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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삶의 현장 - 난민신청자로 일하기


글 : 무사 사피엔툼


난민신청자는 한국 정부의 비호를 받기 위해 본인이 경험한 고난과 어려움을 난민신청서에 작성합니다. 난민신청서와 함께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서 출입국외국인청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G-1 비자를 받습니다. G-1 비자를 가지고 구직하는 과정은 난민신청자가 가장 많이 거치게 되는 하나의 세계입니다. 난민신청 후 첫 6개월 동안은 취업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골치가 아파집니다. 박해를 피해 도망쳐 겨우 자기 목숨 하나 건질 수 있었던 난민신청자가 이 지점에서 어떤 궁지에 빠지게 될지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더욱 난감한 점은 취업금지조항을 어기면 처벌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비꼬려는 의도 없이 이야기하는데, 이 정책의 입안자들이 난민신청자에게 “일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잡히지 마라”라고 조용히 귀띔을 하는 것 같습니다. 


                                                                ⓒ the refugee art project


만세! 하늘의 가호를 받아 6개월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합시다. 이제 비자를 연장할 때입니다. 혹시 지금까지 단속을 피해 일을 해왔다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취업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책임감이 강한 사장님은 출입국사무소에 예약을 잡아주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직원에게 출입국까지 동행하여 도와주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과 신문에 수많은 구인광고가 있긴 하지만, 사실 한국어를 모른다면 직업소개소를 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입니다. 10~15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주면 직업소개소에서 여러 일자리를 보여줍니다. 개중에 적당해 보이는 곳을 고르면 소개소 직원이 사업장에 전화해서 아직 사람을 구하는지 확인하고, 월급, 숙소, 노동 시간, 휴일, 사업장 위치 등 여러 세부 조건들을 알아봅니다. 노동계약이 성사되면, 직업소개소에 수수료를 건네고 정확한 회사 주소를 받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직접 가서 본 사업장 상황이 구인 광고에 적힌 설명과 영 다를 때도 있습니다. 소개소 중에는 일터가 광고와 다른 경우에 수수료 환불을 보장하는 곳도 있고, 다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곳도 있습니다. G-1 비자로 일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서울 밖에 있어서 서울에 살면 보통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돌아옵니다. 대부분의 공장은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운영하고 보통 오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야간조는 그 반대로 근무합니다. 


두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공장은 아버지와 자식 두 명을 포함해 전 직원이 열다섯 명인 작은 가족 경영 업체였습니다. 두부 생산을 위해 정해진 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잦았는데, 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사장님은 초과수당을 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저는 초과수당 없이 더 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의 항의에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정해진 근무 시간이 지나자 생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임에도 퇴근한 것입니다. 이제껏 누구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장님은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공장에서 두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공장은 3층 건물로, 1층에는 두부를 끓이는 주방이 있고, 2층에는 사무실과 식당, 그리고 포장 부서가 있습니다. 3층에서는 두부콩을 다른 재료와 섞는 작업을 합니다. 3층에서 잘 섞인 콩은 호스를 통해 1층의 주방으로 내려갑니다. 정해진 온도로 콩을 끓인 후 준비가 되면 구멍이 뚫린 네모난 틀 위에 깨끗한 천을 깔고 그 위에 끓인 콩물을 붓습니다. 다시 깨끗한 천을 틀 위에 덮고 무거운 뚜껑을 그 위에 올립니다. 이 두부 틀이 압축 라인을 통과하면서 불필요한 수분이 빠지게 됩니다. 저는 압축 라인이 끝나는 곳에서 작업했습니다. 


필자가 일했던 두부공장에서 생산된 두부 및 공장 내부 모습


저의 일은 두부 틀을 받아 뚜껑을 열고 천을 벗겨낸 후 정해진 모양으로 두부를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자른 두부를 다음 사람이 팩에 담아 라인에 올려놓으면, 라인 위에서 두부 팩에 물이 채워지고 밀봉된 뒤 2층 포장 부서로 넘어갔습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작업을 아주 재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공정이 체계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바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수익이 적어집니다. 아마 이 세상에서 이걸 그냥 두고 볼 사업주는 없을 것입니다.


왜 우리 사장님은 노동 시간 위반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그렇게도 받아들이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그분은 취업이 어려운 저를 채용했으니 이미 저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요? 저는 근로 계약서상의 조건을 계속해서 이야기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장님과 다른 직원들도 제 의견을 존중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생산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같이 협의하게 되었습니다. 



번역 : 편세정

감수 : 고은지, 구소연






Posted by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