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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난센 가족 여러분!




   난센의 강은숙 팀장과 고은지 인턴이 지난 주 금,토요일에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에서 주최한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마음>은?

  폭력, 상실, 차별, 편견으로 인한 피해 및 트라우마와 관련된 생존자가 고통을 완화하고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목적의 심리학적 서비스 및 인권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입니다.



   <사람.마음>에서 진행되었던 이번 워크숍은 '고문생존자를 위한 심리치료 서비스'를 큰 주제로 다루었는데요~ 




  이번 워크숍은 난센에게 있어 심리학적 견문과 함께 다른 단체의 노하우 엑기스를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촉이 느껴져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이틀간의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온 강팀과 고인턴


  어쩌면 여러분께 '고문생존자'라는 단어가 영화 속에서만 나올 법 한 낯선 단어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난민 분들이 정치, 종교, 인종, 민족, 국적, 성적 소수자 등과 같은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이 '고문생존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번 워크숍은 폭력 피해 후유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함께 실제로 그러한 과정을 훈련 함으로써 난센이 전문적인 정신건강서비스는 아니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난민분들을 더욱 이해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의 정신건강 서비스 분야에서는 고문과 같은 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에 어떻게 적절히 개입해야 하는가에 관한 임상실천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경험적 노하우나 고민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강건너 바다건너 고문피해자를 위한 센터(Center for Victims of Torture)에서 국제프로그램임상슈퍼바이저 엘렌과 임상심리학자 폴이 이번 워크숍을 위해 초청되었습니다.




 Center for Victims of Torture(CVT.org)는?

  CVT는 고문생존자를 위한 세계적인 트라우마센터로서 1985년 설립되어 고문이 개인과 가족, 공동체에 미치는 상처를 치유하고 전세계적으로 고문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민간비영리 기관으로 미국 미니에폴리스와 미네소타에 본부를 두고 있고, 세인트 폴, 미네소타, 워싱턴DC에 사무실이 있으며, 요르단, 시에라리온, 콩고에도 치유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CVT에서는 심리학, 사회복지학, 의학, 간호학 등 다학계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의학적 치료, 간호, 심리치료, 물리치료, 마사지 치료, 사회복지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고문피해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 옹호 활동을 통해 피해자를 위한 정책마련을 지원하고, 국제적으로 고문생존자를 지원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CVT를 찾는 고객 중 75%가 난민신청자, 25%가 난민이라고 하니 CVT는 난센과 같은 난민지원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난민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체였기에, 난센이 그동안 활동을 해오며 가지고 있었던 여러가지 고민 보따리들을 풀어놓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워크숍은 '사람마음'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던 따뜻함과 같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폴과 엘렌이 참석자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이따금 떠오르는 생각들,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프로그램 자체가 심리치료의 일환인 듯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미모의 사람마음 활동가 분들


  


  워크숍 첫째날은 참가자 각자에 대한 소개와 본 워크샵을 통해 얻어가고자 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참가한 분들은 현재 정신과병원에서 종사하고 계신 정신보건간호사 뿐만 아니라,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의학 전공 학생, 인권활동가, 여성학 전공 학생, 사람마음 활동가분들과, 임상심리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각자의 고민과 열정을 가지고 워크숍에 오셨습니다. 







  첫째날 워크샵의 시작을 두드린 주제는 '마음챙김'을 통한 'Self-Care', 자기돌보기였습니다. 



  고문생존자의 치유를 위한 워크숍에서 자기돌보기라니, 쌩뚱맞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주제가 첫번째로 나오게 된 이유는 치료자(활동가)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난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간접적인 트라우마, 즉 2차 트라우마에 노출될 위험 때문이었습니다.



  2차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쉽게 짜증을 내고, 주변 사람들을 믿지 않게 되며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게 되는 등 무력감과 절망, 분노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보통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자신의 모든걸 다 주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하거나, 'Self-Care'는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이기적인 것이 이기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원리를 깨우쳐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비행 중 비상시에 산소호흡기가 내려왔을 때, '나부터 마스크를 써야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잊어버리기 쉬운 사실인 것입니다.



  즉, 활동가는 결코 자신을 강철처럼 생각해서는 안되며, 2차 트라우마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스스로를 보살펴 왔는지?

  무엇을 하면 이완이 되는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

  어떤것이 자극, 촉진, 흥미를 유발하는지?

  만족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일과를 끝내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직업 이외의 면에서 어떻게 노는지?

  



  위와 같은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2차 트라우마가 일의 일부라는 것을 수용하고

  업무 시간 이외에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것

  내담자와의 공감에 주의하는 것

  내담자의 트라우마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자신만의 경계(한계)를 세우고 꼭 그것을 지키는 것

  본인 스스로가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다니는 것

  자조, 자문 집단을 찾아다니는 것




  등과 같은 활동을 통해 Self-Care가 하나의 '할 일'이 아닌, 삶속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Self-Care를 개인적 노력을 넘어 기관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관의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봉급과 휴일을 주고, 지속적인 전문가 훈련, 정기적인 기관 내 상담과 주변 동료 활동가들의 지지, 도움이 중요한 것입니다.




  업무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충분히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려는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고, 난센에 적극적으로 Self-Care제도를 도입하여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건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시간도 잊은 채 열혈 질문 중인 강팀

사람마음 창문너머로 펼쳐진 고즈넉한 한옥지붕




    Self-Care 이 후, 우리는 고문피해자의 치유 과정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난민이 자신의 나라에서 고문, 구타, 구금, 성폭력 등의 박해를 받았기에 외상후스트레스로 인한 재경험과 경계, 회피 등의 후유증을 지닐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깊이 알고 배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난민 신청과 행정소송이라는 법률 지원을 위해 수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말하기 고통스러운 박해사실을 너무 쉽게 물어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빨리 박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면담자는 그와 관련된 질문을 더 자세히 묻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난민들은 난민신청 후 출입국사무소면담이나 소송 과정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박해 사실을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질문 받고, 그것을 말하고 문자로 옮겨야 합니다.




  하지만, 외상경험자가 첫째,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둘째, 과거의 기억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통합시키고, 셋째, 다른 인간관계 등을 통해 공동체로 연결될 때 트라우마는 회복될 수 있으며, 특히 고문 생존자는 이 단계를 위해 최소 8개월 이상의 치유의 기간이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난민들이 제일 먼저 접해야 하는 것은 언제 강제출국될 지 모르는 일상적인 불안 상태이며, 어떤 심리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외상에 대한 위협적인 인터뷰의 반복,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누구에게도 의존하기 어려운 고립된 상황들입니다. 이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아무런 배려 없이 말해야지만 생존할 수 있지만, 이러한 말하기는 공감과 배려의 차원이 아닌 자기 자신이 대상화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워크숍 참가자 중에서는 난민으로 인정받은 분도 계셨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그 분을 통해 어떠한 어려움을 겪였는지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야기 했습니다. 



  "박해를 받은 사실보다 박해 사실을 부인받은 것이 더 수치스럽다."




  즉 난센 활동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법률지원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진술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난민들을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하고 커다란 과제로 남겨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CVT의 경우는 난민지위 인정 여부를 떠나 치료받기를 원하는 모든 난민들을 치료해 줄 만큼 시스템과 자원이 갖추어졌기에, 심리치료를 원하는 어떤 난민이든 100% 정부의 지원으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우리 한국의 상황은 이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열악하고, 난민들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한 난센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넘어설지 많은 고민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심리지원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이라도,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거나, 우리 스텝들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배우고, 이해도를 높여서, 일상적으로 난민들을 배려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CVT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 졌습니다. CVT의 심리적 지원 뿐만 아니라 옹호활동과 복지 서비스, 통역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옹호활동의 경우, CVT가 직접 난민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주장하는 옹호활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러 난민 권리옹호 단체로 연계하여, 난민들이 자신이 옹호받을 수 있는 NGO나 기관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또한 난민들에 대해서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이나 취업이 지원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처럼 어떤 경제적 지원도 부재한 상황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CVT는 20여개가 넘는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통역 가능한 전문 통역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심리지원과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각 언어의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는 통역인이 없다면, 그 프로그램은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CVT는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통역자들이 난민과 심리지원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가난한 것이 한이 맺히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Fundraising, Fundraising, Fundraising을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난민활동은 이제 시작일 뿐, 아주 작은 발걸음을 하나씩 띄어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우리도 정말 다각적인 차원에서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난민을 지원하고, 난민들도 본국에서보다 더욱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 고문 생존자와의 인터뷰 기술, 10회기에 걸친 집단 상담 기술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그동안의 난센의 활동을 돌아보고 난민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던 아주 뜻깊은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난센 활동들이 더욱 성숙하고, 발전되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며, 돌아왔던 워크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