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그리고 우리민족의 법무부 장관이신 박상기 장관님.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우리민족을 살피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편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난민의 정부였습니다. 100년 전 언제 올지도 모르는 해방을 기다리며 타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국은 이를 승인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폭력으로 민족을 수탈한 이들은 상하이의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대한의 독립은 바로 우리가 받았던 지원을 가장 값지게 높이는 일이자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전쟁 난민의 나라였습니다. 스스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해외의 원조는 그야말로 생명이었습니다. 삶의 터를 빼앗겨 힘이 없어 다른 나라의 돈을 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우리의 과거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선 것이 그 원조를 가장 값어치 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원조가 세상을 빛나게 하는 인류의 가능성임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금도 브로커에 의한 가짜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입니다. 그러나 압제 속에서 신음하는 민족의 처지를 볼 수 있는 우리의 눈은, 사람은 가짜가 될 수 없음을 알게 했습니다. 브로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탈주민이 될 일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행정상의 미등록이 기준이 아니라, 사람의 존귀함 앞에 함께할 수 있게 하는 행정의 힘을 꽃피웠습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법은 그 나라 사람들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창입니다. 지난 9일부터 또다시 난민에 대해 ‘브로커’, ‘가짜’, ‘허위’, ‘체류수단’ 등으로 표현하는 기사들이 하나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무장단체, 게으른 기회주의자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지워졌을 것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역사 앞에서 법이 바로 서 있을 수 있다면 우리의 기준은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상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과 같은 삶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3.3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계 경제 속에서 어느새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미래세대의 자원을 끌어와 소비하며 삶을 누리고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세계 경제 속에서 이제 난민은 이벤트와 같은 사건이 아닙니다.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전 세계 난민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 탓이 아니라, 일제가 우리에게 이득을 취해갔듯, 지금의 세계 경제 속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나라가 어떤 난민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이제 세계의 역사 속에서 시험의 무대 위에 오르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 앞에서 민족의 비극에 원조를 해준 세계와 함께 오히려 인류의 가능성을 드높인 대한민국이 서있습니다. 난민이 된 이들을 위한 지원이 인간의 존엄을 세우고 이는 다시 다른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힘으로 선순환 된다는 산 증거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법은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응답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난민 역사 속에서 경험한 세계의 응답은 이미 갖춰진 사람, 입맛에 맞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할 수 없는 사람,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자리로 와 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렇게 한다면 이 땅에서도 다시 또 다른 해방과 사람의 힘이 피어날 것입니다. 그 일이야말로 민족의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의 영광을 수호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자기 나라를 떠나 그렇게 밖에 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편에 서주는 법을 통해,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이 민족에게 그리고 전 세계에 예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에 많은 것을 갖게 되어 그것을 쥐고 있으려는 두려움에 대한 응답이 아닌, 역사 속에서 빛날 난민법을 선택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람이 살아서 함께 살리는 법을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우리다울 수 있는 법의 모습을 부탁드립니다.
2019년 4월 1일
대한민국의 국민 이광문 올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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