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청계천 한빛광장에서는 "약자생존_약한, 아픈, 미친 사람들의 광장"이 열렸습니다. 난센은 '약자생존'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무대행사 이후 이어진 행진에서 한국사회 난민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연대발언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난센 활동가의 연대발언문입니다. |
문화적 차이, 사회적 자원의 차이로 자격이 박탈되고, 사회에서 밀쳐지고, 법과 제도에서 배제되는 난민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자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으로 어렵게 안전한 사회를 찾아 온 이에게 한국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요. 한국 땅을 밟기도 전에 공항에서부터 쫓아내고, 부실한 심사를 지시하고, 난민신청의 권리를 제한하려 바쁩니다. 체류지위를 박탈하는 정책을 만들어 생존이 위협받고, 문화적 차이· 사회적 차이로 사회에서 밀쳐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난민면접조작 사건,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사건 등 정부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난민혐오를 주도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1%에 불과합니다. 소위 ‘난민다움’, ‘피해자다움’의 잣대로 누군가의 삶을 선별합니다. 성소수자 난민, 성폭력· 전시폭력 피해생존자 난민에게 정형화된 각본에 들어맞는 서사와 오류 없는 완벽한 진술을 요구합니다. 표준적이고 전문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심사관의 자의적인 잣대로 난민의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정치적 의견, 종교적 신념, 정체성에 대해 의심 받고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난무하는 심사과정에서 박해의 공포를 입증할 것을 고스란히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심사과정에 저항하여 목소리를 내고 거리로 나가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며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밉니다.
심각하게 낮은 난민인정률, 충분하지 못한 난민심사 역량, 절차보장의 미흡, 조직적인 부실심사의 지시 사건 등으로 대부분의 난민은 제도의 바깥으로 더 밀려납니다. 정부는 인정받지 못한 99%의 난민에게 감히 '난민제도를 남용하는 난민'이라는 낙인을 찍고, 한국에 체류할 권리를 박탈합니다. 이로 인해 난민재신청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 유학생들은 단지 출국을 유예할 뿐, 사실상 모든 권한이 박탈된 상태로, 없는 사람들로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출국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수 있고, 주어진 기한을 경과하면 구금될 수 있습니다. 미등록(not registered) 체류이지만, 소위 ‘불법(illegal) 체류’는 아닌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불안한 지위로 2-3년의 긴 시간을 대기해야 합니다.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모든 길도 차단되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명의로 핸드폰 개설을 할 수가 없고, 은행 업무도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있음에도 신분증이 없어 출금이 불가능해집니다. 항상 왜 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며, 현재 어떠한 체류상태에 있는지 설명해야 하고, 사실상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국가는 난민에 대한 혐오의 낙인을 지금 당장 중단하여야 합니다. 동료시민으로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자원이, 그리고 사회적 연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난민을 비정상 시민으로 만드는 것은 난민의 상태 혹은 상황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태도 때문이고, 이것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 사회가 ‘비정상’으로 밀쳐진 모든 존재에게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광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요구하며 계속해서 연대해 갑시다.
김연주 작성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의 현장스케치 글을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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