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난민촌을 건설하는 방법 II
MAC McCLELLAND. 뉴욕타임즈 2013.02.13.
컨테이너들은 세 개의 방이 있고 화장실에는 온수통과 별도의 수도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뉴욕타임즈의 토비아스 허츨러(Tobias Hutzler)
킬리스 난민촌 거주민들은 수용국인 터키에 감사해 하고 있다. 바크리가 사는 구역의 대표인 바시르 알리토(Basheer Alito)는 필자에게 계속해서 터키 정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기사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난민촌도 굉장히 좋고 터키 정부도 굉장히 좋다는 내용이었다. 각각의 난민촌 구역에는 한 명의 대표가 있으며, 알리토는 한 해 전에 선출된 대표 중의 대표이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을 직접만나 해결한다. 예컨대, 컨테이너를 수리한다든가 임산부를 병원까지 옮겨주는 등의 도움을 준다. 킬리스 난민촌에는 터키인 의사와 그들의 통역관이 있는 작은 진료소가 있으며 무료로 진료를 봐주고 처방을 내려준다. 유사시를 대비한 긴급후송차량이 병원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알리토는 난민촌의 연락망을 통해서 “당연히” 불만사항을 듣는다고 하면서도, 그것은 일부 사람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터키인들은 아랍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터키 정부가 시리아인을 형제처럼 대해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싶어 했다. 그는 덧붙여 요르단 같은 아랍 국가들도 과연 쓰레기와 범죄가 넘쳐나는 난민촌이 아닌 터키 킬리스 같은 좋은 난민촌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사실 요르단 난민촌의 상황은 폭력과 재난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알리토는 필자 본인이 의심스러워 할 정도로 터키 정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완강히 이어갔다. 그러나 다른 두 구역의 대표들 또한 알리토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이브라힘 하르무시(Ibrahim Harmoush)는 알리토보다는 덜 정치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 넓은 어깨에 반 백발인 그는 뭐든지 적당히 할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전쟁 당시 터키로 잠시 망명해 혁명의 영웅이 됐던 시리아 육군의 고위급 관료 후세인 하르무시 중령의 형제였다. 이후 그는 정권의 손으로 돌아온 뒤 사라졌다고 한다.
이브라힘은 “터키의 관료가 형을 배신하고 시라아 정권에 넘겼어요.”라고 설명했다. 두 해 전에 당 사건에 대한 진술 장면이 방송을 탔지만, 이브라힘은 아직 보지 못한 상태이다. 지난 10월, 정보국 요원을 포함한 다수의 터키인이 이브라힘의 형을 납치한 것에 대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터키 킬리스 난민촌에 대한 아무런 불만이 없느냐고 묻자 이브라힘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침내, 그는 가끔 새 행정관이 난민촌 장(長)으로 임명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종전과 다른 분위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는 불편함 등을 토로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도 터키 정부의 지원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자 했다.
아마도 난민들에게 식료품을 지원하는 데 있어 터키 당국이 하는 방식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 같다. 킬리스 난민촌에는 편의점 같은 세 개의 식료품점이 있다. 난민촌에서 난민으로 등록하면 가족당 한 장의 인출 카드가 주어지며, 매달 한 명당 식비로 터키 돈 80리라(약 미화 40달러) 그리고 기타 비용으로 한 명당 10달러가 지급된다. 식료품점 안에는 시가 제품 구역, 정육점, 말린 음식 및 냉장 유제품류 등 웬만한 것들이 다 갖춰져 있다. 계산대에서 거주민은 카드를 긁고 ID카드를 보여주면 된다.
나는 식료품점을 둘러보며 내 통역관인 아주즈에게 “어떻게 생각해?”라며 물었다.
그는 “시리아의 식료품점보다 훨씬 났네요.”라고 중얼거렸다.
캠프 내의 재고가 풍부한 한 슈머마켓. 뉴욕타임즈의 토비아스 허츨러(Tobias Hutzler)
세계식량계획(WFP)의 상급 프로그램 보조관 네스린 세멘(Nesrin Semen)은 나에게 “이것은 식량 원조의 새로운 양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곳 킬리스 난민촌엔 다른 나라의 난민촌과 달리 세계식량기구 사무소가 있지 않지만, 터키 정부가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을 위해 초청까지 한 것이다. 세멘은 그의 팀과 함께 현지 상황을 조사하기위해 이곳에 왔다. 그녀는 “효과적이에요. 비용 절감도 되고 속도도 빠르네요.”라고 현지 식량 배급 상황을 평가했다. 실제로, 식량을 저장고에 운반하는 것이며, 난민촌까지의 유통하고 정량을 배급하는 과정 모두 세계식량계획이 타국의 난민촌에서 운영 중인 시스템과 흡사하다. 그녀는 이어서 “유통과정이 간단해 지체되는 시간도 없네요. 아마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킬리스 난민촌의 거주민들은 식료품점과 카드결제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시스템은 전력 공급이나 인터넷 연결과 같은 다른 난민촌에서 기대하기 힘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에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세멘은 “미래엔 어느 곳이든 이렇게 할 수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세멘의 말을 따르면, 요르단과 레바논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는 중이라고 한다. 식료품점 창문에 붙은 포스터들은 미국, 영국, 스위스, 프랑스, 일본, 덴마크의 국제 개발 기관 및 유엔난민기구 등 많은 곳에서 카드결제 시스템을 위해 지원하는 중이며 현재까지도 다른 나라에서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터키에서는 식료품점의 물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2012년 10월에 문을 열기 전까지, 터키정부는 식료품에 현재보다 4배가량 큰 비용을 들였다. 터키 당국이 난민들에게 따뜻한 식사 하루 세끼를 직접 제공했기 때문이다.
르완다 대학살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숫자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수백의 난민촌이 수십 개의 나라에 생겨났으며, 그들을 돕는 NGO들의 네트워크 또한 크고 복잡해졌다. 미발달된 지역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지원조차도 힘든 경우가 많다. 때때로 해당 정부의 도움 없이 기구를 특별도시처럼 운영해 원조 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태국-미얀마 접경지역의 오래된 난민촌에서는, 약 12만 명의 난민들이 수 없이 많은 기구들에 의해 식량배급, 건강관리, 교육, 기술 전수, 장애인 사회 참여 프로그램, 도서관 건립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NGO들은 협력 체제를 유지할 위원회와 산하의 하부 위원회 등을 구성해 운영해왔다.
터키 난민촌의 유엔난민기구 대표 캐롤 배첼러(Carol Batchelor)는 “터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며 안정된 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터키의 가족·사회정책부에서 킬리스 유치원 원장으로 도간(Dogan)을 임명한 것 같이, 터키 당국은 인사 배정을 담당하고, 임명된 직원들은 역시 당국에 의해 임명된 난민촌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유지한다. 난민촌 관리자들은 그 지역 장관에게 직접 보고를 올리게 된다. 이런 보고체계를 채택한 결과로, 터키 당국은 난민촌 내에서 발생하는 반달리즘, 절도행위, 성폭력, 물품 빼돌리기 등의 주요한 위험 요인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배첼러는 “어떤 곳이든 14,000명이 사는 곳이라면, 분명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입니다. 하지만 터키 난민촌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라며 말을 마쳤다.
필자는 수십 명의 시리아 사람들과 나흘 동안 범죄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모든 사람이 이따금 일어나는 소소한 싸움 말고는 아무런 범죄를 목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은 킬리스뿐만 아니라 니지프(Nizip)에서도 볼 수 있다. 니지프는 킬리스와 달리 텐트 난민촌이며, 터키 당국이 시리아 내전 난민을 현존하는 컨테이너 난민촌만으로 수용할 수 없음을 깨닫고 만든 곳이다. 텐트촌에선 문을 잠글 수 없고 화장실이 한곳에 모여 있어서 치안이 항상 불안한데도, 이곳 니지프 난민촌은 안전하다. 기운 넘치는 38세의 와르다 아부드(Warda Aboud)는 손바닥을 내리고 양팔을 쭉 내뻗으며, “완벽하게 안전합니다!”라며 나를 확신시켰다. 그녀는 “많은 난민촌에서 강간이 성행하는 반면, 니지프 난민촌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비원들이 어디에나 있고요, 밤에도 낮처럼 밝아서 새벽 세 네 시에도 혼자 돌아다닐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킬리스와 니지프에선 웬만한 난민촌에서 발견되는 암거래 시장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암거래 시장에선 기부된 물품이 도둑질당해 다시 난민들에게 고가로 팔리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요르단 자타리(Za’arari) 난민촌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타리 난민촌의 암거래 시장은 갱단들에 의해 돌아가며, 이런 지하시장의 발달로 인해 일부 난민들이 음식과 거처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킬리스 난민촌에선 세 개의 식료품점이 각기 다른 업체에 운영을 맡겨 바가지 가격을 막는다. 또한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론처럼, 경쟁이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난민촌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배첼러는 “터키 정부의 상당한 지출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킬리스 난민촌의 지출액은 한 달에 최소 200만 달러로 측정된다. 2013년 말까지, 터키 정부는 시리아의 손님들을 위해 25억 달러를 소모했다. 이 사실이 터키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터키 당국 관계자는 시리아 난민들이 백만 달러의 선물을 받는다는 루머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 루머가 명백히 과장된 것임은 사실이지만, 터키의 소시민들에게 있어 시리아 난민에 대한 폭넓은 지원은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킬리스 난민촌 건립 열 달 이후 문을 연 컨테이너 난민촌 니지프 II(Niaip II)에 있을 때, 필자는 뷰티 살롱에 들어서며 한 여인이 성대한 파티를 공짜로 벌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터키인 난민촌 관리자에게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우리는 단지 시리아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뿐이에요. 우리에겐 인터넷이 필요하고, 이발소가 필요하고, 직업교육도 필요하고, 예술도 필요해요. 터키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시리아 사람도 필요할 거예요. 우리 모두 인간인걸요.”라고 답했다.
시리아 국경 근처에 터키 정부로부터 세워진 다른 난민 캠프 니집II (Nizip II). 뉴욕타임즈의 토비아스 허츨러(Tobias Hutzler)
내전 진행 중 발생한 250만 명의 시리아 난민 중 약 25%가 터키로 유입됐다. 카이로의 아메리카대학교에서 강제 이주와 난민 연구 프로그램의 전(前) 총괄자인 아니타 파보스(Anita Fabos)는 “터키에 대한 잠재적 위협 요소는 짧은 기간이 아닌 긴 기간 동안 쌓일 국민의 분노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8월, 유엔난민기구는 주변국으로 쏟아져 유입되는 수많은 시리아 난민에 대해 논의하고자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세 가지 기본 해결책 중 첫 번째인 “자발적 본국 귀환”은 300만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난민을 미루어 해결책에서 제외됐다. 두 번째 해결책인 “보호국에서의 정착” 또한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이다. 시리아 난민이 전체 인구의 각각 10%, 20%를 차지하는 요르단과 레바논의 정치인들이 국내 교육과 취업시장에 부담이 가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다. 결국, 세 해결책 중 마지막 하나인 “제3국에서의 재정착”만이 남게 된다. 회의에 참석했던 배첼러는 “우리는 모든 형태와 방법에 있어서 연대 책임을 중요시하며, 또한 새로운 형태의 연대 책임을 찾으려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우리는 주변국들에 유동적인 책임을 져달라고 요청합니다. 시리아 난민 재정착에 있어 너무 오랫동안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도, 너무 적은 몫의 책임만 지려 하지도 않았으면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필자가 그 요청이 받아들여졌느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연대 책임에 관해 상당한 관심과 의견이 있었어요. 우리는 연대 책임에 대한 의견이 실용적으로 구체화될 수 있기를 바라요.”라고 답했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55,000명 정도의 시리아 난민들만이 유럽연합의 보호 수용소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터키에선 이미 시리아 난민들이 가장 많은 수의 국내 유입 난민이 되었다. 작년에 배첼러는 서로 다른 60개 나라에서 온 터키 내 난민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 중 상당수가 최소 6년 이상을 터키에서 지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난민들은 난민촌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을 위한 난민촌이 지어지지도 않았다. 전 세계 난민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도시 난민” 또는 반 정도는 도시민에 녹아들었다는 의미로 “자립형 난민”이라 일컫는다.
원조 활동의 근원은 존재한다. 그러나 터키 주재 아프간 난민을 위한 협력 그룹의 미국 대표 카미아르 자라흐자데흐(Kamyar Jarahzadeh)가 지적하듯, “이는 단편적이며 성취하기 힘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많은 수가 현재 터키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또한 32년 동안 세계에서 난민이 가장 많은 국가였다.) 그는 이어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난민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해요. 원조 활동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노력이 모이지 못해서, 즉 힘이 충분하지 못해서 난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도시 난민들은 일할 권리를 항상 갖지도 못하며, 취업을 시도하다 구금되거나 벌금을 물기도 한다. 그들이 병원에 간다거나 그들 자녀가 학교 교육을 받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그들은 불법 이주민이 되어 우리의 인식에서 사라지게 된다. 터키의 40만 명 시리아 난민은 난민촌 밖에서 산다. 아파트에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운이 좋지 않으면 공원이나 공터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평균적인 난민들에 비해선 많은 돈을 가지고 나오긴 하지만, 수년째 지속되는 기나긴 내전으로 인해 그들의 잔고는 얼마 남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부의 시각으로 봤을 때도, 터키 내 도시 난민들이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옥스팸(Oxfam)에서 인본주의적 미디어 업무를 담당하는 루이스 비랭거(Louis Belanger)는 시리아 난민들이 사실은 난민촌 밖에 더 많으며 그들 역시 난민촌 거주민들과 같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에 사람들이 반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도시 난민도 똑같이 도움이 필요하단 사실을 간과하기 일쑤다. 비랭거는 때문에 “도시 난민들을 위한 모금 활동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한다.
다음 내용은 "이상적인 난민촌을 건설하는 방법 III"에서 계속 됩니다.
원문 출처: http://www.nytimes.com/2014/02/16/magazine/how-to-build-a-perfect-refugee-camp.html
번역: 한형종 (난민인권센터 통번역자원활동가)
감수: 이나경 (난민인권센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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