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1. 안녕하세요, 김지은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참으로 사람다운 삶은 
그냥 존재함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을 인용하며 편지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20여 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김지은이라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몇 자 적으려고 해요.  

 제가 학생일 때, 기회가 닿아 유럽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공부를 하러 갔었는데,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접하는 게 즐거웠지만 동시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게 힘들고 외롭기도 했었어요. 외국인으로 외국에서 살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고, 한국에서는 혼자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잘 알지 못해서 허둥지둥한 적이 참 많았어요.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공부하고 갔음에도 언어가 익숙하지 못해서 잘 못 알아듣고 다시 묻는 일도,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해 더듬거리며 다시 말하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동네의 단골 빵집에서 빵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얼굴이 빨개졌던 순간에 웃으며 빵의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시던 빵집 아주머니, 여행을 하던 중 미리 찾아두었던 노선과 다른 버스 노선에 당황할 때, 말이 서툰 저를 대신해서 기사님께 방향과 목적지를 확인해주셨던 아주머니,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자기 일처럼 나서서 길을 찾아주셨던 아주머니,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칠 때 어려워하는 제게 편지 부치는 방법을 재차 설명해주시던 직원 분, 은행 업무를 볼 때 항상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정확하게 발음해주셨던 직원 분까지. 동양의 외국인인 제가 뻗은 손에 주어졌던 친절과 도움의 손길 들을 저는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이런 친절과 환대가 한국에 처음 오는 난민들에게도 주어지길 바랍니다. 낯선 땅에, 모르는 언어에,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상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의지할 곳 없는 난민들에게 이미 가혹한 난민법을 더 가혹하게 만드는 개정은 도움을 위해 뻗은 난민들의 손을 더욱 세게 뿌리치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디 다시 생각해주세요. 이곳, 한국 땅에 처음 와 난민들이 겪게 되는 실제적인 어려움들을 듣고 고려해주세요. 저와 장관님이 아침을 맞이해 출근하고, 식사를 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밤이 오면 잠을 자듯 난민도 우리와 같은 일상을 나누던 사람입니다. 지금의 개정안에 진정 사람다운 삶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지 다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장관님 곁에 도움의 손을 뻗는 난민들이 있습니다. 그 손들을 외면하지 마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_ 2018년 4월 8일,
시민 김지은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난민인권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