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中
박상기 법무부장관님, 안녕하세요.
저는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에서 활동하며 난민인권센터 회원이기도 한, 한 사람의 시민, 문아영이라고 합니다.
저를 소개하며 잠시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시민”이라는 단어를 쓰며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거든요. “나는 시민인가? 그러한가?”
저의 이 머뭇거림 속에는 조금 더 긴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어찌하여 지금, 여기의 나는 시민이고 누군가는 시민이 아닌 것인가?”
누구도 태어나기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태어날 국가를, 부모를 선택하는 이도 없습니다. 삶은 그렇게 주어지는 것이거나, 우리는 그렇게 삶에 던져지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그 순간, 그 이의 자리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겠고요.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시던 난민분들의 모습, 제주의 거리위에서 잠을 청하시던 난민분들의 모습,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되었던 난민분들과 46번 게이트에서 지내고 있는 네 아이와 그 부모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 위에 겹쳐지는 저의 얼굴을 봅니다.
난민에 대한 혐오, “혐오할 권리”가 마치 존재하는 양, 확신에 찬 얼굴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던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과연, 그들이 배척하고자 하는 이는 누구이며, 배척하려는 이들로부터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공교육도, 법과 제도도, 혐오의 물결 곁에서 침묵하는 모습을 보며 촛불의 힘은 “단일한 우리”라 믿어지는, 그 실체없는 소속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인지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무부장관님. 2019년 바로 지금 이 시기에 그 자리에 계시게 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저는 법의 할 일이 부당한 폭력과 억압으로 ‘자리’를 잃은 이에게 ‘자리를 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장관님의 고민과 성찰 속에서 “혐오를 정당화하지 않는 선택”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고대합니다.
지금, 여기 “법무부장관”의 자리에서 꼭 하셔야 하는 일을 두려움 없이 감당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2019.4.10.
문아영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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