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은 UN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누구나 평등하며, 자유를 누리고,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가치를 다시 한번 선언하고, 다짐하는 날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가? 정부는 이주민을 똑같은 권리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인구소멸, 지역소멸, 그리고 산업인력 부족의 대안으로만 상정하고 있다. 산업계의 요구만을 수용하여 외국인력 추가 도입만을 외치며, 잘못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 노동착취,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제한, 열악한 기숙사, 높은 산재 사망률, 낮은 의료접근권 등 강제노동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사업장 이동 제한, 열악한 기숙사, 위험한 노동환경을 내버려둔 채 ‘권리 없는 외국인력 확대’ 방향 하에 무권리 상태의 이주노동자를 늘리고 있다. 계절노동자 제도 등 잘못된 제도 설계로 불법 송출 브로커들이 만연하고 있으며, 고액의 송출비용 요구와 임금착취, 여권압류 등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역소멸에 대응한다며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지역제한 조항까지 만들어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마저 제한하고 있다. 더욱이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확대 유치로 이제는 대학조차 외국인 유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체류자격의 이주여성들은 젠더 기반 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 불안한 체류 상태의 이주여성은 가정폭력이 발생하여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사업장에서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여도 사업장 변경 조차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난민은 전쟁 등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 어렵게 탈출해 한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한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쫓겨나거나, 공항에 갇혀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부 혐오의 정서에 기대어 시작된 난민법 개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제도를 후퇴시키고 있다.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포, 이주배경 청소년, 유학생, 미등록이주민 등 대다수 이주민들은 권리의 바깥에 놓여 있고, 한국 국적이 없거나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미등록이주민들은 반인권적인 단속추방과 기약 없는 장기구금, 외국인보호소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에 계속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정부는 이주민을 ‘사람’이 아닌 한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차별을 철폐해야 할 의무를 가진 국가가 되려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법과 제도, 정책을 더욱 강화하며 인종차별을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사회는 아직까지도 평등함을 확인하고 인종차별을 제재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조차 없다. 우리는 기억 한다.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는 차별과 배제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평등, 자유, 안전이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기 모인 우리는 오랜 시간 이주민 차별을 철폐하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며, 권리를 위해 싸우고 연대해 왔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다시금 평등하고 자유롭고 안전한 세상을 그리며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원한다.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철폐하라. 국가는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만행을 당장 멈춰라. 단속, 추방, 구금의 폭력을 중단하고, 안전한 체류와 생존,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 이주민의 인격을 존중하고, 노동과 생활의 모든 면에서 차별 없이 대우하라. 2024년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함께 요구한다.
차별혐오 정치 중단하고, 이주민에게 자유, 평등 안전을 보장하라!!!
2024년 3월 17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참가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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