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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조선일보 규탄한다

지난 2025년 8월 8일 조선일보에서 발행한 “[단독] 잼버리 와서 난민 신청… 소송 반복하며 2년째 한국 살이 국제 행사 틈타 체류 연장” 기사는 난민 문제에 대해 편향적이고 무책임한 보도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위 기사는 “이들이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난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략)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신청부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평균 54.3개월이 걸린다.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적어도 소송을 내면 4년 반 정도 한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제도를 악용한 ‘가짜 난민’ 소송이 남발한다는 점이다. 난민 인정 사유가 없음에도 단순 체류 연장을 목적으로 난민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는 2021년 2,341명에서 2024년 18,336명으로 4년 사이 7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말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1,544명 정도다. 난민 인정률이 2.7%에 불과한 셈이다. (중략) 잼버리뿐 아니라 육상·태권도 등 세계 스포츠 대회, 유니버시아드, 학술제 등 한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국제 행사도 난민 신청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 대회 종료 후 귀국하지 않고 난민 신청을 통해 체류를 연장하는 식이다. 이런 가짜 난민 신청 사례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선일보 기사의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 난민 인정 절차가 평균 54.3개월(약 4년 6개월)이나 걸리는 현실은 난민 신청자의 ‘제도 악용’이 아니라 한국 난민 심사 시스템의 절차적 지연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긴 기간은 난민 당사자의 불확실한 체류 상황과 생계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문제이며, ‘가짜 난민’이라는 편견을 강화할 근거가 결코 될 수 없다. 이미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심사 장기화의 문제와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전담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격기준 마련과 난민심사관 대폭 증원,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난민위원회 상설화 및 위원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는 난민심사 지연으로 인한 신청자의 불안정한 체류 상태와 인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절실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개선된 바 없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를 외면한 채 심사 지연을 난민 신청자의 ‘제도 악용’으로 단정하는 것은 법무부의 책임 회피 논리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이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그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당한 왜곡이다.

 

또한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은 ‘가짜 난민’이 많아서가 아니라, 난민 심사기준이 난민협약의 해석 기준을 따르지 않아 지나치게 엄격하고, 난민신청자의 절차적권리 보호가 미흡하여 난민인정률이 국제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약 30% 수준인 반면, 한국은 0-2%에 불과하다. 이는 난민 권리 인정과 보호가 매우 미흡하다는 국제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 5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낮은 난민 인정률을 포함하여 심사관 부족, 난민위원회의 독립성 및 역량 미흡,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자에 대한 불회부 결정 남용, 법률 지원 접근성 부족,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 송환 명령, 생계비 지원 및 의료·취업 허가 부족, 가족결합 미보장과 기초서비스 접근 제한 문제를 지적하였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난민심사 역량 강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보장, 통계 공개, 취업·의료·생계 지원 확대, 가족결합권 보장 등 실질적 개선을 강력히 권고하였다.

 

아울러 기사는 국제행사 참가 등 여러 방문 목적의 비자를 활용해 난민신청을 하는 것이 '제도 남용'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난민제도를 오해한 것이다. 박해 위험 등의 사유로 급히 본국을 떠나야 하는 난민들은 현실적으로 행사 참여나 단기체류(C-3 등) 비자로 입국해 이후 난민신청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난민협약 제31조는 난민이 불법적으로 입국하거나 체류했다는 이유만으로 벌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난민은 본국에서 박해 위험 때문에 긴급하게 탈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상적인 비자 절차를 밟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국내법 역시 이러한 다양한 입국 경로를 통한 난민신청을 불법 또는 남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사의 지적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난민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난민신청자가 난민심사와 난민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는 것은 난민신청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임에도, 이를 이유로 난민신청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심각한 편견이자 차별이며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법적 근거 없이 내부 지침만으로 난민 재신청자 등 많은 난민신청자에 대해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등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정책 운영에 대하여 강력한 비판과 시정 요구가 우선적으로 제기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소송 과정에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해, 복잡한 법적 절차와 증거 제출, 방어권 행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의 난민 사유를 충분히 주장하고 입증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결국 소송에서 패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함에도, 해당 문제는 기사에서 언급되지도 않는 등 난민소송 과정에서 난민신청자의 어려운 처지와 절차적 권리 보장의 중요성은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 법무부와 법원의 미흡한 제도 운영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으면서 제도를 악용한 ‘가짜 난민’ 소송이 남발한다고 단언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또한 기사는 “법무부는 잼버리로 입국한 뒤 난민을 신청한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 생활 교육을 하고 생계비를 지원했다고 한다.”고 인용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한국 생활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유일한 경우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입소한 경우인데, 2024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입소한 난민신청자는 41명(2023년은 64명)에 불과해 전체 난민신청자의 0.3%도 안되는 상황이다. 또한 난민신청자의 대부분은 생계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2024년 전체 신청자의 1.5% 만이 평균 3.3개월 간 생계비를 지급받을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잼버리로 입국한 뒤 난민신청한 50 여명에 대해 과연 기사에서 인용한 대로의 처우가 보장되었을지 의심이 드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전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한국 사회는 미흡한 난민 인정 절차를 개선하고, 난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혐오를 멈춰야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해당 기사는 소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언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채, 난민신청자의 정당한 절차 진행을 ‘남용’이나 ‘사회 불안’과 연결짓고, 객관적 통계를 왜곡하거나 맥락을 생략하여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보도를 함으로써 보도 윤리를 위반하였다. 조선일보는 난민 문제를 왜곡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보도를 즉시 중단하고, 난민의 인권 보호와 절차적 권리를 존중하는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 모든 언론은 국제 인권 기준과 헌법 정신에 따라 난민의 존엄과 권리를 존중하고,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해야 한다. 난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언론은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연대와 책임 의식을 확산하는 역할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5년 8월 11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