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하며
난민인권센터의 입장문
2019년 6월 18일
2017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신청을 한 아랍권 난민신청자 다수의 난민면접조서가 심각하게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주로 2015년과 2016년 사이 난민신청을 한 이집트, 수단, 모로코, 리비아 등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 출신의 난민신청자들의 난민면접조서였고, 이들의 면접조서 하단에는 동일한 통역인의 서명이 있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의 난민면접은 약 20-30분 정도로 졸속으로 진행되었고,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발언할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의 진술이 어떻게 면접조서에 기재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밝혀진 피해사례들 중 단 한 건도 난민법상의 녹음 또는 녹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면접조서의 조작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피해자들의 면접조서에는 거의 찍어낸 수준으로 동일하게 다음과 같은 취지로 적혀있었다. “신청인이 난민신청서에 기재한 내용은 신청인이 경험한 사실을 적은 것이 맞나요?” “아니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적은 것입니다.” “신청인이 신청서에 기재한 내용은 사실인가요?”, “아니요 사실이 아닙니다.”, “신청인이 난민신청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체류하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신청인이 본국에 돌아가게 되면 어떠한 문제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이렇게 심각하게 왜곡된 면접조사를 통해 피해자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하였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국어로 적힌 난민불인정결정서를 받았다.
법무부장관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고, 장기간의 무의미한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기다려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피해자들은 자신의 난민면접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이들 중 소송과정에서 변호사를 만난 아주 소수의 피해자만이 본인의 면접조서가 조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을 통해 법무부 난민면접조서 조작사건이 수면 위에 올라왔다. 여전히 조력자를 만나지 못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면접조서가 조작되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난민지위 인정이 거부된 사실 조차 알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두 차례의 판결을 통해 “난민면접이 형해화 될 정도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난민면접을 기초로 하여 내린 난민불인정결정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난민인권센터와 재단법인 동천은 2018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현재 약 1년째 이 사건이 조사 중에 있다.
이렇게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 드러났지만 법무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전수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불리한 판결 결과가 예상되는 소송에 대하여 선별적으로 직권취소 등을 하는 등 미온적인 대처를 하고 있으며, 2018년 9월 한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피해사례 55건에 대해 직권취소를 하고 재조사를 진행하였다는 사실만을 밝힌 이후에는 계속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 아직까지도 어떠한 기준으로 전수조사를 하였고, 어떠한 기준으로 직권취소 할 사건을 선별하였는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등 이 심각한 사건을 묵인하고, 덮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 조작사건에 관여된 공무원들에 대하여도 일체의 징계 등 문책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해당 공무원들은 출입국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고 약 2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불안정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여전히 피해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조작된 난민면접조서가 난민반대세력들에 의해 악용되어 ‘가짜난민’의 오명을 쓰고 혐오 공격의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이 드러나자 법무부는 이 사건이 한 공무원 또는 한 통역인 개인의 잘못인 것 마냥 밝히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하였다. 그러나 피해사례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언론사들의 취재 등으로 드러난 사실은 이 사건에 연루된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소속 난민전담공무원이 한 명이 아닌 3명이고, 법무부가 직권취소한 55건은 모두 법무부가 2015년 초부터 심사적체 해소 T/F를 운영하여 신속심사 대상자로 분류한 사례들이라는 점이었다. 이러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에 법무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법무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가짜 난민’ ‘남용적 난민신청자’를 법무부가 직접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하며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자 한다.
- 첫째, 난민심사과정에서 가해지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 둘째, 난민면접조작 사건에 있어 불리한 결과가 예상되는 사례에 대한 선별적인 직권취소가 아닌 전면적이고 철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라.
- 셋째, 면접과정에서 허위의 내용으로 난민면접조서가 작성되어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았던 피해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를 제공하여 피해를 회복하라.
- 넷째,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의 책임자를 밝혀 처벌하고,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 다섯째, 재발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난민심사절차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라.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감시하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필요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증언대회 자료집 바로가기] https://nancen.org/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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