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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연대발언] 내가 생각하는 재생산정의는 '삶의 기본적 조건' 그 자체

난센은 2022 셰어자립응원파티 "셰어가 더 셰어할 수 있게!"에 함께하였습니다. 셰어자립응원파티 속 <내가 생각하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 토크에 참여하며 적은 메모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재생산정의는 "삶의 기본적 조건(제도, 자원, 환경, 체류, 정보, 의사소통) 그 자체이다"

 

 

사례 하나,
A는 한국에서 만난 파트너와 동거하다가 결별하였다. 한국에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한 많은 과정을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였고, 파트너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 파트너가 기초생활수급권을 가지고 있어서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생계를 유지하였다. 결별함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지원이 중단되고, 집을 새로 구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선택하고, 헤어지는 자유/ 성적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도 한국에서의 안정적 체류, 주거환경, 복지제도 등의 기본적 조건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난민의 경우 가족결합 등으로 체류의 기반이 마련되는 경우가 많고, 복지제도 역시 가족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에 종속된 상황을 포기하기 어렵게 되고, 이로 인해 성과 재생산의 권리가 제한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사례 둘, 
B는 난민재신청자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재신청 제한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본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체류자격이 없어지면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직장건강보험도 없어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기가 어렵다. 병원비, 약값이 평소의 4배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임신과 출산이 재생산권, 권리로 이해되고, 보장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 돌봄제도, 기초생활수급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난민신청자의 경우 임신, 출산, 양육의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사례 셋,
C는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이를 3명 출산하였다. C는 자궁근무력증이 있어 병원에 장기 입원해 출산하였다. 3명의 아이를 모두 조산하였고, 아이는 출산 직후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출산과 치료비용이 2천만원 넘게 들었다.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 입원해야만 가능한 상황이었고, 난민신청자인 C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용은 고스란히 민간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병원 사회복지 담당자, 난센 활동가는 백방으로 의료비 지원을 알아보고, 모금도 진행하며 비용을 부담했다. 환영받지 못한 출산이었다. C의 임신소식에 난센 활동가들은 한숨을 쉬었고, 병원 사회복지 담당자는 불만을 토로했다. 관계가 틀어졌다. 단체는 난민을 대상으로 피임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임 등 성교육은 성적권리와 재생산권 토대 위에서 재구성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대상자의 몸을 통제하려는 목적과 방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당사자는 권리로 이해하고, 교육의 기회로 제공받기 보다는 권력관계에 의한 강요가 될 우려가 있다.

 

사례 넷,
D는 본국에서 성폭행 범죄로 임신을 하였고, 인신매매 과정에서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하였다. 입국하여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지냈고, 퇴소 후에는 여성 쉼터에서 거주하였다. 난민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주여성 쉼터의 도움을 받아 민간병원에서 출산을 하였다. 난민신청 절차에서는 D가 임신하고 출산한 것이 성폭행 범죄로 인한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출입국은 임신 후 출산까지의 시간이 보통의 임신기간과 다르다며 의심했고, D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조산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입국의 의심은 부적절하다고 다퉜다. D는 쉼터에 거주하며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는데, 일하는 시간 동안 쉼터 종사자 분들이 D의 아이를 돌보았다. 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없었고, 쉼터를 떠날 수 없었다. 쉼터 종사자 분들은 D가 단순히 일만 하고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맡기고 다른 볼일을 본다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D는 불확실한 체류상태와 힘든 상황으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였다. 

임신중지 역시 그러하다. 본국에서의 범죄피해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된 사례가 있었다. 한국에서 혼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며 심사과정을 겪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기도 한데, 당사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와 자원에 기본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출입국은 여성이 겪은 피해에 대해 상담하거나, 이후 임신중지, 출산, 양육 등으로 이어지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적은 없었다. 임신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운영하는 주거시설인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입소할 수는 있었지만, 어떻게든 난민인정과 한국에서의 체류를 막아내려는 출입국은 임신과 출산을 체류를 위해 이용한다는 자의적 의심으로 2차 가해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한국에 입국하고, 난민신청·심사의 과정은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어렵다. 제도적 뒷받침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야기 다섯,
E는 아이를 동반하여 입국해서 인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였다. 당시 E는 임신초기였고, 임신을 하였다는 확인서를 본국에서 받아왔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되었고,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였다. 당시 E는 임신확인서를 출입국공무원에게 보여주고 보호를 요청하였지만 임신확인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아무런 조치도 제공받지 못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권이 어떻게 난민권리와 이어질 수 있을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를 만나고,  이제 이해하기 시작한 성적권리와 재생산권의 관점에서 다시 난센에서 만난 사례를 다시 읽어본다. 재생산정의의 지평이 매우 넓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삶의 기본적 조건(제도, 자원, 환경, 체류, 정보, 의사소통)/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의 보장을 요구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만나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김연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