩 헤이트(Stop Funding Hate) 캠페인 

 

글 : 자원활동가 구소연

 

 

2018년 제주도를 통해 예멘출신의 난민 500명이 입국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난민이슈는 순식간에 한국사회의 주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머나먼 이국의 땅의 일인 줄로 알았으나 실은 난민이 우리 곁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랐고, 특히나 500이라는 숫자는 혹자에게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난민의 존재조차 낯선 우리사회는 난민을 어떻게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논의를 하기보다는 난민의 존재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갈등이 심화되었고, 그 와중에 난민에 대한 날선 공격이 이어지며 난민혐오는 난민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난민혐오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2015년 유럽의 난민위기가 발생한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도 난민혐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Stop Funding Hate는 이러한 난민혐오에 맞서기 위해 조직된 NGO입니다. Stop Funding Hate는 직원이 셋 뿐인 작은 단체로, 언론을 압박함으로써 언론으로부터 소수자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난민혐오의 주체와 목적은 다양하고, 따라서 그 양상도 다양합니다. Stop Funding Hate는 여러 난민혐오의 주체 중 언론에 주목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다양한 연구기관의 보고서와 논문을 소개합니다.

 

Leicester 대학 혐오연구센터(Leicester University’s Centre for Hate Studies) : “언론은 이민자를 대상으로한 혐오범죄를 촉발(fuelled)하고 정당화한다.”

캠브리지 대학 : “무슬림 커뮤니티를 다루는 주요 언론이 영국내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데 기여한다.”

 유엔난민기구 : “유럽의 5개 국가 중 영국의데일리 메일(Daily Mail)과 더 선(The Sun)이 이주민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보인다."

 The Media and Muslims in the UK : 특정 언론이 무슬림을외부자'로 다루는 한편, 무슬림을 테러와 연관짓고 영국 내 무슬림의 존재를 내부에 도사린 위협으로 주장한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서방세계와 이슬람의 전쟁으로 치환하며, 영국의 테러위험 수준을 과장하여 보도한다.

 

Stop Funding Hate는 언론이 난민을 비롯한 소수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이유를 자본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특히 온라인 뉴스는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해 많은 클릭 수를 유도해야 하므로 기사의 헤드라인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쓰는데,  이 과정에서 난민을 비롯한 소수자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에 Stop Funding Hate 동일하게 자본의 관점에서 난민혐오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make hate unprofitable”이라는 기치 아래 소수자를 왜곡하여 보도하는 언론사에 기업이 광고를 싣지 않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캠페인 내용은 첫째,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의 광고주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수준의 불매운동을 넘어, 캠페인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레고, 바디샵 등 광고주의 물건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광고주의 홍보용 SNS나 이메일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광고주를 압박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광고주의 홍보정책을윤리적 광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합니다.

 

둘째, 왜곡 보도를 일삼는 신문사(데일리메일, , 데일리익스프레스)를 선정하여, 해당 신문사에 광고를 하지 않는 윤리적 광고주의 목록을 작성하여 온라인에 공개합니다.

 

셋째, 데일리메일, , 데일리익스프레스의 광고사진을 캡쳐하여 광고주의 트위터로 사진을 보내고 ’@stopfundinghate’를 붙입니다.

 

Stop Funding Hate에 따르면 캠페인은 상당히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캠페인 런칭 비디오는 600만뷰를 기록하면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얻었고, 레고, 바디샵, 플러스넷, 페이퍼 체이스 등의 기업은 데일리익스프레스에 광고를 중단하게 됩니다. Stop Funding Hate데일리익스프레스의 경우, 2016년에 이주민을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가 약 70여개였으나, 2018년에는 3개로 급감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Stop Funding Hate 캠페인의 성과일수도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요소, 예를 들어 영국 내 이주민에 대한 전반적 여론의 변화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Stop Funding Hate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합니다. 캠페인이언론 검열'에 진배없다는 지적이 있고, 광고주가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Stop Funding Hate의 캠페인이 효과적이고 모범적이라 역설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몇가지 시사점을 도출함으로써 국내의 상황에 적합한 혐오대응캠페인을 구상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영국과 한국의 상황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영국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에 있어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브렉시트의 주요 배경으로 이주문제를 꼽았습니다. 때문에 일견 영국과 한국 모두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므로 두 국가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이주민의 급감에 따라 다양한 경제문제가 부각되면서 영국내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다소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일례로 2019년 여론조사에서 37%의 영국인이 이주민을 수용함으로써 발생한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고 응답하였으며, 28%의 영국인은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유럽의 주요 국가 중 가장 호의적인 반응입니다. 또한 제국주의 배경을 지닌 영국의 이주의 역사와 규모, 담론은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동일한 내용의 캠페인이라도 두 국가에서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과 한국 시민의 사회활동참여도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다 난민이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캠페인 참여자의 숫자가 영국보다 상당히 저조할 것이고, 따라서 캠페인의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Stop Funding Hate의 캠페인은 몇가지 특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소수의 실무자로 진행이 가능하며, 둘째, 참여방법이 쉽고 단순해 시민의 참여가 용이하고, 마지막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광고주와 신문사를 효과적 압박할 수 있습니다. , 비용 대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굳이 동일한 내용의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Stop Funding Hate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기술하였듯 언론의 자유와 소수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Stop Funding Hate 웹사이트 : https://stopfundinghate.info/

 

 

 

 

난민인권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