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에서 국제개발협력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규리입니다.
난민법•출입국관리법 개정과 관련하여 제 의견을 전하고자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난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이 굉장히 컸어요. 자연도태설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자연도태설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구의 인구 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한다는 말이에요. 자연이 스스로 과잉 생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파하고, 외면받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국제사회의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에 있는 난민인권센터에서 2주간 인턴십을 했어요. 2주가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은 제가 현재의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되었고, 편견을 깬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동안 국내에 있는 수많은 난민의 이야기를 접했고, 실제로 난민을 만나보기도 했어요.
지금은 매우 부끄럽지만, 저도 한 때 다르다는 이유로 난민을 비롯한 국내에 있는 외국인을 싫어할 때가 있었어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저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것이 싫어서 색안경을 끼고 쳐다봤었어요. 그런 시선을 없애주던 것이 난센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의 제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난민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밝은 모습이었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때 느꼈어요. 아, 이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말이죠. 더 이상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난민의 경우를 접하면서, 그에 대해 배우면서 강제송환이나 통역 과정에서의 오역 등의 사건을 접했어요. 난민은 인종•정치•종교적 등의 이유로 자국의 박해나 내전 등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타지로 이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한국으로 오는 것이 그들에게는 한 줄기 빛이었을 거예요. 그 작은 희망을 갖고 온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하고, 강제로 본국으로 송환하는 상황을 접하며 우리나라가 따스한 환대의 나라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먼 나라 한국까지 오는 것이 삶의 희망이었을 그들에게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더 그들을 힘들게 하는 법이 발의되다니요. 그들은 이제 어디에 의지하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요?
장관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난민에게 보다 더 따스한 환대를 하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하루아침에 그리 되긴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함께 한다면 조금씩 바뀌어 나갈 거란 것을 압니다. 다시금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권리를 생각하며 진정으로 법이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그들의 손을 뿌리치지 말아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
2019년 4월 14일
김규리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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