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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난센이 꿈꾸는 난센

 

OOO씨의 사과 한 박스

엊그제 낮, 맛있게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사과박스 하나가 택배로 와 있습니다.

   "오잉? 사과박스!!!"

무언가 비리비리한 상상 속에 박스를 열어봤습니다.(드디어 우리에게도 대박이 나는 것인가?!)
(우리의 간절하고 음흉한 바램과 달리) 박스 속에는 매우 정직하게 생긴 탐스런 사과들이 하나 가득 들어 있었지요.

   "이게 왠 사과지???"

하면서 보낸 사람을 확인해봤습니다.

    보낸사람 :  OOO
    주소 : XX남도 XX군 XXXX

무국적자로 오랜 기간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 계시다가, 작년에 난센의 도움으로 풀려나셨던 무국적 탈북자 OOO 님이셨습니다.
구금에서 풀려나신 뒤에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으셨고, 고생도 많으셨는데, 얼마 전 소식을 들었을 때, 지방의 과수원에 일자리를 구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셔서 마음을 놓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올 가을 사과 추수가 끝나고 한 박스를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하나 깎아서 먹어봤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한때 '과수원집 둘째아들(주로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사고쳐서 집안을 말아먹는 역할로 나오는 역할이죠ㅠㅠ)'이었음을 자랑하는 최팀의 평가에도 최상급의 맛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거 안 보내셔도 되는데, 되려 민망하기도 하고, 첫 추수가 끝나고 애써 한 박스나 챙겨 보내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이 참에 전화 한번 더 해서 안부도 묻고, 감사 인사도 합니다. 무엇보다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땃 하네요.





타미카의 친정집

다음 날 늦은 오후,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멀리 지방에서 타미카씨가 찾아왔습니다.

타미카씨 기억하시죠? 수직감염으로 HIV 양성이 나왔다가 혼자 아이까지 출산해야 했던 그 타미카씨요. (타미카씨 관련 보도 보러 가기타미카씨 아기 돌 잔치 소식 보러 가기 / 타미카씨의 '우리 아기 괜찮데요' 보러 가기)

인도적 지위 인정도 받으시고, 얼마 전에는 아기는 HIV 음성으로 나와서 큰 걱정을 덜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일자리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었더랬습니다.
한동안 전화로만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갑자기 사무실을 오겠다고 연락을 하곤, 얼마나 급히 왔는지 가쁜 숨을 내쉬며 도착을 했습니다.
짱팀더러 'Eonni, eonni', 김국장님더러는 'Oppa, Oppa'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참 합니다.

   "얘가 벌써 다 컸다, 말도 한다, 애 보느라 힘들다, 필요한게 너무 많다...." 등등

끝도 없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한참을 웃으며 얘기하다가, 금방 일어나서 다시 가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냥 보낼 수 없다면서 이것저것 챙겨주려는 난센 식구들....
마침 OOO씨가 보내주신 사과를 주섬주섬 하나 가득 챙겨줬습니다.
아기 때문에 다시 집으로 가봐야해서 금방 헤어졌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줘야 하는데.....'

하는 마음만 커갑니다.

가만 보니 사무실 들어올 때 가방 하나 들고 왔는데, 갈 때는 보따리가 많아졌습니다.
꼭 친정집 댕겨가는 여동생 모습이 다름 아닙니다.

 




난센이 꿈꾸는 난센의 모습

좋은 일 생겼을 때, 기억하며 뭐라도 하나 보내주며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또 삶에 지쳐서 불쑥 찾아와 실컷 이야기 풀어 놓고 있자면,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 들려서 보내주는
그런 친정집 같은 곳.
우리가 한국 땅에서 난민들과 이뤄가고 싶은 공동체의 모양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위해서
지금의 삭막한 사무공간을 벗어나서
하루 빨리 보다 따땃한 새 공간으로 이사를 가야할 것 같습니다.

연일 사무국에서는 감탄과 한숨이 교차합니다.
삽은 떴는데, 중도금에 잔금 치루고, 이런저런 일들로 들어갈 추가 금액들 때문에 김국장님 이하 사무국 식구들의 마음도 하루에 열번씩 떴다가 가라 앉았다가 한다네요.

난센이 하루 빨리 한국의 난민들에게 친정집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친정식구들이 되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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