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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국가폭력·고문생존자 재활과 국가의 의무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참석 후기

2014년이 되면서 영화 변호인은 누적관객수 6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어느 평론가는 영화의 흥행 요인이 시대 정신이라고 말합니다즉,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는 사회, 정치의 모습을 잘 꼬집어 냈다는 것 입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주인공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성의 존재를 실감합니다. 

또한 권력에 맞서 자신들의 분노와 열망을 해결해 줄 현대판 정의 실현을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감의 여운이 잦아들 무렵, "현실은 또 다른 모습의 '산 계란으로 죽은 바위 치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국가폭력의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에겐 과거의 극심한 후유증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하루 전 12 17, 광주트라우마센터의 주관으로 국가폭력 및 고문생존자 재활과 국가의 의무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이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국제적 기준과 국내외 상황을 비교하여 정부와 시민단체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개최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구제 및 재활"이란 공통주제 안에서 법률, 사회, 의료 등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국내 및 국외 인사들이 발제를 하였고, 정부기관, 고문생존자 및 시민사회대표자들이 참여한 종합토론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난민또한 어떤 범주로는 국가폭력 및 고문생존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희도 관심을 갖고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로, “인권과 정의실현에 기반한 고문 생존자 구제 및 재활이란 주제로 Prof. Nora Sveaass(유엔고문방지위원회 위원국립오슬로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발표해 주셨습니다. 그녀는 고문방지협약 (1987 발표, 1995 비준)을 기준으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즉각적인 치료와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생활 회복을 위해 다차원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국제법 하에서는 피해자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피의자들에게는 배상해야 할 책무가 있기에 국가 또한 동등한 법적 의무를 갖는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고문방지협약 1 1

고문이란 공문원이나 공무수행자 혹은 이러한 자의 교사·동의·묵인 아래 어떤 특정인이나 제 3자로부터 정보나 자백을 얻어 낼 목적 등을 위해의도적으로 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특정인에게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문방지협약 14 1

당사국은 자기 나라의 법 체계 안에서 고문행위의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또한 가능한 한 완전한 재활수단을 포함하여 공정하고 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문행위의 결과가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피해자의 부양가족이 배상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난민들 또한 갖는 독립적인 권리 입니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51 발효, 1992 비준)에 기준하여 난민 신청자에 대한 절차적 권리 및 신청자와 인정자에 대한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협약에 기반한 국가의 의무이자 세계인권선언에 기반하여 국제적 보호를 제공해야할 책임이 대한민국에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자국민인 국가폭력 피해자도외국인인 난민도 이러한 부분에서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난 취약 계층이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국가 폭력 및 고문 생존자의 재활권과 국가의 의무라는 제목으로 Mrs. Elise Bittenbinder(유럽고문생존자 재활센터 네트워크 의장, 심리학자)가 발표를 했습니다. 그녀는 유럽의 사례를 인용하며 유럽은 국가 폭력 및 고문 생존자들의 치유에 있어서 비정부 기구들이 중심이 된 네트워크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협력이 돋보이는 유럽 내 모범사례의 조사 및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고문생존자들이 사회문화적인 소속관계를 잃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사회에 재소속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는 유머감각을 잃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내 유머감각은 내 언어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내가 내 언어를 잃었기 때문에 유머감각도 잃어버린 것이다이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나는 더 이상 유머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머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질적 지원을 위한 절차적인 부분은 법이 시행 되면서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 방향과 예산 부족으로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들며 실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각 단체의 전문적인 접근법은 진단학적인 면에서 개인적 차원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문화적 소속감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일 수 없습니다. ‘난민의 경우 사회문화적 재소속에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사회에서 이뤄져야 하는 재정착 때문입니다.

 

세번째로, “한국사회 국가폭력·고문생존자 치료와 재활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국가폭력 현황과 한국 생존자들의 특성에 대해 이영문 병원장(국립공주병원장)이 발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증으로 이환 되어 가족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했습니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2차 외상이 유발할 수 있으며 개별 피해자의 구체적 파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가족 뿐  아닌 동시에 다수의 관계에 소속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나갑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난민’, 또는 국가 폭력 피해자둘에게 피해의 영향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는 것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고문 생존자들은 사회적 편견 뿐만 아니라 그들의 범죄 기록 때문에 취업과 교육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난민의 경우, 난민지위 신청 후 장기간의 서류 확인 절차로 인해  6개월 동안 기본 생계 유지를 위한 취업의 권리조차 허락 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1년 이상 미등록체류자가 난민지위 신청을 하게 될 경우, 심사 기간 동안 외국인 보호소에서 길게는 1년 이상까지 장기간 구금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심리적 외상 또한 간과 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국제법 상의 구제권이란 제목으로  George Tugushi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위원)이 발제하였습니다. 구제권은 손해 배상 청구권소유물 반환 청구권 등과 같이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그것의 구제를 법원에 청구하는 권리를 뜻합니다. 이에 대해 Tugushi는 구제권이 반인류적 범죄에 국제사회가 피해자를 위한 정의를 보장하는 국제시스템에 포함되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국가가 피해자의 재활을 위한 수단을 포함해서 합당한 보상을 이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법적 제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초국가적 소송을 통한 인권 유린자들의 책임 추궁이란 제목으로 외국인 불법행위법과 고문피해자 보호법의 차이점을 설명한 Nushin Sarkarati (미국고문피해자 센터 CVT 법률 자문, CJA 수석변호사)는 해외 고문피해자를 위한 미국 국내 구제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성공적 적용사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덧붙여 면책특권 및 공소시효와 같은 법적 문제점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발표 직후 종합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패널로 참여한 대한변호사협회, 진실의 힘, 5·18/제주 4·3 생존자들은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국의 현 상황 및 진술을 가지고 정부의 적극적임 책임을 요구하며 법적 개선 방향을 검토했습니다.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의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토론에 참석한 송상교 변호사는 한국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의 유형을 나눠서 설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1950년대에 일어난 국가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두 번째 유형은 1960년부터 1980년에 일어났던 정보기관에 의한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구금과 고문,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세 번째 유형은 국가가 특정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이나 특정 지역주민,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을 강제력을 동원하여 진압하거나 해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민주법치를 강조하는 국가에서 학살과 구금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도 정부조직의 무관심과 침묵은 또 다른 형태의 국가 폭력으로 자행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직권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한 공권력은 목적을 넘어서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 입니다. 국가폭력의 배상에대한 법적 체계조차 보장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다수의 피해자가 나와야만 대응하는 수동적인 국가에서 소수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기를 노력하는 능동적인 국가로 변모하길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