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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난민법 개악반대] 법무부 주도 난민법 개악 STOP!




원칙을 무너뜨리는 난민법 개정


지난 3월, 법무부장관은 '난민법 악용을 막기위해' 난민법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입법 예고를 앞둔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에 국회의원들이 내놓았던 개정안들보다 심각합니다. 이 또한 개정(改正)이 아닌 개악(改惡)입니다. 


난민 심사의 벽은 높아지고, 강제송환은 더욱 손쉬워지며, 난민신청자들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축소됩니다. 이런 규정들은 결국 난민을 합법적으로 불법의 범주에 놓아 손쉽게 송환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난민법이 이렇게 바뀐다면,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난민법은 이제 난민을 통제하고 추방하기 위한 법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작년의 난민반대 '국민 여론'은 가짜뉴스를 통해 조성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작년 말 한국의 난민을 향한 혐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공정한 난민심사절차의 부재, 극도로 낮은 난민인정률, 절차안내의 부재 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난민의 권리를 축소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데에는 작년 예멘 난민 이슈로 인해 조성된 혐오 여론에 편승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대응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난민심사제도에 공정성과 정당성, 전문성을 보강하는 대신 법무부는 이런 안을 내놓았습니다.



간략히 보는 법무부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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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딱 보니 난민이 아니네" 

난민심사의 진입 벽은 더 높게!



 1) 난민심사 전 난민심사제도로 신청 장벽 높여 심사기회 박탈


정부는 현재 출입국항에서만 이뤄지는 사전심사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출입국항에서는 이미 사전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100명 중 90명은 정식의 심사기회도 받지 못하고 내쫓겨야했습니다.[각주:1] 사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대부분 신청자들은 '난민신청자'로도 인정받지 못한 채 공항에 갇혀있어야 했습니다.


출입국항의 사전심사제도는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될 경우의 위험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예고를 무시하고 사전심사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난민법 도입취지를 몰각하는 것입니다. 국제적 기준 역시 난민협약 가입국은 모든 난민신청자에게 정식의 난민심사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고, 설령 사전심사가 도입되더라도, 그 대상은 난민신청자가 이미 안전한 제3국(safe third country)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경우에 국한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각주:2] 따라서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은 난민협약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전심사 대상자 (3주 안에 심사종료, 이의신청 기회 없이 출국조치 가능) 

  • 재신청자
  • 외국인 보호소에서 난민신청하는 경우
  • 범죄인 인도허가 결정을 받은 후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
  • 다른 국가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
  • 부적격결정 또는 불인정결정을 받은 사람의 미성년 자녀


사전심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정부가 '난민이 아니'라고 일괄 판단하는 사람들입니다. 재신청자, 외국인 보호소에서 난민신청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 재신청자, 무조건 난민이 아니다?


매년 5%를 넘기지 못하는 난민인정률. 한국에서 난민인정 받지 못한 95%이상의 신청자들은 난민이 아니었을까요? 대부분의 신청자가 본인의 난민신청사유를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심사과정에서 통지를 받지 못해 심사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종료되어 버리기도 하고, 유일한 심사인 면접이 심사 공무원에 의해 조작되어 제대로 된 심사한 번 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 소송에서도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다시오지 않는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든 절차가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제3국에 난민신청할 수도 없는 사람들은 다시 심사를 요청하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습니다. 


법무부는 재신청자에 대하여는 '남용적 난민신청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인 외국인등록증을 회수, 취업허가 금지, 신속하게 심사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재신청자에게 원칙적으로 사전심사를 거치게 한다는 것은 '공들여 심사하지 않고 내보내겠다'는 뜻입니다. 마치 심각한 심사적체를 난민신청자를 쫓아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듯 보입니다.


 - 난민의 개념을 무시한 심사기준


한국의 난민심사에서는 입국시 어떤 유형의 비자(취업비자, 교육비자, 관광비자 등)를 가지고 있었느냐, 난민신청을 언제 했느냐 등이 '진짜 난민'을 가리는 요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난민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입국 후 바로 난민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든지, 입국 시 비자가 취업비자였으므로 난민신청이 '더 일할 목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난민의 개념 자체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신청 정보 및 필요성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마지막 선택지로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난민신청제도와 절차에 대한 정보제공이 되지않는 한국에서 이러한 난민신청을 당사자의 탓으로 돌리고 심사의 문을 닫는 것은 한국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호소에 수용된 이후에 난민신청하는 경우에도, 신청의 장소 및 시기와 관계없이 '본국에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난민신청서를 접수한 후, 난민신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필요한 13만원이 없어 단 하루 취업허가 없이 일을 하다가 단속되어, 구금된 사례도 있습니다'감옥과 다를 바 없는'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수용환경을 견뎌내면서까지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신중히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범죄인 인도허가 결정을 받은 사람들은 어떤가요? 이들 중 오히려 난민으로 보호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국적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난민협약상의 책임입니다. 


국교를 믿지 않으면 테러범으로 누명을 씌워 박해한다는 국가정황이 분명함에도, 난민지위를 인정하기는 커녕 "본국에서 돌려보내라고 했다"는 이유로 당사자에게 아무런 설명과 절차제시도 없이 강제로 송환해버리려던 정부입니다. 이 규정을 명문화해서 쉬운 송환의 근거를 만드는 시도는 법무부가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 보호의 책임을 등져버리겠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사진) 외국인'보호소'이지만 무기한 구금시설.






2.

점점 더 쉬워지는 강제송환.

난민법은 난민 내쫓는 법?


[난민법 개정안]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된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고 국가공동체에 위험한 존재가 되는 사람,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하는 경우 강제송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난민신청자의 지위 이외에는 다른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으로서 「난민법」제5조의2에 따른 부적격결정을 받은 사람 출국명령

-난민신청자의 지위 이외에는 다른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으로서 「난민법」 제18조의2에 따른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은 이후 제1심 소송에서 소 각하‧청구기각 판결을 선고 받거나 소취하‧소취하 간주된 사람 출국명령

-난민신청자의 지위 이외에는 다른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으로서 난민불인정결정이 확정된 사람 출국명령 



이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출입국관리법을 통해 이미 행해지고 있던 강제송환을 난민법에도 넣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설되는 규정의 ‘국가 안보에 위험’ ‘중대한 범죄’ ‘국가공동체에 위험한 존재’ '공공질서를 이유로 하는 경우'라는 말만큼 모호한 말이 없습니다. 특히 송환되어 버리면 더 이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고, 송환절차도 적법하게 정해져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규정은 이미 오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오용될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강제로 끌려가고, 기약 없이 구금되어 있을 바에야,  차라리 가족이 있는 본국에서 구금되는게 낫겠습니다.

 

난민심사 이의신청결과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에 출입국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송환될 뻔한 소란(가명)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도 강제송환을 하려 한 법무부와 그것을 막아주지 않는 법원에 마음 아파야 했습니다. 송환시도의 이유도 모른 채, 인천공항 출국장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져 구금된 채 두 번의 생일을 보냈습니다. 소란에게 한국에서의 경험은 박해의 두려움만큼이나 고통스러워습니다.



증거가 없어도 ‘국가 안보에 위험’하다는 말 한마디면 송환


난센은 출입국항에서, 그리고 멀쩡히 입국하여 난민신청절차를 밟고 있던 사람이 얼마나 손쉽게 송환되는지를 봐 왔습니다. 박해를 피해 본국을 떠나온 난민이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권리가 ‘강제 송환되지 않을 권리’임에도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와 난민보호의 사이에서 늘 출입국관리의 손을 들었습니다. 본국 정부로부터의 박해를 사유로 난민신청 한 사람에게 ‘본국에서 송환 지시가 있었다’며 송환하는 것이 한국 정부 난민 제도의 민낯 입니다.


또 이런 경우 강제송환의 사유는 본인에게 통지되지 않았습니다. 가까스로 송환을 막은 후 도대체 왜 돌려보내려고 했느냐는 난센의 질문에 “조사사항 및 개인정보가 포함되어있으니 상세 답변이 어렵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어서”가 빈약한 답변이었고, 그 위험성 판단의 증거는 본인에게도, 재판에서 재판부의 종용에도 끝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루 만에 속전속결 이루어진 송환과정에서 소란은 난센과 변호사의 조력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도 알 수 없는 종이에 싸인을 해야 했고,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출입국공무원은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종이를 눈 앞에 대며 “본국에서 돌려보내라고 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예멘 난민, 시리아 난민도 불인정 받는 한국에서, 난민 불인정자 출국명령이라니!


국제사회가 시리아 난민과 예멘 난민에 주목하며 구호의 손을 내밀때, 한국에서는 예멘 난민도 시리아 난민도 난민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예멘, 시리아 출신 난민들은 일괄적으로 난민불인정 이후 재량에 의해 주어지는 '인도적체류지위'를 받았을 뿐입니다. 전 세계가 예멘에서, 그리고 시리아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도 한국에서는 아닌것만 같습니다. 그런 한국에서 난민불인정자 출국명령 규정을 만든다니요! 이것은 강제송환과 다름없는 상황을 수없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3.

더 불편하게, 위축되게

난민신청 절차에서 불이익 강화 



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 않아요~♪ 그러나 난민에게는 더 불편하며 불공정해집니다. 법무부는 개선이 필요한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를 되래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난민인정제도와 난민심사 공무원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난민의 책임으로 돌려 더 쉽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그것입니다. 



1) 난민신청 접수장소 제한


출입국공무원이 난민신청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위법한 관행이 현재진행중입니다. 이런 관행은 고쳐지지 않는데 오히려 난민신청 접수장소만 축소됩니다. 접수장소 제한은 행정청의 편의와 효율을 위한 것이지 난민신청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2) 폭넓은 난민신청 철회 간주 규정 마련


난민신청자는 체류기간 내에 적법한 이동의 자유가 있습니다. 제3국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체류기간 안에 출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국하는 경우 난민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마련해 1-2년 이상 마냥 심사를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난민신청자의 발을 묶고 있습니다. 


 2회 출석요구를 하고 응하지 않으면 난민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합니다. 난민면접은 현재 난민신청자에게 유일하게 진행되는 심사입니다. 1-2년 심사를 대기하다가, 출석요구 통지가 제대로 본인에게 도달하지 않아 면접일자를 놓히고 결국 불인정되는 등의 피해를 입는 신청자들이 많습니다. 섣부르게 철회간주 규정을 마련하기 전에 출석통지가 어떻게 하면 본인에게 잘 전해질지를, 기존 송달에 관한 법규정들을 준수하는 것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3) 결과통지를 본인 외에 대리인에게 할 수 있도록


1분 간격으로 왔던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전부였어요


난민면접을 2년째 기다리던 알라딘(가명)은 매번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부재중 전화 두 통이 그의 삶을 바꿔놨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알 수 없는 음성이 나와 광고인 줄 알고 끊었는데, 그게 면접에 나오라는 전화였다네요. 게다가 그 전화를 받지 못해 2년을 기다린 심사가 끝나버렸습니다. 



소송단계에서 위임장을 제출하는 소송대리인과 달리, 난민신청단계에서는 위임에 대해 명확히 표시하고 지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난민지위 인정여부 통지를 대리인에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통지를 간이하게 해서 빨리 심사를 종료시키고 통지에 관한 출입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읽힙니다. 이는 난민신청자가 이의를 제기할 불복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할 염려가 큽니다.



4) 위/변조 서류 제출시 형사처벌


난민이 제출한 문서가 문서가 위,변조되거나 사실과 다른 것이 기재되어 있으면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서류발급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위,변조 등에 책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타 국가 발급 문서가 위,변조 되었는지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난민 심사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어도, 박해의 위험이 존재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처벌규정은 난민신청자의 심사 받을 권리를 위축시킵니다.


 

5) 통번역 민간위탁


통번역 지원 업무의 민간위탁은 난민심사제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하는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난민심사제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법무부가 그 관리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합니다. 법무부의 제안대로 발주처인 법무부와 민간업체의 민관협력모델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작년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과 같은 일이 또 벌어졌을 때, 누가 책임을 지고 시정할 수 있는 것일까요? 난민신청자의 진술 한문장이, 그리고 그 문장에 대한 한마디의 통역과 기록이 난민신청자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고, 이들을 난민인정자로도 테러범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난민 심사 과정에서 전문적이고 세심한 통역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합니다.


외주화 이전에 법무부가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난민심사 통역인의 전문성과 역량, 인원을 확충할 수 있는지, 심사 주체와 통역인이 심사 과정에 어떻게 하면 공정하고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관리할 수 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그 방법과 시스템을 모색하는 일입니다. 이에 더불어 난민신청자가 겪게 되는 모든 법적 절차의 고지, 심사 결과 및  결정사유 통지 과정에서도 난민신청자가 충분히 그 과정을 숙지할 수 있도록, 난민인정신청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통역 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면접조서 조작사건이 왜 발생했고 어떤 시스템이 문제였는지 확인하고, 통역인 운영과 관리에 대한 책임감독을 어떻게 강화할지 제시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6) 1/3로 줄어드는 소송제기기간, 서류로만 진행하는 재판으로.


돈이 없어서 아빠만 소송을 했어요. 


캔디(가명)네 가족은 이의신청절차에서까지 난민불인정을 받고 소송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난민신청건에 대해 각각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터라, 소송비용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90일의 소 제기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비용을 구하려 애썼지만 결국 네 가족 중 가족 중 아빠만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 대표로요.


그러나 출입국에는 이런 사정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니 더 이상 체류자격을 얻을 수 없었던 캔디 엄마와 캔디, 캔디의 동생은 미등록체류로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난민 소송만‘ 소제기 기간을 30일로 단축한다는 것은 변호사 찾기도, 소송비용을 마련도 어려운 난민에게 소송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법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개정안은 난민신청자의 행정소송 제기기간을 9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일부 재판은 변론 없이 재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언어 장벽에, 비싼 소송비용도 마련해야 하고, 변호사를 구하기는 어렵고, 난민 사건에 대하여는 소송구조도 안 되는데다가, 법원 통역시스템이 미비한 상황. 나홀로 소송을 준비하기에 90일이라는 시간은 절대 긴 시간이 아닙니다.


어찌어찌 소제기를 하더라도 법원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산넘어 산입니다. 법원으로부터 발송되는 소송관련 문서들은 한국어로만 나옵니다.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어렵게 받은 법원의 문서가 소송인지대 청구서인지, 소송 기각 결정문인지, 한국어 사용자에게 물어봐야합니다. 주변에 알아볼 만한 곳이 없는 신청자들은 내용을 확인 못한 채 기한을 넘겨서 소송이 취소되거나 항소를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법원의 소송진행상황과 판결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법원 홈페이지 역시 한국어로만 운영하므로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난민신청자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그러니 본인이 출석해야하는 재판기일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상황에서 변론기회조차 없는 난민재판이 된다면 신청자들에게는 법원 절차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됩니다. 모든 재판은 구술변론이 원칙입니다. 난민재판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난민신청자도 가지고 있는 헌법상 권리이고, 실질적으로 이 권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치가 더욱 필요합니다.






난민신청은 모두의 권리입니다. 어떤 국가가 누군가를 보호할 의지나 능력이 없을 때, 그곳을 벗어난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국경을 넘어서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난민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난민법의 애초 의도와 난민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고, 배제하고 삭제하고,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 법무부 개정안. 이렇게는 안 됩니다! 


ACTION 1. 난민법 개악반대 서명하러 가기 !

ACTION 2.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하세요.



 * 이 글의 저작권은 난민인권센터에 있으며 

비영리목적으로 인용시에도 출처와 저작권자를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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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년 말 기준 [본문으로]
  2. *UNHCR, A guide to international refugee protection and building state asylum systems, 2017, pp. 163-167, 175-17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