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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사전 보면서 통역?…3만원짜리 싸구려 '난민통역'
- 생사 기로 앞에 충분한 진술 기회 얻지 못해…난민단체 "통역 규정 신설해야"
2010-09-09 06:00 CBS사회부 김효은 기자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옌다(가명.35)씨는 끝날 줄 모르는 내전을 피해 지난 2004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소년병의 총탄에 이웃들이 쓰러져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옌다 씨로서는 목숨을 건 결단이었다. 게다가 옌다 씨의 아버지는 과거 정부에 몸담았던 고위 공직자였던 터라 현 정권이 그녀를 박해할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2006년 8월 옌다 씨는 남편과 함께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하지만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남편은 홀로 한국을 떠났고, 옌다 씨는 남겨진 아들과 둘이서 난민 지위를 얻는 일에 매달렸다.
2008년에는 대전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담당 직원과 면담을 했다. 그러나 자신의 딱한 처지를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옌다 씨는 "사무실에 한국인 직원과 통역인이 한 명씩 있었는데, 40대 남성으로 보이는 통역인은 면담 내내 영한사전을 뒤적이며 통역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영어를 못 하는 통역인이 면담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더더군다나 담당자가 '바쁘니 빨리 끝내고 사인을 하자'며 면담 내내 위압적인 태도를 보여 충분한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옌다 씨의 모국어는 불어이지만 3차례의 면담은 모두 영어로만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옌다 씨는 난민 인정 불허 처분을 받았다.
< 중략 >
차규근 국적난민과장은 "상세한 규정은 없지만 예산항목과 관련된 내부 가이드라인에는 시간당 3만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면담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는데다 면담 시간이 최소 1시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처럼 비현실적인 통역비는 통역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일부 출입국관리소의 경우 전문 통역인을 고용하지 않고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여성 등을 난민 면담 통역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 여부를 판정하는데 난민 인정 신청서와 면담 진술만이 유일한 근거가 되고 있다"면서 "그만큼 면담 진술이 중요한데 양질의 통역인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충분한 진술이 불가능해 난민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의 '통·번역 및 외국인 사건 처리 예규'처럼 최초 30분에 7만원이라는 세부 규정을 만들거나 해당 국가의 언어로 통역은 물론 번역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선진국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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