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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인턴 후기] 난센: 기회의 공간 (최 준)

난센: 기회의 공간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있는 난민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들의 사정을 들어보고 그들을 먼저 이해해보고 싶다. 어느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인권이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당연한 행복을 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싶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인턴을 시작한지 어언 4.5개월이 지났다. 작년 10월 하순 개인 사정으로 동기들보다 약간 늦게 시작한 인턴생활은 그저 난민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 땐 그 생각이 다른 고민들을 품으리란 것은 생각지 못했다.

 

얼마 안 되어 난민들을 만났다. 만남은 자연스러웠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종교적인 배경에서부터 오는 관점으로, 그들을 어떠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습관과도 같았다.시작과 함께 나에겐 중요한 고민이 주어졌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균형은 분명했다. 사무적인 관계보다는 대인관계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의 동기가 마음에 걸렸다. 전에는 이유 불문 베풀어야만 하는 선()이였는데 고민을 하게 된 그때에는 그 틀을 지켜야할 의무는 없었다. 편한 것이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되어 편하게 생각했다. 과거의 박해 받은 사실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나 현재 내가 만나는 이들은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 또한 나처럼 작은 것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며 자연스러운 일상을 추구하는 것처럼 이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는 선에서 사실과 감정 전달을 분명히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고 단기간의 시간만이 주어졌다는 현실에 제한된 것 이상을 기대하는 용기가 없던 것이 아쉬웠다.

 

몇 개월간 고민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고민에 대한 확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답이 있다 해도 그것은 절대적이라기 보다 각 사람의 선택 사항이다. 난센에서 만남을 시작했다는 공유된 의식 속에서 소통하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의 관점의 변화는 시작되었고 그것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첫 번째 질문이 난민들로부터 얻은 고민이라면 두 번째 질문은 난센활동가들로부터 얻은 고민이다.

 

나의 삶은 얼마나 인권적인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추구하는 인권적인 삶의 동기가 궁금했고 나는 상대적으로 얼마나 인권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인권의 정의는 내릴 수 있지만 인권적인 것은 또 다른 부분이었다.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사무실의 일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되었다.

 

여자 3명에 남자 2명으로 구성된 사무실은 매우 특이하다. 직위에 따른 책임의 분배는 있지만 상하 서열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가위바위보 이긴 사람이 임시적 권위를 갖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일이 종종 있긴 하다. 대부분의 일들은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동의로 결정이 내려진다. 그러한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결정에 대한 책임감이 전제된다면 그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주어진다. 이런 것이 인권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인권적으로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인권에 관련된 일들은 인권적으로 성숙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권적으로 비성숙한 모습을 인지한 자가 그것에 대면하여 인권의 올바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변화의 노력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다른 이에게 기회를 허락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권적인 것은 기회를 주는 것이며 받는 것 이다. 나의 삶은 이것을 실천해 나갈 때 인권적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고민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다.

 

이후에 나는 이러한 이슈에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

 

난민이란 이슈는 시대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일시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임시적인 방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민인권에 직접적으로 맞대어 보니 이것은 시간에 속박되지 않는 이슈이다. 사람에 대한 것이기에, 일상에 관한 것이기에 영속적인 이슈이고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이유는 알았으니 이제 방법을 찾아보고 준비해 보고 싶다.

 

이러한 질문들을 갖게 하고 고민하게 한 4.5개월의 시간은 너무도 즐거웠다.

월요병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사무실 안과 밖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이 감사했다.

 

나에게 소중하게 생각되는 사람들의 척도는 매우 간단하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싶은 사람들인가 아닌가.

그러한 정의로 볼 때 이들은 분명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맛있는 것을 함께 해 먹고, 가서 먹고, 시켜 먹고,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또 먹을 생각하고,

먹을 것 이야기 하며 행복해 했던 시간이었다.

이 곳이 분명히 그리울 것이다.

 

누가 봐도 정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의심스러운 으스스한 하얀 건물,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와도 같던 하얀 내벽의1층 공간,

이제는 따듯한 공간으로 탈바꿈해나가며 내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2층 사무실,

 

2013년 겨울, 그것은 그때의 매서운 추위보다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기회를 허락해준 시간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따듯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부록: 난센 일상의 감정들

 

두려움/불안함

-너무 깊이 이들의 삶에 실제적&감정적으로 개입될까봐 

-나의 무지함에 이들에게 손해가 갈까봐

 

평온함/안도감/만족감

이들이 가진 일상적이고 사소한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내 안에 인권에 대한 개념이 너무 제한적이고 편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노력해서 길이 보일 때

 

의구심

-내가 이들의 삶에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개입해야 하는 건지

-그들에 삶에 어떠한 도움이 줄 수 있을지 답이 없을 때

 

기쁨

-난센식구들과 함께 웃을 때

-국장님을 난처하게 했을 때

-내 유머가 통했을 때, 내가 생각해도 내 유머가 웃길 때

-퇴근할 때

 

열남

-작은 오해에서 생긴 난민들의 일방적인 태도와 다름에서 오는 관계속의 처우

-국장님이 뒤에서 껴안았을 때

기대감

-내일은 어떠한 일이 있을까? 누굴 만날까? 무엇을 배울까?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달달함

-점심 먹고 카페믹스 타 먹을 때

 

귀찮음/게으름

-아침마다 알람소리가 나서 난센에 갈 생각을 할 때

-오후 2시마다 졸릴 때

-지하철로 집에 가는 게 빠른데 굳이 국장님이 차로 태워주신다고 할 때


난센에서 배운 표어:


풀 수 있는 것을 자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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