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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기고] 고난의 끝

 ※ 난민인권센터에서는 한국사회 난민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고자 참여작가를 모시고 있습니다. 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refucenter@gmail.com

※ 본 게시물은 한국 거주 난민의 기고글로 난민인권센터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문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난민인권센터와 저자의 허가 없이 무단 편집, 사용이 불가합니다. 

 

 

사라

 

 

 

나는 파키스탄에서 왔다. 27살이다. 2012년 꿈을 안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오게 되었다. 처음엔 안전한 미래, 자유에 대한 희망, 그리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안고 있었다. 그때는 최악의 악몽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온갖 투쟁과 고난, 재판, 실패,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게 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우리 가족은 파키스탄에서 종교적 믿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더 이상 그 곳에서의 악몽과도 같은 삶을 다시 겪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른 형태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건 난민신청을 한 뒤에 일어났다. 우리는 드디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평화로운 삶을 시작하여 공부하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우리가 한국 정부의 노예로 전락할 줄은 몰랐다. 난민신청을 하면서 일할 권리와 공부할 권리를 포기해야 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사항에 복종하며 언젠가는 삶의 어둠이 사라지고 행복하고 밝은 날이 오리란 희망 하나에만 기대야 했다. 삶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우리에겐 한국에 머무를 권리는 있었지만, 그 외의 기본권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일하고 공부하며 압박감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란 희망 하나에만 기댄 채 기다리기만 하는 건 내게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가족에게 항상 똑같은 질문을 던졌고, 우리는 답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우리가 왜 한국에 있는지, 왜 우리 가족은 터전을 옮겨야 했는지,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누가 도와주는 것인지,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물어본다. 가끔은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 냉장고와 서랍 안을 확인한다. 우리 가족이 무슨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살림살이를 확인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할 때면 정말 절망적이다. 도대체 왜일까?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우리는 다만 정의와 평화를 보장받는 삶을 희망하여 한국에 왔을 뿐이다. 도대체 왜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지위를 얻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괜찮은 직업을 얻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는가? 왜 공부조차 할 수 없는가? 왜 한국 사회의 일부가 되지 못하는가? 왜 한국 정부는 우리 가족을 보통의 시민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나? 왜 정부는 난민신청자에게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나라에 머물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이토록 꺼리는 것인가?

 

ⓒ Refugee art project

 

나는 사실 답을 압고 있다. 우리 가족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한국인과 외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항상 사람들은 예외 없이 우리 가족을 쓰레기로 취급하고 쓸모없다고 여기며 위험하다고 본다. 우리 가족이 파키스탄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곳에 머무르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사실 때문인가? 우리 가족은 사람이 아닌가? 난민신청이 범죄행위인가?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서 인권을 중요시할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지 없는지 결정하는데 왜 5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 것인가? 왜 한국 정부는 지난 5년간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을 보지 못하는가? 우리 모두 어떠한 기쁨도 행복도 없이, 휴가나 명절을 즐기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는 또래 여자애들이 그렇듯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얻은 건 우울증뿐인데 자나 깨나 우리 가족과 형제의 가족, 그리고 저의 법적 지위와 ‘일상적인 삶’을 누릴 권리만을 생각하느라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어떻게 한국 정부에 내 마음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 출국명령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일에 지쳤다.

 

올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는 인도적 체류 비자를 받았다. 그렇지만 난민 지위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한국 정부가 우리 가족이 종교적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지지해주길 바란다. 나는 밤낮으로 가족과 함께 오빠, 새언니, 네 명의 조카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길 바라고 있다. 오빠와 새언니는 먹여 살려야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어떤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작은 머리와 아름다운 눈동자로 꿈꾸는 모습이 나를 더욱더 슬프게 한다.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우리 가족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한국에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언젠가는 밝은 미래가 와서 우리의 이 모든 어려움, 시험, 분투, 공포가 물러가고 행복과 평화와 꿈을 좇으며 살아갈 자유가 오기를 희망한다.

 

 

번역 : 김윤정

감수 : 고은지, 구소연

 

 

 

원문보러가기: https://nancen.org/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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