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종적 편견에 기반한 난민 차별과 배제의 입법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
3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벌이다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제정된 이 날은, 인종과 국적을 이유로 그 어떤 차별이나 박해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전 세계가 약속한 날이다.
한국 정부 역시 이러한 인류 보편의 인권 가치를 수호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난민의 권리를 처참히 짓밟는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하려 한다는 소식에 우리는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김기표 의원실이 준비 중인 이번 개정안은 난민 신청자의 절차적 권리를 박탈하고, 그들을 잠재적 제도 남용자로 낙인찍어 우리 사회 밖으로 밀어내려는 현대판 인종차별 입법과 다름없다.
본 개정안이 가진 반인권적 독소조항은 다음과 같다.
'거짓 서류 제출' 등을 이유로 한 각하 규정은 난민의 특수성을 무시한 비현실적 독소조항이다. 난민 신청자는 국적국의 박해를 피해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증빙 자료 확보에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법원의 판결로 거짓이 밝혀진 경우로 한정한다고는 하나, 이는 난민 신청 절차를 형사 사건화하여 모든 신청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는 심사의 정확성을 높이기보다 신청 자체를 위축시켜 난민 보호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처사다.
둘째, 재신청 제한은 난민을 '제도 남용자'로 낙인찍고 강제송환의 위험을 방치하는 행위다. 대한민국의 난민 인정률은 1~2%라는 OECD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비한 심사 인력과 통·번역 및 법률지원 부재 속에서 재신청은 박해받는 이들이 매달릴 수 있는 마지막 생명줄이다. 중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재신청을 각하한다는 것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출석요구 불응에 따른 일률적 각하는 난민의 열악한 처지를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 휴대전화 개통조차 어려움이 발생하고, 빈번한 이사 또는 불안정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연락이 어려운 경우 등 다양한 사정을 무시하고 3회 불응 시 각하한다는 것은 사실상 심사 기회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선언이다.
민주당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당의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있다면 이런 시도를 멈출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이번 개정안은 난민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타자화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인종주의적 시각을 담고 있다.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민주당이 보여줄 행보는 혐오와 배제의 입법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손을 잡는 포용의 정치여야 한다.
우리는 김기표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의 의미를 되새겨, 차별적 독소조항이 담긴 난민법 개정안의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
- 더불어민주당은 혐오에 기댄 입법 정치를 중단하고, 국제 인권 규범에 부합하는 난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존재가 안전할 권리가 있음을 믿는다. 만약 민주당이 이 반인권적 법안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국내외 인권 단체들과 연대하여 저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엄중히 선포한다.
2026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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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
1.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
2. 난민인권네트워크 의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