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활동에 필요한 여러 것들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5월에는 회계 교육을 받았고, 예산학교 오리엔테이션에도 참가했습니다. 난민과 관련한 모임이나 교육 기회가 있으면 되도록 참여하려고 하는데, 달력을 훑어보니 한 달 동안 꽤 많은 곳을 기웃거렸네요. 여전히 아는 것보다는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지만, 그래도 조금씩 배워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며칠 전부터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전, 미루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하루의 삶을 돌아봅니다. 일기를 쓰고 나면 물처럼 흐르던 하루의 삶이 영혼에 뿌리내리는 느낌이 들어 아주 조금 안심이 됩니다. 사실 요즘 제 주변은 조금 분주합니다. 사무실 책상 위는 물론이고, 제 방 안에도 이런 저런 것들이 어질러져 있습니다. 이 모습이 제 마음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2015년의 상반기를 잘 마무리해봅시다. 아자! :-)
난센에 들어온지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전의 난센 자체 인턴이었다면 지금쯤 난센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기였을 것이지만, 저는 이제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난센에서의 활동을 되돌아 보고 남은 기간을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 난센에 와서 교육을 받았을 때 말입니다. 난민법, 난민협약 등 관련 자료들로 국장님과 교육을 받았을 때만 해도 아, 난민은 이런이런 사람들이구나, 난민 사유로 한국에 와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걸 법무부에 잘 소명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난민신청자가 있고, 난민인정을 받으면 난민인정자가 된다는 것, 즉, 그래서 G-1 비자에서 난민인정을 받으면 F-2로 바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난센 홈페이지에서 본 외국인, 그러니까 이전까지는 단순히 "난민"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전부 본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한국까지 온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었는데, 난센에 와서 보니 대부분은 사실 법무부가 난민이라고 인정하지 않은(또한, 않을)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개개인의 삶의 흔적들은 또한 다 달라서 어떤 경우에는 이 난민신청자가 진짜 난민인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꽤나 많이 발생을 합니다.
난센에 신입 활동가로 들어와서 '누가 난민인가' 강의에 참석해 교육을 받기도 하고, 난민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자료들을 읽으면서 처음 난센에 들어와서 가졌던 확실함들은 점점 무너지고 자꾸만 누가 난민이지? 하는 생각만 하는 최근의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막상 아 이 사람은 진짜 난민이구나, 난민인정을 받아야만 해, 라는 생각이 들어도 또 어떻게 돕는가?라는 방법은 뭐지?라는 생각이 남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들때마다 옆에 함께하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난센의 활동을 지지해주시는 분들과 자원해서 여러 수고로 봉사해주시는 분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해 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총총
에어컨 청소에 대한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여름이 오긴 왔구나 생각이 듭니다. 춥다고 옷을 껴입고 담요를 두르던 것이 (정말) 엊그제였는데, 지금은 반팔티 하나만 입고 일을 합니다. 창문의 새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려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고, 바깥의 공사가 요란스러워서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졸리면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 그렇게 5월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한국에 오신지 몇 달 지나지 않은 난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자신감에 넘쳐(?) 신청 절차를 설명해 드렸지만, 특정 상황에서 분명히 고려되었어야 하는 포인트를 놓치는 바람에 활동가로서 난민 신청을 서둘렀던 것이 부적절했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활동가들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성숙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착각했던 것입니다.
난민 신청 단계에서의 조력에 대해 생각해볼 때, 신청서는 난민과에서 얻을 수 있고, 양식도 영어로 되어 있으니 본인이 얼마든지 쓰실 수 있겠고... 수고롭게 난센을 방문하시도록 하여 함께 진술서를 검토하고, 인터뷰를 하고, 증거자료를 찾는 이 모든 일이 막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활동가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난민 지위를 신청할만한 합리적 사유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활동가는 열정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숨어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활동가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과 우열을 가리는 승부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삶에 질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을 실제로 ‘믿어보려' 합니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겠습니다. 하하하. 화이팅!!!
교통사고로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회복이 더뎌 예정되었던 안식월 등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치료받고 있습니다. 보험회사와 가해자, 병원 등과 함께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들을 통과하면서 난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치료를 하는 의사도 환자를 치료과정의 동행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치료는 커녕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그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철저히 모든 과정을 소통하고 함께 결정하고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지 않았을 때의 좌절은 얼마나 클 수 있는가에 대한 느낌을 잊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활동한지 4년 해 째인데, 그동안 이렇게 쉰 적이 없었구나.. 쉬어보니 그제서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의 활동을 돌아보며 왜 이렇게 지치고 힘든걸까? 라는 질문이 오랫동안 저를 쫓아왔고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지만.. 그 중 하나는 분노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존엄이 배제 되는 여러가지 상황은 저를 분노하게 하였고, 활동의 근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그런 상황과 대상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분노의 대상은 출입국직원이기도, 난민을 고용한 사장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같은 활동가이기도, 난민이기도 하였습니다.
왜 다른이의 존엄을 저렇게 쉽게 부정하는가.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법무부보다도 같은 활동가나 난민으로부터 그런 분노를 느낄때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것은 다 타협해도 이 부분만은 타협할 수 없었는데, 그래서 더 분노를 느끼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활동을 더듬어 올라가보니 제가 이 활동을 결심하게 된 자리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다람살라의 쭐라캉 사원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은 분명 분노가 아니었습니다. 다람살라에서 만난 이들이 저에게 가르쳐주었던 마음도 미움이 아니었습니다.
단 한마리의 파리를 보고도 진심으로 그 존재가 사랑스럽고 귀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다른 존재를 진정으로 용서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 이 경우에도 분노나 증오의 감정 대신 진정으로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대한다면 우리는 그 투쟁을 더욱 효과적으로 펼쳐 나갈 수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자비심을갖고 투쟁하는 것이지요" - 용서, 달라이라마
교통사고로 활동의 제약이 생기자 가해자에 대한 미움과 분노의 감정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위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고 있습니다. 제 활동의 과정에서도 이 마음을 잊지 않아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분노하지만, 용서하고. 잊지는 않지만, 자비와 평화의 마음을 가지고 활동을 지속하고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4, 5월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저를 지지하고 도와주시고 계신 난센 동료들께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깨닫게 됩었구요. 여러모로 전화위복 하는 5월이 되었습니다. 난센을 위해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난센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워메... 벌써 6월이여...... 생각해보면 5월은 꽤나 다사다난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활동을 하면서 함께 가는 동료, 그리고 상황을 함께 해쳐가는 난민, 그리고 함께 연대하는 다른 단체. 그와의 사이에서 생각이 다른 순간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나에게 현명한 판단력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고, 점차 판단력이라는 것이 생긴다면 나에게는 그것이 어떻게 생길까... 하는 두려움도 느껴 보았습니다. 내가 생각보다 고집이 세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어떻게 설득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할까 하는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깨달은 것은 생각의 차이가 갈등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 서로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뒤돌아보는 겸손함과 조심스러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대화가 계속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행동으로는 참 어렵지 말입니다.... 생각보다 고집이 세서..... (고집부려 미안했어요)
난민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러한 신뢰감을 쌓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것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랐던 것 같지만, 그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이전에 알았던 것도 아니고, 특정한 목적에 의해서 처음 빚어진 관계이고, 또 언어적인 장벽도 무시할 수 없어서 그를 온전히 신뢰하기까지, 그가 나를 믿고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참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를 쌓기까지 조력자로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솔직해지는 것", "소통을 자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신뢰가 쌓여간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관계가 깊어지는 것 같고, 또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서로 의심과 눈치라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임감도 더더욱 강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우리는 서로 신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그 과정이 참으로 힘이 들어 작은 오해에 관계가 살짝 흔들 흔들 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무튼 “나를 신뢰하고 같이 갑시다” 하고 손을 잡기로 약속한 그 관계에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이 힘든 과정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부디 좋은 결실이 있기를 많이 많이 바라옵고 바라옵나이다아아.......
당분간 장모님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셔서 치료가 끝나는 한 달 반 정도를.
우리 집에서.
장모님과 이렇게 장기간을 함께 하는 생활이 처음이라
혹여나 눈치 보지 않으시게 무조건적인 환대를 결단했습니다.
김치 하나로도 해치우던 밥상에 끼니마다 다른 반찬과 국이 올라오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치만 제 영역이던 거실을 장모님과 공유함과 동시에
평일 저녁은 TV를 보지 않던 규칙도 깨졌습니다.
불굴의 차여사 - 오늘부터 사랑해 - 가족을 지켜라 - 딱 너 같은 딸,,,,,,
채널을 넘나드는 드라마 이어보기.
거기에다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채널A와 TV조선,
특유의 한 톤 높은 소음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논리를 접하고 있습니다.
주말농장에 따라오셔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저에겐 간섭과 잔소리로 들립니다.
주말농장의 잡초제거는 토요일 아침 온 몸에 땀을 적시는 두 시간 정도의 노동이자 운동거리입니다.
그런데 저를 생각해서겠지만 성한 한 팔로 풀을 다 뽑아 놓으셨습니다.
주말농장에서 자라는 풀 한포기도 모두 제 섭리안에 있습니다.
주말농장은 절대 간섭받고 싶지 않은 저만의 놀이터인데 말입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장모님을 무조건적으로 환대하기로 했던 결단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장모님이 계시니 처갓집 식구들이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손님맞이 해야하고
더운 여름에 옷도 챙겨 입어야 하고,
무엇보다 화장실 사용도 불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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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활하며 발생하는 소소한 불편들이
거창했던 환대의 결단을 야금야금 갈아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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