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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2019년 IL과 젠더포럼 '공동행동과 도전행동'] 난민(제도)을 둘러싼 시설화 양상

 

2019년 11월 5일 2019년 IL과 젠더포럼 <공동행동과 도전행동> 제1부 "시설화에 대항하는 탈시설 동료들의 공동행동"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는 난센 활동가의 발표 메모를 공유합니다.

시설화에 대항하는 탈시설 동료들의 공동행동 :

난민(제도)을 둘러싼 시설화 양상

 

난민과 시설화

난민은 정치, 종교, 인종 등 특정한 사유로 인하여 국적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을 가능성과 이에 대한 공포가 있어 비자발적으로 이주해 온 이주민이다. 국적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보호와 안전의 기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국가를 대신하여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기로 하였고(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채택, 난민협약) 한국정부도 이와 같은 국제적 책임에 동참하기로 약속하였다(1992년 난민협약 가입). 그리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난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난민에게 안전한 삶의 공간이 되고 있을까? 한국의 난민제도는 피난처 제공의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을까? 난민은 ① 추방과정에서 시설에 갇히고, ② 정부의 일상적 사찰과 감시라는 시설에 갇힌다. ③ 유일한 정부제공 쉼터는 지배권력의 통제와 관리감시가 상시 작동하는 폐쇄적 시설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이고 있고, ④ 사회적 자원과 정보에서의 배제는 사회 안에서 계속적으로 고립되고 배제되는 시설화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정보와 자원에서의 배제와 시설화

언어와 정보접근의 장벽은 누군가를 사회시스템에서 배제하거나 고립시키고 있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에서의 배제는 빈곤으로 이어지며, 노동착취와 성적착취를 조장하고, 묵인하고 있다.

한국에 싱글로 혼자 들어온 여성이나 싱글맘의 경우, 생계와 주거, 한국사회의 자원과 정보 접근성 부족 등으로 한국 내 체류 중인 남성(난민 또는 불법체류자 등)에게 의존하게 되어 사실혼 관계나 동거에 이르는 경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 체류 난민여성의 인권 실태에 관한 연구(2016. 3)

 

추방·일상감시의 공권력과 시설화

정부는 난민제도와 난민을 정치적·외교적 이익에 따라 이용하기도 하면서(가령 시리아 난민을 테러방지법 제정에 악용), 제도 운영에 있어 난민에 대한 통제와 관리·감시의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추방의 공권력을 외부의 통제 없이 남용하여 행사하고, 추방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교도소와 유사하게 설계된 외국인수용시설을 ‘보호시설’의 이름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문보호시설 3곳과 각 출입국 및 출입국 출장소 부속 보호시설 총 25곳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고, 매년 약 2만 여명의 외국인을 수용시설에 구금시키고 있다. 난민에 대한 국적국으로의 강제송환이 금지됨에도 정부는 실제 추방을 물리력으로 집행하지만 않으면 강제송환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결국 돌아갈 수 없는 난민은 장기간 수용시설에 구금되어야만 했다(2018년 7월 3일자 법무부 ‘1년 이상 장기보호 외국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 말 기준 1년 이상 장기구금 외국인은 6명이고, 가장 장기간 구금되어 있던 난민신청자는 2015년 4월 22일부터 약 3년 이상 구금되어 있었다).

 

한편, (특히 아랍권 출신) 난민에 대해 외국인 체류관리 및 동향조사라는 명목을 내세워 동의와 절차 없이 개인의 집, 휴대폰, SNS, 종교생활 등 가장 사적인 영역을 사찰하고 침범하기도 하고, 신분증·여권을 압수하기도 하며, 비자발적 동의를 받아 마약검사, 범죄경력조회를 하는 등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해야 할 내밀한 일상마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하고, 위협당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해 소변검사를 실시하고 제3국 국제범죄 이력을 조회한 출입국의 행위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하여 시정을 권고하였다.
"1. 피진정인1에게, 향후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소변검사와 제3국 국제범죄 이력조회는 범죄혐의가 있는 용의자로 제한하여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2.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심사를 담당하는 소속기관들에 대하여 향후 이 사건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난민신청자들의 개인정보의 수집 및 제3자 제공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동의절차를 준수하도록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국가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 18진정0606800 결정)

 

정부운영 쉼터의 시설화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이유를 들며, 사실은 통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난민제도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다(난민심사, 처우, 체류에 관한 모든 지침의 비공개, 난민인정업무 처리 지침 등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공개사유를 들었다. “외국인의 출입국 및 체류관리와 관련된 사항은 국가의 주권적 행사의 일부로서, 이에 관하여 상세하게 담은 실무지침의 경우 국가의 공정하고 엄정한 출입국관리를 통하여 달성되는 국가안전보장, 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비공개합니다.” 2018. 9. 16. 법무부 답변).

 

한편, 난민의 주거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쉼터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대규모의 시설로 설립되었다. 운영과정에서도 난민에 대한 일상적인 관리·감시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다른 주거의 대안이 없어 많은 경우 어쩔 수 없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입소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2018년 7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거주 중이던 난민신청자들이 외출허가증을 발급 받았는데, 센터는 이들이 난민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할 계획인 것을 알고, 이후 외출허가를 철회하였고, 그럼에도 외출하여 집회에 참석한 일부 난민신청자에 대해 '무단 외출'을 이유로 벌점을 부과한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입소자들이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사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의 생활태도, 경고나 벌점 경력 등은 기록되고 관리되어 향후 추방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유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정부는 약 200억원의 예산을 소요하여 건립한 이 시설의 유지를 위해 한정된 자원을 차별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매년 난민예산의 많은 부분은 이 시설의 운영에 사용되는데, 정작 전체 난민신청자 및 인정자의 2%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2017년 기준 통계). 난민신청자에 대한 유일한 지원제도인 생계비는 예산 부족의 이유로 전체 난민신청자의 3.2%만이 받을 수 있었는데,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입소한 경우에는, 입소자의 79%가 생계비를 지원 받았다(2017년 기준 통계). 한정된 예산과 자원이 불균형하게 배분되고, 제도에 대한 정보접근이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시설로 난민을 유인하게 되고, 지배권력은 이 시설을 유지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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