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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진실토크_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나이테. 나무의 줄기나 가지 따위를 가로로 자른 면에 나타나는 둥근 테. 1년마다 하나씩 생기므로 나이테를 통하여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난센 식구들의 시민운동 활동가로서의 나이테를 측정하면 어떨까? 아마 세월의 흔적이 그득한 굵고 튼실한 나무부터 이제 막 심어져 뿌리를 내리려는 아기 나무까지 다양할 것이다. 난센 활동가들의 나이테에는 활동가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자가 정의하는 다채로운 활동가의 모습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난센인 것이다.

 

이 다양함의 나이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진지한 고민들이 깊숙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활동가로서의 삶은 무엇인가? 나는 활동가라고 할 수 있는가? 나의 초심은 뭐였지? 열정과 초심은 무뎌지고 일상에서 쫒기는 실무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진실토크너와 내가 공존하는 시간

 

활동가와 실무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체성, 자율성, 철학적 성찰, 그 성찰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자발적인 마음

활동의 가치에 대한 확신과 책임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열정.....

 

다양한 대답이 오갔다. 각자가 생각하는 활동가와 실무자의 차이점이다단연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활동 (또는 업무) 에 대한 주체성과 자율성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활동가는 스스로의 활동에 대하여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반면에 실무자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늘 쫒기든 하는 업무,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자세, 관례적이고 수동적인 판단, 그로인해 쌓이는 스트레스와 잃어버린 열정과 초심.

 

물론 단정 지어 모든 실무자가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전문성과 같이 실무자가 갖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토크의 열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무자에 대한 의미를 활동가의 특성과 반대되는 것으로 한정하고 질문을 단순화시키기로 한다.

 

 

201438일 나른한 오후. 난센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취지이다

그렇게 지위와 경력을 막론한 난센 식구들의 진실토크가 시작되었다.

 

 



_한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진실토크를 나누는 난센 활동가들

 

 


The ideal and The real, 이상과 현실 사이

 

_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A_ 활동가와 실무자꼭 이런 틀 안에서 우리가 하는 모습을 정의 내릴 필요가 있을까이분법적인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난센에서 활동가이기도 하지만 실무자이기도 하다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나의 비전이 내 일상적인 

직업과 동일 시 된 것일 뿐이다.

 

B_ 사실 활동가라는 자아는 주체성, 자율성, 철학적 성찰의 자세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한 것들은 자발적으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활동가들이 이런 자세로 활동을 시작하지만 사실 현실을 반복하여 마주하다보면 가끔 활동가로서의 성찰을 잊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해하기도 하고 과다 업무에 쫒기다 보면 관례적 혹은 수동적인 자세가 된다. 활동가의 자아를 가지고 있어도 의도하지 않게 관습적인 실무자의 모습으로 

자연스레 살게 되는 것이다.

 

C_ 헌신과 열정, 자발성의 마음으로 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현실에서 살다보면

나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나의 권리와 생활을 포기하면서 까지 헌신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헌신의 마음만으로 긴 활동가의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고민일 것이다.

 

D_ 내가 활동가이냐 직장인이냐를 스스로에게 가혹하기 몰아세우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한가 묻는 것 같다. 물론 현실에서 모든 순간 매 초마다 행복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절망도 하고 넘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가치관, 자세를 성찰 하면서 그래도 이 일을 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하는 이분법의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다.





_이상과 현실사이

 

 

The ideal and The real. 이상과 현실 사이라고 했던가.

난민분과의 관계에서 그 분이 필요한 도움을 최선을 다해서 다 돕고 싶지만 현실에서 정작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때, 선의의 마음으로 믿었던 관계에서 배신을 당할 때, 난민 지위를 받기위해 최선을 다하여 도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하나의 비전을 바라보더라도 동료들의 서로 다른 성향으로 마찰을 빚게 될 때

활동가로서 열정과 헌신의 마음을 가지고 이상을 꿈꾸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더 혹독하고 매서울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지루해하기도 한계에 넘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심판대 위에서 묻는다. 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뭐든지 잘해야 한다?


빨강씨_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활동가와 실무자의 차이는 주체성, 자율성, 철학적 성찰이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것 

같다. 이런 능력들은 개인의 성찰과 노력에 의해서 발휘가 된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만 충분할까? 나는 개인이 자율성을 보장받고 주체성 있게 활동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활동가로서의 능력이 발휘되는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랑씨_ 가정을 해보자. 여러분이 면접관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활동가로서 열정은 엄청 좋은데 일은 서투른 사람. 마음과 열정은 부족해도 일은 잘하는 사람. 이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하겠는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다. 둘을 섞어놓고 싶은 마음만 들뿐. 여러분도 그렇지 않은가?

이를 보면 우리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활동가로서의 늘 새로운 열정과 헌신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업무를 하는데 서투르거나 부족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활동가의 헌신과 실무자의 노련함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 말인즉 우리는 환경 속에서 때로는 활동가이자 동시에 실무자임을 강요받는다. 멀티로 뭐든지 잘하라는 말이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판 위를 달려 속도로 승부를 겨루는 빙상경기의 한 종목이다. 경기에서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단연 선수의 기량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빙질이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빙질이 전제되어야 선수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승부의 관건은 선수의 기량과 빙질에 있다.

(사진출처 : Views & News)

 

단연 활동가로서의 끈임 없는 자아성찰과 자기개발의 노력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인의 성찰을 통하여 활동가로서의 할 수 있는 기량은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활동가들을 위한 무대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그 능력은 극대화 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하는 선수처럼 말이다.

 

 



_난센 활동가들. 왼쪽부터 아는애씨/미스터김오빠/류우우/아롱이/고두치/다금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네모씨_ 이 전의 흐름을 보면 보통 시민운동 단체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동기는 분명했다. 주체성도 확실하고.

그러나 지금은 흐름이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요즘에는 취업 전선에서 시민 단체를 그저 여느 직장처럼 생각을 하며 오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데 확실히 단체 활동을 그저 업무만 수행하는 

실무자로서 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확실히 활동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나 진취적인 자세, 주체성 부분에서는 열의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전 세대와 요즘 세대의 시민활동가들의 흐름에서 활동가에 대한 다른 생각들의 합의점을 찾는

 과정속에 많은 고민이 생겼다.

 

세모씨_ 시대와 세대를 이야기할 때 지금 현 시점이 이전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나는 활동가이다. 하지만 때로는 

활동가라는 이름이 주는 큰 헌신에 대해서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타인의 권리를 위해서 나의 권리를 포기해가며 헌신하는 것이 맞는 것일지 고민될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나를 보고 활동가가 아닌 실무자라 할 수 도 있겠다.

 

동그라미씨_ 주체성과 자율성. 헌신과 열정과 같은 단어들을 정의하는 방식이 세대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묻는 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하는 질문도 내가 어느 시대에서 무엇을 보았고 겪었느냐에 따라 대답은 다양해질 수 도 있다.

 

이 전 세대의 시민 활동가들의 큰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요즘 세대의 활동가들에게도 동일한 

기대치를 갖는다. 이 기대치는 활동가 또는 실무자들에게 자극이 되고 도전이 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선배 활동가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다짐이 그 예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는 왜 그만큼의 헌신과 희생이 없냐며 핀잔을 

들을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결국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를 묻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현재 어느 시점에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_ 흘러감 그리고 변화

 

 


나는 행복한가?

 

결국 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 라는 질문은 내가 누구이냐를 떠나서 자신이 하는 일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과 연관이 되는 것 같다. 나를 판단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우리의 진실토크의 질문에 가장 중요한 요점은 나는 활동 (혹은 일) 을 할 때 즐겁고 행복 한가 인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내가 누구이던 간에 내가 행복한가를 묻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에서 나를 시험하는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할 지라도, 

내가 하는 활동이 얼마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막막할 지라도,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나를 지루하게 만들지라도 결국 큰 흐름 안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내가 하는 일 (혹은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리하여 결국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말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난센. 다양함이 함께 어울려 공존하는 곳.


10년 즘 흘렀을까. 저자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일본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권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남자 작가는 남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여자 작가는 여자 주인공의 편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권의 이야기가 합쳐져야 비로소 하나의 소설이 완성된다. 난센 진실토크의 주제 나는 활동가인가 실무자인가에 대한 질문 역시 우리에게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마치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도 서로 다른 남녀가 다양한 관점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_난센. 다양성의 공존함.

 


난센. 이 작은 울타리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 그리고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다양함 속에서 우리가 함께 어울려 공존하고자 하는 끈임 없는 시도들이 결국 하나의 난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그렇게 기대한다.

 

작성 : 11기 인턴 이 아름









_난센 진실토크는 2014년 3월 7일 진행된 난민 단체 합동 OT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