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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6. 안녕하세요, 박경주입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께


 지금 저를 둘러싼 어떠한 법 하나가 없어지거나 혹은 새로 생겨난다고 해도, 제 삶은 결코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면 저는 시민/국민으로서 어느 정도의 ‘현상될 권리’와 저를 재현/대표해줄 ‘정치체(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리 크지는 않더라도) 한곳에 정주하며 축적한 사회/문화/경제자본은 법의 영향력에도 삶이 덜 “휩쓸리도록” 하는 기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물론 이를 맹신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난민과 국민사이’의 거리는 절대 멀다고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관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난민이라는 지위/조건에 놓인 이들은 다릅니다. “떠나왔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상황과 함께 그들에게는 법의 영향력을 막거나 버텨낼 ‘재간’이 없기에(더 정확히는 제가 국민으로서 갖고 있는 ‘기반’을 한국사회는 그들에게 절대 허락하지 않기에) 법은 그들의 삶/생명에 대하여 “살리거나 죽이는” 혹은 “죽게 내버려두거나 (잘)살게 하지 않는” 등의 지대한 힘으로써 관철됩니다. 그리고 이와 꼭 같은 이유로 법은 그들의 삶의 존속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보다) 절실한 삶이 걸린 문제가 되는 것이겠고요.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난민법은 이러한 난민들의 삶/지위를 보장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독소/예외조항’(예: 44조)들은 난민법/제도 전체를 갉아먹을/갈아엎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치며, 난민(비호권을 주장하는 이)들의 삶을 (이미 충분히)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개정(改正)해도 모자랄 판에 개악(改惡)한다는 법무부와 몇몇 국회의원들의 입장은 정말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저와 장관은 다른 한국을 살고 있는 걸까요?


 작년 몇몇의 난민분들에 의해 시작된 단식농성을 장관도 익히 아실 겁니다. 저도 3번 정도 농성장을 찾아가보았습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 중 하나는 만삭의 몸으로 출산 당일까지 목소리를 이어가던 한 난민분의 모습입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내고 있었을까요? 이와 함께 제가 읽거나, 들었던 난민분들의 말들 중 지금 떠오르는 문장들을 장관께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묻고 싶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난민들은 법을 어기면서 생(명)을 이어가거나 법을 지키면서 (굶어)죽어가는, 두 상황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내 발이 마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음’ 자체가 불법이 되어버리는, 삶을 찾기 위해 힘겹게 도착한 비호국에서조차 안전한 ‘삶자리’를 갖지 못하는, 이분들에게 법무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법무부장관으로서 이분들의 삶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계신가요? 작년 한해를 지나며, 장관께서도 많은 고민과 걱정 때로는 ‘위기/두려움’을 겪으셨을 줄로 압니다. ‘복수의 국민들’안에서 ‘난민반대’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나타났으니까요. 그러나 복수의 국민들안에는 도리어 난민에 대한 정부의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태도를 문제 삼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마시고, ‘함께 살아감cohabitation’을 더 설득해주시고 장관으로서 위험부담을 지더라도 더 대화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난민법을 지금보다 더 나은 난민들의 삶을 위해 ‘개정’해주시길 시민으로서 명령하며 부탁드립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2019년 4월 13일

오키나와 読谷村에서 시민 박경주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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