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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30. 안녕하세요, 박진우입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박진우라고 합니다. 친구들에게 편지 쓴 것도 참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막상 얼굴도 뵙지 못한 분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니 막막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도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기에 현장의 이야기를 몇자 써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에 폐기물업체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친구인 L씨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 는 질문에 고국에 있는 세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이 아이들 때문에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L씨를 보고 있으니 문득 제가 막 태어났던 80년대 중반에 동남아시아에서 건설이주노동자로 일했던 아버지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네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무거운 석재나 철근 등을 옮기는 일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의 몫입니다. 몽골,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많은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만 수십 년 넘게 일한 고령의 한국인 건설노동자들도 이제 이주노동자 없이 건설현장이 돌아갈 수 없다며 그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티비 뉴스를 보던 목수반장님이 말하길 이제 한국인구도 점점 줄어든다는데 누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겠냐며, 이주노동자가 더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미 200만 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난민등 다양한 이름으로 한국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사회의 이주정책은 강제단속, 장기구금, 고용허가 등 감시와 통제의 기반에서 조금도 변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짜난민”을 걸러내기 위해서 난민법을 개정한다구요? 그것이야말로 정말 개악이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인종차별과 혐오가 늘어날것입니다. 현 문재인 대통령 역시 6.25전쟁당시 함경도 흥남에서 내려온 피난민의 아들입니다. 전쟁과 테러를 피해서 먼 한국 땅까지 온 사람들에게 “테러리스트”,“가짜난민”이라는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을 규제하지는 못할망정 더욱 낙인을 찍게 만드는 것이 진정 법무부가 해야 하는 역할인 것입니까?


 마지막으로 10년도 훨씬 전에 명동성당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출입국단속반직원에게 외쳤던 말을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나도 빨간 피를 가진 사람이고 당신도 빨간 피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파란피를 가진 것처럼 잡아가려고 합니까? 우리도 똑같이 빨간 피를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같은 사람입니다.” 비록 이 말을 외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강제 추방되었습니다. 하지만 20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살고 있는 한국사회는 뒤늦게라도 이제 저 노동자의 말에 답을 해야 합니다. 난민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무국적아동도, 법무부 장관님도, 저도 모두 빨간 피를 가진 사람임을 잊지 않고 법과 제도를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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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