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다르지 않은 나기에
'난민’이란 나에겐 너무도 낯선 주제였다. 국제 분쟁에 대해 공부하며 각각의 분쟁에서 난민이 몇 명이나 발생했는지 외웠던 기억만이 어렴풋이 날 뿐이었다. 간단한 통계자료로 대변되는 난민들의 이야기는 금방 잊혀졌다. 어차피 책을 덮은 뒤에 마주하는 나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문제였으니까.
난민 문제가 나에게 되돌아온 계기는 바로 난민인권강좌였다. 어쩌면 강좌에서 난민 문제를 거대한 숫자로 환산해 충격을 주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여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3주를 통틀어 ‘난민’이라는 표현 자체가 등장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하면 믿을까? 이 강좌는 그랬다. 그리고 돌이켜 보았을 때, 그것만큼 진지한 고민을 가져온 효과적 방법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난민인권강좌가 난민 문제를 나의 문제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국적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난민과 내가 누려야하는 ‘인권’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네 개의 강좌는 국가, 이주 혹은 국제사회와 같은 주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난민 문제를 중심으로 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강좌는 결국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난민이 겪는 문제에 집중했다. 자국의 박해를 피해 한 국가의 문을 두드리는 난민은 인권의 마땅한 주체인 인간이지만, 그저 자국민이 아니거나 행정적으로 요구되는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간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다. 난민의 아이가 직접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생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출생이 인정되지 않아 무국적자가 된 일화는 인간으로서의 실존이 그저 소속이 확인 가능한 여부로 환원되는 현실의 씁쓸함을 전했다.
한 난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소개했던 다섯 번째 강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생명의 위협을 피해 낯선 타지에 온 그는 나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지만, 이 사실은 정부에게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그가 난민 지위 신청을 돕는 단체를 만나기 전까지 노숙을 하며 끼니를 걸러야 했던 생활을 회상할 때, 모두의 침묵은 무거웠다. 비록 우리나라의 국민으로서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는 자리에 있는 ‘우리’지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난민이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강좌의 주제는 ‘난민, 인권 그리고 나’. 이는 강좌 전체의 주제이자 이를 들은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3주 간 난민과 인권에 대해 배운 사실들이 결국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난민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국민국가 체제는 공고할 것이며, 비합리적인 절차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일개 개인이 어쩔 수 없는 구조의 탓이라고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일개 개인이기에, 난민의 인권 문제가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느꼈다. 결국 난민도, 나도 사람이 아닌가. 이 간단한 사실을 난민인권강좌가 깨우쳐주었기에, 난민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고 싶지 않다.
글_박연수님
소중한 후기 써주신 박연수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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