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과 자물쇠로 막혀있는 방, 1인당 주어지는 1.84평의 공간, 하루에 30분 간신히 주어지는 햇빛 있는 운동장에서의 산책, 삼시세끼 영양 부실한 식단, 가족이나 친지와의 제한된 면회, 여차하면 주어지는 독방 구금, 더 반항하면 가차 없이 행해지는 손목 및 발목 결박, 무엇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형기. 구금이면서도 ‘보호’라고 불러야 하는, 감옥이면서도 ‘보호소’라고 불러야 하는 곳 – 그곳은 바로 ‘외국인보호소’다.
그곳 외국인보호소의 보호명령 근거조항인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이 지난 2016년, 2018년에 이어 2022년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구금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고 있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이의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고, 아동구금과 난민신청자의 장기구금을 자행하는 근거가 된 이 조항은 지난 두 차례 위헌 심사에서 모두 합헌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국가권력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외국인보호소로 보낸다는 결정, 해당 외국인에 대한 보호기간을 연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결정, 일시적으로 보호를 해제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결정 등 모든 단계에서 제3의 독립적 기관이나 사법기관의 개입을 정하고 있지 않는 현행의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 보호기간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당사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압박을 주며 실제로 최장 4년 8개월에 이르는 장기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현행의 조항은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한다. 뿐만 아니라 현행 조항은 미성년 아동에 대해서도,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도 어떠한 유보 없이 ‘보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국제사회 역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된 출입국 관리법 제63조 1항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표출하였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그리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외국인보호소의 무기한 구금 허용과 독립적 검토기구 부재, 이주아동에 대한 구금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을 수차례 권고하였다.
안팎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해당조항에 근거한 외국인보호소 운영은 지속되었고, 우리는 2021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난민신청자에 대한 일명 ‘새우꺾기’ 고문사건을 통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사실상 무기한 지속되는 보호(구금)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압박으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외국인이 이를 표출하는 순간 얼마나 큰 인권침해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목도한 바 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오히려 사지 결박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근본적인 변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외국인에 대한 무기한 구금을 허용하는 출입국 관리법 제63조 1항은 위헌이고, 폐지되어야 한다. 뒤늦게나마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고 이를 폐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인권 침해적 외국인보호소 운영과 적반하장적인 관련 법 정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의 위헌 결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년 10월 13일
기자회견 참가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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