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3월 21일은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에 항의하던 시민 69명이 국가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날을 기억하며,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고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국적과 출신을 이유로 한 배제와 혐오가 정치적으로 동원되고, 미국에서는 강화된 이민 단속과 구금 정책 속에서 실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정치적 선동을 넘어 실제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중국 국적자와 중국계 이주민을 향한 정치권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들의 발언은 혐오를 정당화하고 확산시키는 신호로 작동하며, 이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혐오와 차별에 단호히 대응하기보다 이를 방치하거나 제도적으로 강화해 왔다.
정부는 사업장 변경 제한과 종속 구조를 유지한 채 이주노동자를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노동 착취 위험에 놓아두고 있다. 특히 폭염의 건설현장과 비닐하우스, 돼지농장, 어선 작업 등에서 반복된 사망 사고는 고립된 노동환경과 안전 사각지대를 드러내며, 위험이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위험의 이주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2월 한 지자체장의 발언은 이주여성을 인구·결혼 정책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으며, 이주여성이 여전히 정책과 공적 담론 속에서 대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난민은 낮은 인정률과 장기화된 심사 절차 속에서 생존권의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난민을 제도 남용자로 낙인찍는 담론까지 확산되면서 권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성인이 되고 있지만, 학업과 생계를 이어갈 체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청년이 된 이후 교육과 취업의 기회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단속과 구금 중심으로 운영되며, 정규화 경로와 권리 보장은 부재한 상태다. 장기 구금 구조 속에서 많은 이주민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 생존권과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종차별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기본적인 법적 장치조차 여전히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국제사회는 반복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 왔지만, 한국은 아직도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바뀔 수 있는 사회적 선택이며, 우리는 그 선택을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오늘 이 선언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며,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평등과 존엄을 선택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 강제노동 철폐하고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라!
⚪️ 공공성과 책임성 있는 이주노동자 모집,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인신매매를 근절하라!
⚪️ 직장 내 괴롭힘과 폭력, 임금절도,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라!
⚪️ 젠더폭력 근절하고 피해자의 체류권을 보장하라!
⚪️ 난민을 쫒아내는 난민법 개악 반대한다. 밀실 개악 중단하고 모든 난민 환대하라!
⚪️ 동포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혐중을 중단하라!
⚪️ 이주아동청소년 기본권 보장하고 미등록 구제대책 상시화하라!
⚪️ 학업ㆍ노동 환경에서의 유학생 차별을 해소하고 체류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 구금은 보호가 아니다. 상주외국인보호소 건립을 멈추고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을 보장하라!
⚪️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 이행하라! 인종차별 철폐하고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6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참가단체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