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여

[기고] 잊을 수 없는 추억

 

 ※ 난민인권센터에서는 한국사회 난민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담고자 참여작가를 모시고 있습니다. 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refucenter@gmail.com

※ 본 게시물은 한국 거주 난민의 기고글로 난민인권센터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문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게시물은 난민인권센터와 저자의 허가 없이 무단 편집, 사용이 불가합니다. 

 

[기고] 잊을 수 없는 추억

 

무사 사피엔툼

 

사랑할 수 있으려면 생명이 준 선물에 감사하며 자신을 잘 가꿔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이 말에 공감했습니다. 우리 몸을 존중하면 마음이 더욱 편안해지고 자신의 매력에 더욱 자신감이 붙습니다. 저는 열심히 운동해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을 가꾸는 등 매력을 갖추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동안 일없이 지내다가 다시 직업을 구하던 때의 일입니다. 

 

때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였습니다. 아침에 직업소개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자리를 몇 개 알아봐 두었으니 사무실로 와서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밸런타인데이에 걸맞은 옷을 차려입고 나갔습니다 한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그리 크게 기념하지 않는 것 같은데 사실 이날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날 중 하나입니다.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보편적인 과제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직업소개소에 도착했을 때, 저는 한 사랑스러운 사람과 마주쳤습니다. 그 사람은 흔히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러 왔는데,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의 학생이었습니다. 그 사람과 저는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례로 직업소개소 상담을 마친 후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같이 시간을 보낼만한 근사한 식당들과 멋진 곳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인의 날이라 불리는 밸런타인 데이와 우리의 만남을 기념하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우리는 시내에 새로 생긴 식당인 33 러브 카페를 선택했습니다.

 

페리윙클의 꽃말 중 하나는 '영원한 사랑'

33 러브 카페는 환상적인 저녁 식사와 함께 완벽한 분위기였습니다. 아름다운 조명, 따뜻함, 분위기 있고 감각적인 장식, 그리고 격식과 재미가 섬세한 균형을 이뤄 흥미로우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리.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준비된 것이 없었습니다. 33 러브 카페 이름에 깃들인 정신이 사랑의 감각을 자극하는 특별한 음식과 음료, 향기로운 허브, 꽃, 향신료, 아로마 오일 등 모든 것에 영감을 뿌려 놓은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세계 여러 문화의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33 러브 카페는 그야말로 모든 감각을 자극했고, 감성과 영혼의 충만함을 선사했습니다. 33 러브 카페의 모든 것이 삶의 선물을, 인생의 향유를, 만찬을 즐기며 나누는 생생한 대화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황홀한 만남의 기쁨을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이었는지 우리는 ‘아름다운 페리윙클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이 음식에 얽힌 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페리윙클 꽃은 사랑의 사전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중세의 연금술사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는 그의 책 “비밀의 서”에서 페리윙클과 지렁이를 넣는 기묘한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이것을 요리에 넣으면 “남편과 아내 사이에 사랑이 생긴다”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400여 년 후 니콜라스 컬페퍼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페리윙클 잎을 먹으면 “남편과 그 아내 사이에 사랑이 찾아온다”라고 기록한 것입니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아름다운 페리윙클 요리’를 함께 먹으면서 사랑으로 서로를 엮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함께하고 있고 올가을 결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페리윙클 요리가 제 효과를 낸 것이 분명합니다. 신들에게 어울릴 법한 이 요리를 우리 같은 유한한 존재에게 선사해 준 33 러브카페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번역 : 편세정

감수 : 고은지, 구소연

 

 

 

원문보러가기: https://nancen.org/1877

 

Unforgettable Experience

We are looking for essay writers who will help promote the awareness of refugee rights in Korea. NANCEN wants to let the voice of refugees heard as they want to be heard in Korea society. We wish Ko..

nance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