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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활동가이야기

지상 최고의 추석선물


“Mr. Kim. 지금 난민인정 받고 화성에서 풀려났어요.”

수화기를 들자 다짜고짜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때문에 처음엔 누구인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분간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상황 파악 후에는 저도 함께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사람을 죽인 테러리스트도 아닌데 왜 감옥같은 이곳에 가두는 겁니까?

분노의 격정을 토해내거나 때론 모든 걸 자포자기한듯 하다가도

자신을 꺼내주지 못하는 우리 단체에 대한 원망을 눈물로 토로해내던 그 사람.

감옥 같은 화성 보호소 생활을 누구보다 힘겨워했고,

때문에 조금은 불안함으로 지켜봐야했던 그 사람.

바로 그 분이 난민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이분을 처음 만난 건 5월 중순 화성외국인보호소였습니다.

난민신청을 원하는 이 분을 인터뷰했고,

모국어로 작성한 신청서를 번역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했습니다.

대구에 있는 분과 어렵사리 연결되어 거의 3주 만에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뒤돌아보니 난센이 한 것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난민 신청할 때 몇몇 자료를 모아 제출한 것 말고는.

그분이 우리에게 주로 전화했고, 한동안 전화가 없으면 우리가 한번씩 해보고.

가끔 면회가 이 세상에서 잊혀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것 뿐.


이번 일을 경험하여 단단히 결심한게 있습니다.

난센의 문을 두드리는 난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인터뷰를 하다보면 때론 진짜 난민인지 회의적인 판단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화성에서 신청을 하면 다른 케이스보다 난민인정받기에 힘든게 현실이고

솔직히 이분도 쉽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통쾌하게 틀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입견이 잘못이라는 뼈져린 교훈도 얻었습니다.

우리에겐 신청자가 난민인지 아닌지 판단할 자격이 없습니다.

단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할 의무만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흥분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난센 창립 6개월 만에 우리와 연결되어 난민인정 받은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결실의 주인공은 난센의 회원과 후원자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내주신 회비로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다녀왔고

여러분이 내주신 후원금으로

전국을 뒤져 번역할 사람을 찾아냈었습니다.

여러분의 격려가 있었기에

사무국은 여러분을 대신하여 그분을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회비와 후원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제 곧 추석인데 이보다 더한 추석선물은 없을 듯 합니다.

난센과 회원 그리고 후원자 여러분에게 말입니다.

이분이 전화로 한참동안 외쳤던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저나 사무국이 아니라 회원과 후원자 여러분이 들어야할 말입니다.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thank you. thank you. Oh! God bless you. thank you. God bless you. God bless you. God bless you. ha-ha-ha,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 God bless you. thank you. Oh! God bless you. God bless you. God ble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