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자 그리고 자원 활동가
FMR 제 51권 2016년 1월호
국가가 새롭게 도착한 난민 신청자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부분조차도 지원하는데 실패하자, 지역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스스로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유럽 해안가에 도착하는 난민 신청자들의 수가 상승하는 가운데, 수용 기관과 처리 기관들 – 특히 처음 도착하는 국가의-은 과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수용과 통합을 위한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많은 난민 신청자들은 이차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수년간, 아테네의 거리와, 람페두자 섬, 시칠리 섬, 밀란의 기차역, 그리고 칼레의 ‘밀림’은 이러한 문제들을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 해결하여야만 했다.
정치, 사회적 인식은 이러 국가들의 공동유럽난민제도(Common European Asylum System), 더블린 조약(Dublin Agreement) 그리고 이민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그저 한 가지 단서일 뿐이다. 브뤼셀, 스트라스부르 그리고 많은 중심도시들은 현지 상황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규칙과 원칙에 입각하여 기존의 난민 제도를 답습하였다.
한편, 시칠리 섬의 현지인들은 난민 신청자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기차표를 구매해주고, 심지어 차를 태워주면서 까지 그들을 도와주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환승지인 밀란, 아테네, 칼레의 봉사자들은 옷과 음식, 법적인 조언 그리고 의료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자원 활동가들의 이러한 손길은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이루어졌고, 수혜자는 모든 종류의 다양한 이민자들이었다. 난민 신청자들의 필요와 절망을 목격한 사람들은 지역안의 정기적인 활동가들과 합류했다. 특정 사례로서, 난민 신청자들과 난민들이 숙소 이외에는 어떤 물자도 없는 매우 열악한 동네로 배정되었을 때, 지역 주민들은 필수품을 기부하면서 새로운 이웃을 알기 위해 모여들었고, 결과적으로, 봉사자들은 의도하지 않게 이들의 사회 통합에 보탬이 되면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게 된 상황이 되었다.
국가의 책임을 떠맡다
증가하는 난민 신청자들의 수로 인해 그들을 위한 주거시설이 이전보다 더 먼 지역에서도 제공되게 되자, 현지 지역주민들과 난민들의 밀접한 관계는 독일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독일의 난민들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난민을 위한 활동에 대한 관심이 평균 70% 정도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3명 중 1명꼴로 인증된 NGO단체들이 아닌 새롭게 구성된 자치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어떤 다른 봉사활동과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원 활동가의 대부분은 20대와 60대 이상의 여자고, 많은 경우 이민자의 배경을 갖고 비종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활동은 봉사자체가 아닌 난민들을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데 있다. 우리는 이 연구에서 난민들을 돕기 위한 활동이 사회 전역으로 퍼지고 있음을 보았다.
[사진1] 영국인 자원봉사자 케이티 그리그스(Katie Griggs)는 베를린 중심에서 매주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이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는 자전거 모임을 진행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와 난민신청자 모두에게 만남은 단순히 자전거를 타고 배우기 위함이 아니다. 보다 중요하게는 관계를 만들고 서로간의 유대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2015년 여름, 독일 정부가 새로이 도착한 난민 신청자들의 거주할 공간과 먹을 것을 제공하는데 실패하자 독일 도시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망명 신청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모였다. 이전의 자원봉사자들의 주된 역할이 관료들과 원활한 소통, 통역과 언어 교육, 독일 사회로의 통합과 관련된 조언과 지원이었다면, 지금의 자원봉사자들은 음식과 옷 그리고 필수품을 기부하고 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난민을 돕는 것과 국가의 핵심 역할들을 덜어주는 것 사이에서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던 저울의 눈금은 결국 관료들이 하지 못한 일들을 하는 자원봉사들에게로 향했다. 때때로 국가 기관들은 의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지하였다.
비평가들은 난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자원봉사자들에게 떠넘기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해 비판 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보다 명확하게 정의되어야한다.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국가의 의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난민들의 사회통합에 관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이 함께 행동할 때 새로운 성원들을 적극 수용하는 열린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다. 사실상 자원봉사자들이 난민들의 사회 통합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난민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전 유럽에 걸쳐 일어났다. 유럽의 시민들은 국경과 상관없이 난민들과 연대했다. 이는 유럽의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실패해왔던 영역이다. 다만 풀뿌리 운동에서 비롯된 이 움직임이 당면한 과제는 위로부터의 정책 실패로 인해 만들어진 비상사태에 대한 일시적인 대처를 넘어 지금의 연대를 지속하는 일이다. 많은 자원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임시적 차원의 지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단체가 없다고 지적한다. 자원 활동가들을 위한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NGOs(비정부기구)와 기업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자원봉사자들의 역량과 효과성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모두 이들의 기대를 조정하고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연합은 난민만큼이나 자원 활동가들로 인해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은 조직화된 구조마련을 위한 자금을 제공하되 시민사회의 개입을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유럽 국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유럽사회가 난민을 받아들이고, 통합시키고, 보호하는 일의 광범위한 잠재력을 저평가해왔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을 ‘환대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 자원 활동가들의 예를 본받아 난민신청자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난민정책을 시행해야한다.
원문기사: http://www.fmreview.org/destination-europe/karakayali-kleist.html#sthash.V3cf49Di.dpuf
번역: 류태림 (난민인권센터 통번역 자원활동가)
감수: 김지예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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