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할 수 없는 최악의 정책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최근 몇몇 지인들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한국정부가 영종도에 120억을 들여 난민지원센터를 신축한다는데 그렇다면 아무런 지원이 없던 난민들에게 잘 된 일이 아니냐는 축하에 대한 난센의 답변입니다.
얼핏 보기엔 좋아 보입니다. 120억을 투자하여 150명을 수용하는 센터를 건립하고 이곳에서 3개월 동안 난민신청자들에게 생계, 의료, 임시주거와 난민심사 그리고 한국 사회 적응에 필요한 소양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많은 분들의 예상과 달리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의 계획에 단호하고 일관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난민지원센터를 반대하는 이유는
국가가 운영하는 센터를 통해 난민을 자율과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반 인권적이라는데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가 생계지원을 이유로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난민지원센터를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형 시설로 운영할거라 합니다.
150명을 3개월 동안 수용하는 시설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에 600명의 난민 신청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발생하는 난민 신청자 수는 08년 364명, 09년 324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이들 모두를 수용해도 수용가능인원의 50%를 채울까 말까 하는데 여기에 개방형 시설로 운영할 경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를 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20억을 투자하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난민신청자 수요 예측부터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법무부가 실시한 용역에 의하면 난민지원센터 1년 운영비로 30억 정도가 필요합니다.
나라마다 난민신청자를 지원하는 방법과 수준은 제각각입니다. 일부 국가에서 주거비와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일본의 경우 한시적으로 주거비로 월 2만엔, 영국의 경우 18세 이상 독신 기준으로 월평균 30만원 정도를 생계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주거비와 생계비로 일본과 영국의 금액을 합한 50만원을 300명에게 6개월씩 현금 지급한다 할 경우 1년에 9억원이면 가능합니다. 극단적으로 120억 건축비와 1년 30억 운영비를 은행에 예치하고 그 이자만으로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지원이 가능합니다.
또한 난민신청자들이 3개월 동안 센터에 수용된 후 사회에 나와야 하는데 이때 사회통합을 위한 비용이 또 다시 투입되어야 합니다. 결국 막대한 재정을 2중으로 투입해야 하는 예산의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문제가 예상됩니다.
난민지원센터는 난민지원과 사회통합을 위한 하나의 정책수단일 뿐입니다.
유럽 등 다수의 국가에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 유럽 국가는 매년 발생하는 난민숫자가 최소 2만 - 3만 명 단위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매년 발생하는 난민 숫자가 300명 단위입니다. 이들 국가는 많은 난민신청자로 인해 시설 운영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측면이 강하지만, 최근 이러한 시설 운영에 대한 비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300명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3만 명을 위한 정책 수단을 단순히 따라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300명 정도의 난민신청자는 한국 시민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수용시설의 탈 시설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장애인이나 노속인 등 시설에 수용하던 대상자들도 과다한 재정 투입의 문제와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례가 많아 탈 시설화의 경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민지원센터는 난민신청자 수용과 동시에 난민심사가 동시에 진행된다고 합니다. 즉 난민신청자와 이분들의 난민인정여부를 심사할 공무원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낸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공무원과 함께 있을 때 서로의 관계가 어떠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지금도 난민신청자들이 난센에 간절히 요청하는 것 중 하나가 출입국관리소에 갈 때 동행해 달라는 것입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일부 공무원들에게 당하는 막말, 윽박지름, 인격모독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그 자체가 인권침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탈 시설화는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적극 권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 난민으로 오신 분들도 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하고 통합되기 위해서는 난민지원센터와 같은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내가 살지 못하는 곳이지만 난민이니까 괜찮다는 생각 자체가 인권침해입니다
법무부가 난민지원센터 부지로 선정한 위치는 영종도(인천 중구 운북동 933-22, 아래 사진 빨강색 선 부분)입니다.
난민지원센터 왼쪽은 하수처리장이고 오른쪽 위 부분은 해양경찰청과 소방안전본부 그리고 인천지방경찰청 3개 기관의 헬기장입니다. 헬기의 이착륙 소음과 하수처리장의 악취가 진동할 지역 중간에 난민들이 3개월 동안 살아야 할 시설을 짓는다는 상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어느 아파트가 이곳에 지어진다면 분양받을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가 혐오시설이라 인정하는 시설 옆에, 나는 살지 못하는 지역이지만 난민이니까 살아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심각한 인권침해입니다.
공공갈등, 지역 주민과의 관계 그리고 ‘외국인지원센터’
법무부는 2009년 파주에 추진하려던 난민지원센터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영종도로 결정하는 과정을 해당 지역 주민이나 난민관련 단체에 일체 비밀로 한 채 결정해버렸습니다. 최근 공공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무시한 법무부의 행태가 현재 난민단체와 영종도 주민의 반대에 봉착하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난민지원센터가 개방형으로 운영될 경우 왕래가 자유로운 난민들이 자주 찾게 될 지역은 영종도 신도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이나 시흥 그리고 구로 같은 지역처럼 영종도 신도시 주민들이 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동의해 줄지는 부지 선정전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했던 부분입니다.
법무부는 난민지원센터 명칭을 어느 순간 외국인지원센터로 바꾸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난민지원센터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명칭을 ‘외국인지원센터’로 개명해버린 것입니다.
센터의 성격이 변하지 않은 가운데 명칭만 살짝 바꿔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식의 형태가 한 나라의 난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법무부의 본질입니다. 난민 지원센터가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을 향해 주장하지 못하는 법무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상과 같은 문제에 대한 난민인권센터의 대안은 소규모로 분산하여 센터를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한국에 난민신청한 분들의 92%는 서울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산, 시흥, 인천, 구로, 포천, 김포, 의정부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이미 많은 이주 노동자 등이 있어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또한 이들 지역에 다수의 외국인 편의 시설과 쉼터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분산하여 2곳(안산, 구로)에 소규모로 센터를 건설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운영 상황에 따라 추가로 설치함이 옳다는 입장입니다.
사회적응 훈련은 이미 이들 지역에 구축되어 있는 외국인 지원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 게 예산의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다문화 정책을 이주 노동자, 결혼이민자, 난민 등을 별도로 운영할게 아니라 통합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법무부는 12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 배정을 난민인권증진을 위해 대단한 일이라도 한것처럼 떠벌일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한일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난민신청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인터뷰할때 신청자들의 이야기를 어떤 자세로 들었는지,
어떤 기준으로 난민을 판정했는지,,,,,,,
법무부는 무엇보다 난민신청자에게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 편견과 선입견부터 버렸으면 합니다.
이러한 일은 돈 십원 들지 않는 일입니다.
120억이 아니라 1,200억을 투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센터를 짓는다해도 한국정부와 공무원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난민들이 체감하는 인권지수는 변하지 않을것입니다.
120억으로 성을 쌓아 한국정부와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 태도를 숨길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의 난민지원센터 신축 계획에 대하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취할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정부의 난민정책에 대하여 보다 강화된 합리적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난민인권센터는 대안적 난민 쉼터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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