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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 난민소송에서 일관성 결여의 문제

난민소송에서 일관성 결여의 문제(#영국)

FMR 제 51권 2015년 9월호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르면, 판사와 난민신청자의 성별, 난민신청자의 거주지 같은 요인들이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소송(이하 ‘난민소송’)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난민 협약의 발효 이후, 어디서 난민신청을 하든지 비교적 공정하고 일관적인 기준이 적용되리라는 기대감이 퍼지게 되었다. 전반적인 절차상 일관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들이 행해진 건 분명하지만, 실제 어느 수준까지 달성되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영국의 난민인정절차에 관한 엑시터대학 연구팀의 3년간의 연구결과는 난민소송이 진행되는 법원들 간에,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의 업무 수행 간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난민소송

영국의 난민소송은 전국에 분포된 13개의 법원 중 한곳에서 행해진다. 우리 연구팀은 그 중 아홉 곳을 방문하였으며, 그 중 세 곳(Taylor House-런던 중심부에 자리한 크고 혼잡한 곳, Sheldon Court-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 자리한 중간 규모의 분주한 곳, Columbus House-사우스 웨일즈 지방의 뉴포트 외곽에 자리한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240건의 공판에 대한 양적 조사를 수행했다. 우리는 몇 달간 법정 뒷좌석에 앉아서 법정의 분위기, 관계자들의 태도와 대화를 기록하고, 법원들 간 또는 동일 법원의 다른 사건에서 절차상 차이가 존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특정한 절차가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영국에서 난민인정 절차의 첫 단계는 내무부(Home Office) 공무원의 심사를 받는 것이다. 대략 75%정도가 불허처분을 받고, 신청자는 보통 이 불허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가진다. 소송은 이민전담판사의 주재 아래, 일반적으로 난민신청자, 소송대리인(있는 경우에만), 내무부 대표, 그리고 통역가(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가 출석한다. 심리의 표준절차는 판사의 절차 안내, 당사자(신청자) 신문과 경우에 따라 소송대리인과 내무부 대표자가 신청한 증인 신문으로 구성되며 양측의 최후 진술로 끝난다.

영국 정부 정책에 의하면, 난민신청자는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런던과 사우스이스트 지역 밖으로 이주하는 데 동의할 경우, 거주지와 최저생계를 지원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후 소 제기 시, 가장 가까운 재판정이 사건을 관할하게 된다. 즉, 난민신청자는 일반적으로 거주지 선택권에 제한을 받고, 관할법원 선택권은 거의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간의 격차

우리는 법원들 간에 접근성, 지역 자원, 분위기, 시설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발견했다. Taylor House와 Sheldon Court 같은 곳은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기 편리한 반면,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서 난민신청자를 위해 재판에 출석하려는 증인, 친구, 가족들에게 장애가 된다. 몇몇 난민신청자들은 새벽에 일어나, 피로와 점점 커지는 불안감을 안고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돈을 긁어 모아 비싼 피크타임 기차를 타야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들은 재판정에서 심리가 이루어지기 바로 전에 소송대리인과의 상담을 필요로 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건에서 재판일은 난민신청자와 그들의 변호사가 제일 처음 만나는 날인 것이다. 그러나 몇몇 재판정은 너무 번잡해서 상담 공간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고, 난민신청자와 변호사는 앉거나 서서, 심지어는 시끄러운 일반 대기실에서 사전상담을 해야 한다. Harmondsworth는 재판정이 구치소에 붙어 있으며, 상담실은 한 곳뿐이며 게다가 난민신청자와 방문자 사이에는 감옥과 같은 유리 장벽이 존재한다. 이용객들은 양측이 서로의 대화를 들으려면 소리를 질러야 하기에 난민신청자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민감한 사안들을 논의할 경우, 고충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주요 차이점은 각 법원마다 난민신청자가 변호사를 선임 받을 수 있는 기회에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 십 년간 영국 정부가 이민 사건에 대한 법률지원금을 계속적으로 삭감해온 결과, 이민과 난민 전담 변호사에 대한 법률지원이 거의 사라져 ‘법적 불모지’가 되었고, 극소수의 자격을 갖추고 공인된 변호사만이 남게 되었다. 우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Newport의 Columbus House가 이러한 ‘법적 불모지’에 해당한다. 즉, Birmingham의 Sheldon Court에서는 변호사 선임을 하지 못하는 난민신청자가 13%, London의 Taylor House에서는 6%인데 반해, Columbus House에서는 그 비율이 25%에 달했다.

 판사들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난민신청자를 ‘공정하게 배려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권고되지만, 우리가 목격한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난민신청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

. 비록 판사들은 난민신청자에게 재판진술권의 보장에 대해 언급하기는 했으나, 그 의미와 절차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결국, 난민신청자는 내무부가 그들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칠 때,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하고 단지 판사의 동정심-자연스럽지만 법적으로 아무 효과 없는 전략-에만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주요한 차이점은 법원들 간 담당 재판장의 성비 격차이다. 우리팀이 조사한 사건들 중, Sheldon Court에서는 여성 재판장이 주재한 비율이 49%,  Taylor House에서는 41%, Columbus House에서는 19%였다. 이는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재판장과 재판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따져볼 때, 굉장히 중요한 격차이다.

 


절차 준수의 격차

재판정의 심리 진행 중, 우리는 판사들이 모범 재판 가이드라인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요구하는 14가지의 핵심 절차를 준수하는지 지켜봤다. 이 절차들은 절차의 투명성, 의사소통, 과 연관되며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판사는 스스로를 제대로 소개하고, 내무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언급하여, 난민신청자가 법원의 역할 및 사법부와 정부의 권력 분립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가?, 판사는 궁박한 상태에 있는 난민신청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난민신청자 이름의 정확한 발음을 확인하고 휴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는가?, 판사는 심리의 목적과 진행절차를 설명하여 난민신청자가 요구할 수 있는 것과 그에게 요구되는 바를 이해시키는가?, 통역가가 있는 경우, 판사는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담보하기 위해 통역가의 이용방법을 알리고,  둘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가?, 판사는 난민신청자에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항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이를 밝혀야만 한다는 점을 알려, 난민신청자가 이해 못하는 사항들이 간과되지 않고 표현되도록 하는가?’

 이러한 절차는 난민신청 사건에서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난민은 보통 매우 궁박한 상태에 있고, 영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해 친숙하지 않고, 출신국에서의 박해와 불공정함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정부당국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는 난민신청자가 존중받으며, 공정하게 절차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된다는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난민신청자가 출신국으로 송환될 위험을 심사할 때 기초가 되는 증거가 신뢰적 바탕 하에 적절히 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인 의미를 가진다.

 

우려스러운 문제

우리의 연구결과는 우려스러운 문제들을 굉장히 많이 보여주었다. 14가지의 핵심 절차는 겨우 55%의 경우에만 준수되었다. 몇몇 절차에서는 판사들의 행동방식이 흡사했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경우에(98%) 판사들은 난민신청자와 통역가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확인했고, 굉장히 많은 경우에(88%) 난민신청자에게 휴정을 요구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절차를 따르는 데 있어서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판사들이 그들의 정부와의 독립성을 언급하는 경우는 약 삼분의 일(35%)이었으며, 난민신청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때는 밝혀야 한다고 설명하는 경우는 대략 절반(53%)이었으며, 심리의 목적을 설명하는 경우(61%)와 심리의 진행방식(66%)을 설명한 경우는 약 2/3 가량이었다. 이처럼 어떤 판사들은 절차를 준수하고 또 어떤 판사들은 준수하지 않을 때 절차상 일관성의 결여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절차준수 여부의 가능성이 전혀 무관한 요인인 판사와 난민신청자의 성별과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심리의 목적과 진행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름이 정확하게 발음되었는지 확인하고, 난민신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밝혀야 한다고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를 준수하는 여성 판사들의 비율이 남성 판사들보다 높았다. 또한 판사들은 난민신청자가 여성일 때보다 남성일 때 더 높은 비율로 심리의 목적을 설명하고, 양 당사자를 소개하고, 통역자와 난민신청자 간의 소통에 대해 세심히 체크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중요한 것을 함축한다. 절차상 일관성의 결여는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흔들고, 이러한 공정함에 대한 불신은 결국 난민신청자들이 결정에 대해 부당함을 느껴 더 많은 상소를 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또한 판결 절차가 다양하게 지역적으로 산재해 있는 각각의 법원에서 행해지는 현재의 시스템이 공정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결과 잘못된 판결이 내려지면, 난민신청자는 강제송환되어 박해를 받게 되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책의 제시

우리는 독립적이고 외부적인 모니터링과 재판 심리에 대한 평가를 강화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 이는 내부무의 1차 심사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 연구팀이 한 대로 단순히 판사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발표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강조한 지역적 격차 역시 각 지역의 판사들이 회합할 수 있는 정기적 포럼 등을 통해서 각 법원 간 의사소통을 확대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지원금의 삭감과 이로 인한 문제처럼 더 넓은 차원의 불공평은 사회적 수준에서 다뤄져야 하겠지만, 절차상의 일관성은 이민전담 판사가 지켜야 하는 핵심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서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줌으로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판사들에게 업무향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료 간 관찰이나 판사와 난민신청자 간의 역할극과 같은 새로운 방법을 통해 판사들은 업무수행을 잘 하기 위한 경험적 안목을 제공받고,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을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원문기사: Nick Gill, Rebecca Rotter, Andrew Burridge, Melanie Griffiths and Jennifer Allsopp

Nick Gill N.M.Gill@exeter.ac.uk 엑시터 대학교 인문지리학과 부교수

Rebecca Rotter r.rotter@ed.ac.uk 에든버러 대학교 지식 및 연구협력 담당관

Andrew Burridge A.D.Burridge@exeter.ac.uk 엑시터 대학교 부연구원

Melanie Griffiths melanie.griffiths@bristol.ac.uk 브리스톨 대학교 EXRC 미래연구원

Jennifer Allsopp jenny.allsopp@gtc.ox.ac.uk 옥스포드 대학교 박사과정생

 

번역: 최하나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 (난민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