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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램프를 잃어버린 알라딘
글 : 알라딘
저는 알라딘입니다. 네, 저는 요술램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천일야화의 요술램프와는 조금 다릅니다. 제 요술램프는 가족, 아이들의 사랑과 따뜻함, 다국적 기업에서의 유망한 커리어, 그리고 캠브리지 대학의 멤버십을 말합니다. 고국의 부패, 억압, 잔혹함, 관료주의 및 친족주의에도 불구하고 저는 행복했고, 행복하기 위해서 이 모든 걸 피하려고도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저는 인생의 모든 것을, 제 요술램프를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군대와 자본가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이집트, 그곳에서 제가 태어나며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집트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저는 바쁘게 살았지만, 역사, 정치, 문학 등의 많은 책을 읽으며 혼자 공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경험은 제게 매일 죽을 것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주었습니다. 책은 진실에 눈뜨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1년 전에 결혼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정치활동가이자 인권활동가이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세 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있습니다!
2011년 1월 25일에 일어난 혁명 이후, 경찰은 수많은 청년을 죽였습니다. 혁명이 일어난 지 18일 후, 전 이집트 대통령이자 군 장성 중 하나인 호스니 무바라크가 물러나고 이집트 곳곳에선 축하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혁명이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군 장성들은 야당에 민주적 선거를 약속하고도 계속해서 이집트를 통치했습니다. 군부는 반정부시위에 참여한 수십 명의 시민을 참살했습니다. 한편, 야당은 군부의 소위 ‘민주적 선거’에 대한 약속을 믿으며 조용히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야당 출신의 민간인 대통령 후보인 모르시가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시민 모두가 새로운 대통령의 정치적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군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군정과 부패를 뿌리 뽑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르시는 이집트 군대를 신뢰하였지만, 2013년 7월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모르시를 축출했습니다. 군대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쿠데타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사람을 살해했는데, 그중에는 애초에 모르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어떤 당적도 없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저는 자유와 민주주의, 정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청년입니다. 제게는 상대방의 인종, 종교,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저는 인간성과 자유를 믿습니다. 저는 정부가 행한 인류에 대한 범죄를 목격했고,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그러자 정부 당국은 아무런 혐의 없이 저를 5개월 동안 구속했습니다.
정부는 저를 고문했고 좁디좁은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고문당할 때보다도 제 자식들과 사랑하는 어머니를 만날 때 마음이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았습니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는 가족을 겨우 서너 번 보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5개월 만에 구속에서 풀려났지만, 당시 제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습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직장에서는 해고당했지만, 저는 삶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솔직히 다시 일어서기가 전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제 직무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책을 읽으며 독학했고, 운 좋게도 여러 다국적 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승진하고 월급도 올라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계속되었고 이에 대한 편집증 때문에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 전화는 제 인생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제가 15년 형과 5년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제가 이집트 군부에 의해 자행된 대학살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the refugee art project
저는 이 순간 희망과 사랑이라는 요술램프를 영원히 잃어버렸단 걸 깨달았습니다. 변호사는 이집트에 절대 머물지 말고, 일주일 내에 다른 나라로 도망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처럼 공항을 통해 출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했습니다. 저 역시 인간입니다. 어떤 인간도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받아 15년 동안 교도소에서 살고 싶어 하진 않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결과로 저는 한국에서 와서 난민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이들을 볼 수도 없습니다. 저는 모든 걸 잃었고, 요술램프 역시 잃어버렸습니다.
아무도 난민이 되길 선택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외국인이 되길 선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외국인이란 말이 정말 싫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조국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인종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안전하지만, 가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제 혼자입니다. 제가 이집트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고통이 매 순간 저를 죽이고 있고 눈물은 마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출입국외국인청의 외국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 언론은 한국의 선량한 시민과 난민들 간의 공포와 증오를 확산시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한국인들은 다정했기에, 그들이 그냥 그렇게 놔두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많은 난민신청자를 알고 있고,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맨땅에서 새로 시작하는 어려움)을 잘 이해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생존을 위해 고통받는 모든 난민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모든 것이 나아지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난민이,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인간으로서 권리를 보장받길 바랍니다. 모든 난민이 자신의 요술 램프를 되찾길 바랍니다.
번역 : 김윤정
감수 : 고은지, 구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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