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향한 여로 위의 난민촌 네트워크
FMR 제 51권 2016년 1월호
[사진1] 난민촌을 걸어다니는 파키스탄 아이들
유럽 도처에서 번성해온 임시 난민촌은 국영 난민촌에서는 불가능했던 풍요로운 자원과 행위성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임시 공간은 최종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난민촌을 거부한다!(No camp! No camp)!" 오스트리아로 향하고 있었던 난민들은 국가 주요 난민촌(country's main refugee camp)이 위치한 Biscke 마을에서 헝가리 경찰에게 저지당했을 때 기차에서 내릴 것을 거부하며 소리쳤다.
지난 십년 간, 증가하는 수의 난민들과 난민 신청자들은 유럽 난민촌과 수용소(detention centres)에 붙잡혀 있었다. 흩어져 있는 신청자들을 위해 절차 처리 센터가 유럽 외부의 통과국(Transit countries)에도 만들어졌다. 유럽 내외의 이러한 시설들은 수용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거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해를 입힌다. 많은 난민촌들은 사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그들 대부분이 미디어와 활동가들에게 닫혀 있다. 난민촌의 사람들은 시민 감찰 영역의 바깥에 놓여 있는 것이다.
출신국 근처 지역의 난민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럽의 수용소들은 고립된 지역에 주로 설치되어 도심에서 멀기 때문에 다른 지역민들과 분리되어 시민들의 시야 바깥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난민들의 “난민촌을 거부한다(No Camp)!"라는 외침과 폐쇄적인 시설로 이전되는 것에 대한 저항은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임시적인 장소에 잡힌 채로 ‘나머지 세계’(역자 강조)로부터 격리되는 것에 대한 실천적인 거부이다.
임시 난민촌들(Makeshift Camps)
강제 이주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영 난민캠프에 머무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목적지로 여행을 지속할 수 있기를 주장한다. 한편, 난민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의 일부로써 자신만의 임시 캠프를 스스로 창조해낸다. 지난 십년 간 이러한 임시 공간들은 그 거주자이자 창조자인 실향민들의 여정의 일부로써 베를린, 파리, 칼레, 파트라스와 같은 유럽 도시들에서 흔하게 생겨났다. 때때로 이 난민촌들은 짧은 기간 후에 비워지고 철거되었다가 다른 장소나 다른 형태로 다시 세워지곤 했다.
[사진2] 프랑스 파리에 임시 난민촌을 형성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헝가리를 경유하는 난민들이 점점 늘어나자, 부다페스트의 중심부인 동부 기차역에 임시 난민촌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20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그들을 오스트리아 국경으로 데려다 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시 난민촌들은 그리스 레스보스의 섬에 갑자기 생겨났는데, 여기서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그들을 움직이게 해 줄 서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임시 난민촌들은 파리의 샤를 드 골 다리와 샤펠 철도교 아래에 세워졌다. 샤펠 철도교의 난민촌은 몇 주 후에 경찰에 의해 철거되었다.
지난 십년 간 다른 유사한 난민촌들이 유럽 도처에 생겨났다가 없어져왔다. 그리스 항구 도시 파트라슈에 위치한 한 캠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1000명 이상의 난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했고, 2009년 7월에 사라졌다. 항구도시 칼레의 캠프는 이제 ‘새로운 정글’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5000명 이상의 중동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영국 국경을 넘어갈 기회나 문서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가장 유명한 유럽의 난민촌이었다. 몇 년간 존속했던 이전의 ‘정글’ 난민촌이 2009년에 철거되고 나서 새로운 난민촌이 같은 지역에 생겨났는데, 이는 국가 정책보다 실향민들의 절박한 필요가 더 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임시 난민촌은 그들이 존속했던 기간, 위치, 그리고 난민촌이 만들어지고 기능하는 방식을 탄생시켰던 인구수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한다. 이 난민촌들은 모두 이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남성, 여성, 아이들이 유럽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여정에서 일시적인 피난처를 모색했던 장소였다. 또한 때때로 난민촌의 사람들은 NGO 활동가들과 이웃 커뮤니티의 자원자들, 다양한 연대와 뒷받침을 통해 난민들을 후원해왔던 시민들에 의해 지지를 받아왔다.
고립과 움직임
임시 난민촌들은 흔히 일반 대중으로부터 숨겨지기보다 주거 지역 안이나 그 근방에 세워졌고, 도심이나 시 외곽에 생겨났다. 이러한 난민촌들은 부적절한 쉼터와 개탄스러운 위생환경을 가진 어떠한 말로도 미화될 수 없는 불결하고 비참한 장소이다. 하지만 고립을 강요했고 자유를 부정했던 폐쇄적인 수용소나 국영 수용시설과 다른 점은 이 임시 난민촌들은 생존을 위한 지략을 발휘하는 행동 속에서 거주자 스스로가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점이다. 임시 난민촌들은 때때로 실향민들이 그들 고유의 공간을 만들어나감으로써 행위성을 회복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난민촌들은 또한 지역민들과의 조우 속에서 도심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간들은 사람들을 먼 장소에 가두는 방식으로 ‘문제’를 숨기는 대신에 상황을 가시화 했으며 그럼으로써 이를 정치적 의제로 변모시킨 것이다.
대개 국영 난민촌이 장기간을 존속하는 반면, 임시 난민촌은 보통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존재한다. 이러한 공간들의 창조는 완전히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이 공간들이 예측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 속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조건 하에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이 강제적으로 제한된 장소가 있는 곳이라면 난민촌은 언제든지 탄생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다음 행선지로의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머무르는 난민촌은 종종 급속도로 성장한다. 이러한 난민촌들은 특정 이주 경로를 임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국경정책 때문에 병목현상이 나타날 때 가시화 된다.
강제 실향민들은 때때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이러한 난민촌에서 고립된다. “난민촌을 거부한다(No Camp)!"는 그들의 외침은 난민들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요구를 반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바라지도 않았던 장소에 알 수 없는 무기한의 시간 동안 끔찍한 상태 에 놓인 채로 발 묶여 이동을 제한당하지 않기를 요구한다. 임시 난민촌들은 난민들의 지략의 풍부성에 대한 징후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살기에는 부적절한 곳이다.
유럽은 자신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만약 난민촌들이 임시적으로 이민자들을 맞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난민촌은 외딴 곳이 아닌 도시와 시민 환경의 일부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취약한 처지의 사람들이 유럽에 있지만 그 입구에 불과한 임시적으로 강제된 장소에 붙잡혀 있는 대신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문기사:이리트 카츠(Irit Katz)
http://www.fmreview.org/destination-europe/katz.html
번역: 한선영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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