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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난민신청자가 된 이집트 언론인
아미라
2011년 1월 28일 아침에 눈을 뜨자 저는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나라의 모든 부당함과 부패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저는 혁명에 가담했고 그 후 7년 동안 모든 체제에 만연한 부정에 맞서 평화적 투쟁을 했습니다. 이 투쟁은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많은 시민이 농성과 시위를 통해 모든 부당함에 반대하는 정치적 행동을 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집트에서 온 아미라입니다. 언론인이자 비혼모로 두 딸 에이미와 라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패하지 않고 정의로운 환경과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혁명에 가담했습니다. 저와 아이들이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지만, 이집트 당국은 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습니다다. 2016년 4월 10일, 저는 정부가 티란섬과 사나피르섬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팔아버리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처음으로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두 섬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매각하려 한 혐의로 시시 대통령과 수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집트 의회는 시민이 원하지 않는데도 모든 법을 위반하고 섬을 파는 데 동의했습니다.
2017년 6월, 저는 체제에 저항했던 다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또다시 체포되었고 두 달간 감옥에 있다가 석방되었습니다. 몇 달 뒤 저는 시시 대통령이 모든 반대 세력들에 대한 보복을 위해 공포한 새 법안에 따라 제 사건이 이집트 공안 당국에 송부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새 법안이란 항소나 반대 없이 그의 집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미래는 위협 속에 살아가거나 수년간 감옥살이를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 The refugee art project
5개월 후, 저는 큰 결심을 했고 제 삶의 경로가 바뀌었습니다. 이날은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집트를 떠나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게 된 것입니다. 저와 두 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는 불가피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정치적 난민 지위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두 딸을 보호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공항에서 며칠을 대기하다 올해 3월 마침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한국은 아름다웠고 저는 비로소 안전하게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소박하고 점잖습니다. 법치국가. 이것이 제가 저와 제 딸들을 위해 바라던 모든 것입니다.
하지만 곧 저는 한국에서 수많은 난민신청이 비합리적인 이유로 거부됨에 따라 난민신청자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수년째 싸우고 있는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난민신청자 중 다수가 난민 지위를 얻을 자격이 충분한데도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5%가 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The refugee art project
이제 저는 또다시 누군가의 손에 저의 권리가 좌우되는 상황에 부닥쳐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타국에서입니다. 저는 늘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 묻곤 합니다. 난민 신청은 우리의 숙명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난민신청이 필수적이었기에 난민 인정을 받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들처럼 제 난민신청 또한 이유 없이 거부된다면, 그땐 저와 제 딸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요?
번역 : 편세정
감수 : 고은지, 구소연
원문보러가기: https://nancen.org/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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