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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난센, 4월 활동가 이야기



고가 없은 후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그 분의 빈자리가 참 느껴지고, 난센의 역할과 활동가의 자세에 대한 고민, 문제제기 역시 다소 공백기가 생긴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일같이 난센을 찾는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오고 초인종이 울리고, 난센의 사무국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네요. 누군가 자리를 비워도 업무에 큰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난센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인 부분이라 생각했고 난센이라는 단체가 끊임없이 운영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난센에 들어와서 제일 처음 느낀 매력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난센을 찾아오는 난민분들과의 '일적인 관계'는 생각보다 더 오랜시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난민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의 기간은 6개월..... 1년..... 2년..... 3년.... 4년을 넘어가고, 한국생활에 자립하기에 녹록치 않는 상황이 불시에 발생하기도 하고, 그러한 일들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난센을 찾으며 안부를 전하고 난센 공간을 함께 사용하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활동가의 주기는 그보다 훨씬 짧은 경우가 많은데, 난센은 그와 같은 현실적인 상황이 난센의 활동에 공백이나 결원이라는 영향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하기위한 장치를 두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가령 매뉴얼을 만들고 큰 틀과 세세한 방법까지도 매뉴얼에 꼼꼼히 남겨 매뉴얼을 보면 처음 그 일을 맡은 사람도 스스로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난센에 상담을 요청하면 그 분이 요청한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파일을 만들고, 그 분과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그 때마다 상담일지를 남기고 있답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다소 번거롭기도 하고, 덜 급한 일로 여기다가 놓치기도 하지만, 그만한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하게 되어 그 일을 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주 한 주 단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이 참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개의 업무와 생활로 각자 분주하기는 하지만 바로 옆에서 무엇을 하는지 슬쩍 물어보기도 하고, 나의 혼잣말도 함께 듣고, 궁금한 것은 바로 물어보고, 일하다 속터지는 일은 참지 않고 푸념을 털어 놓기도 합니다. 동료들이 가까이에서 함께 공감해주고, 함께 분노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든든하고, 안심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삶 속에 발생한 어려움을 혼자 다 짊어진다는 괜스런 무게감도 조금은 내려놓고, 다만 난센이 그러한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매력을 발휘하며, 보이지 않는 발자국과 흔적들을 남기며, 그렇게 난센을 꾸려가는 느낌입니다.


4월에는 특히 총회를 겪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센에 대한 회원분들 운영위원분들의 애정과 관심도 느낄 수 있었고, 이 '난센'이라는 잡히지 않는 존재가 잘 안정화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또한 깨달았습니다.


이 안에서 저는 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내 역할을 다하며 그렇게 오늘을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지요. 요즘은 참 몰입하고 집중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참 신기합니다. 그러나 활동이 즐거워지는 한켠, 삶의 다른 재미에 대해 관심과 의욕이 점점 사라지는 것도 같아 걱정아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머 저는 이제 시작이지만, 오랜시간 달려온 활동가들이 스스로의 삶도 건강도 되돌아보고, 주변의 사람도, 가정도 되돌아보고, 나 자신도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잃어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조금 더 건강하고 가슴 설레는 5월을 기대해요! 

 

 

 

 

 

 

총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준비기간 동안 사업보고와 사업계획안을 상세히 작성하는 가운데 난센의 활동을 전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고의 부재로 총회자료집 편집을 도맡게 되어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총회를 준비하면서, 또 요즘 회계 업무를 담당하면서 단체를 운영하는 데에는 꽤 많은 사무업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누군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중요한 일들로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는 걸 배웁니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것은 기쁘지만, 업무가 밀리게 되는 건 슬픈 일입니다. 처리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변명이 늘어가고, 피하고 싶은 전화가 늘어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요.. 저질인 체력은 현실을 더욱 마주하지 못하게 만들고만 있고.. 아 이거 참 안되겠습니다.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마음을 다시 정리하고,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하나하나 다시 배워가야겠습니다. 아직 걸어온 길은 짧고 걸어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함께 살고 있는 형의 친구가 오랜만에 귀국해 우리 집에 놀러왔다. 형의 친구는 목에 힘좀 주면서 다닐만한 기업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한 비영리단체에 두고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비영리단체는 그 형이 다니는 기업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민" "인권" 단체 같지는 않은지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면서 일한다고 했다. 그 단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들은 뒤 갑자기 내게 나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서, 난센에 대해서, 난민에 대해서 말했다. 그러자 그 형은 그런데서 일하는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나 했는데, 바로 자기 주변에 있었다고 신기해 했다.

생각해보면 페미페미 하면서 1세대 페미니, 사회주의 페미니 하는 것처럼 이론적 배경이 풍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주나 환경처럼 막 이런저런 사건 사고로 판이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도 않은, 그런 판에 나는 일하고 있구나 싶다. 오히려 난민 제도를 악용해서 국내에 체류를 연장하는 사람의 증가니, 갑작스런 국제 테러 집단의 난민 제도로 유입된다느니, 대체로는 관심이 없고, 아, 난민 담론이 자리잡을 곳이 점점 없어지는 것처럼만 보이는 오늘, 나는 난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쓰고 보니 최근 지중해 난민선 침몰 기사들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불행한 사건사고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올 4월, 이쪽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 있냐, 난센 이후에는 뭐 할꺼냐고 몇 차례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횡설수설하거나 그냥 모르겠다고 내뱉어버렸는데, 사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냐! 후원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끝.

 

 

 

 




봄을 본격적으로 맞이하는 기분이 들어야 하는 4월이지만, 무겁고 무기력하고 슬픈 날들이 많았습니다. 원래 사무실에서 활동가 이야기를 쓰지 않는데, 오늘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 혹 내가 어떤 고상한 이념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제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머리속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어떻게든 글로 풀어내려고 하니 어렵네요. 난센에서 만나는 분들(함께 일하는 활동가들 포함)을 선한 낯빛과 말로서 대할 수 있지만, '사랑'이 아닌 다른 것으로 타인을 대할 때, 그것들은 다시 저에게 돌아와 행동의 동기를 물어봅니다.


제 자리 바로 뒷편에 창문이 하나 있는데요, 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어떤 나무를 아주 가까이서 (그것도 위에서) 가지를 내려다볼 일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은행나무였어요. 일정한 너비로 무언가 다닥다닥 붙어서 피어나는 모양이 참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은행잎이 될 줄이야!! 

 

이번 달에는 활동가들로부터 여러 감정들을 느꼈더랬습니다. 소통의 불충분과 나의 낮은 자존감으로부터 발생되는 오해와 미움들... 그래서 다른 활동가들에게 '당황'을 안겨주기도 했던 여러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그와 동시에, 저 사람의 성품을 참 닮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들 또한 여기서 만나고 있습니다. 난센은 저에게 'something'이고, 역동적으로 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입니다. 


 

  


 

 


난센 창립을 준비하던 시기

 

일하러 간 아내를 대신하여 두 아이 챙겨 어린이집 보내고

낮엔 사람들 만나러 돌아다니다

애들 어린이집 끝날 시간에 맞춰 돌아와 애들 받고

전기밥솥에 밥을 안친 후

집 앞 공원에 나가 퇴근하는 아내 기다리기를 8개월 동안 반복했었다.

 

애들은 비둘기 잡는다며 공원을 누비는 사이

난 공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생각에 빠져 들었었다.

 

눈에 밟히는 애들, 아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막막함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때 그 벤치에서 했던 고민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왜 난민이지?’

 

길고도 깊었던 고민의 시간들은

초창기 난센의 어려움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 되었었다.

.

.

.

그 벤치에

다시

앉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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