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13. 안녕하세요, 강이슬입니다.

 

 

법무부 장관님께

 

법무부 장관님,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난민을 대했던 흐름을 봤을 때 이 결정은 그저 난민의 고통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무책임한 결정인 것이죠. 법무부 장관님께서는 난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잘 아실 겁니다. 난민이 되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또 법이라는 것이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기에 법무부 장관님은 이런 결정에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난민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낸 지옥의 희생자입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식민지 분할하여, 종족 간•종교 간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식민 지배 이후에도 독재 정권을 후원하며 민중들의 삶을 억압했습니다. 이 과정에 한국이 빠져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건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제국주의 전쟁을 지원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반성해야 할 사실이 존재함에도 이를 감추고 혐오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우리는 난민 신청을 ‘악용한다’라고 하는 말이 난민을 혐오하는 마음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은 그저 한국에 존재하는 사회 문제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약자에게 돌리려고 하는 사악한 속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난민’에게는 정말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째서 이런 결정을 하신 겁니까?

 

사실 이런 편지를 쓰고 있는 것도 참으로 답답합니다. 한 시민이 이런 편지를 쓰기 전에 이미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옳은 게 아니겠습니까? 제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약자를 배척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성이 아니길 바랍니다. 법무부 장관님이라면, 적어도 오랜 공부를 하시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에 앉으신 분이라면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고민과 옳은 결정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2019년 4월 20일

강이슬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 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난민인권센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