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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29. 안녕하세요, 조성수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장관님, 대한민국의 한 평범한 고등학생 조성수입니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독일 언론인 FAZ평범함의 위대함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기고하셨습니다. 대통령의 기고문은 2016년 추운 겨울에 시작한 촛불 집회에 참석하여 사회의 정의를 외쳤던 저를 포함한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포용적 세계질서를 실천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평범함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난민들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선, 정부의 난민법 개정안에는 국가 안보에 위험, 중대한 범죄, 국가공동체에 위험한 존재,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등 너무나도 모호한 개념들이 많습니다. 난민들에게는 생사가 걸려있는 문제를 행정집행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강제송환이 이토록 손쉽게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은 포용을 외치는 우리 정부의 정체성에 강한 의문이 들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난민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들에 너무나도 문제가 많습니다.

난민신청 접수를 할 수 있는 곳도 턱없이 부족하며 이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자가 전화를 2번만 못 받아도 2년을 기다린 난민 면접은 끝이 나버립니다. 난민에게는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에 인생이 달려있는 통번역 지원이 민간위탁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난민들에게는 소송비용 마련하기도 힘든데 이제는 소송제기 기간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3가지만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가치들의 우선 순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난민 이전에 시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민 이전에 우리는 어떠한 존재입니까? 우리 모두 같은 사람 아닌가요? 그렇다면 저는 아무도 목숨을 구원받을 기회가 박탈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권리 중요합니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권리 없이 다른 권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생명권은 전세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최상위 권리로서 자리하고 있으며 이 권리가 침해당한 이들을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둘째, 경제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프랑스의 Center for Natural Resource and Scienc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민수용은 국가의 GDP와 실업률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 난민들은 내수시장 활성화, 인력부족 해소, 세수 증대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국가의 경제에 기여합니다. 난민들은 우리나라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은 수백만의 난민들의 외면하는데 정당한 이유가 절대 될 수 없습니다.


셋째, 사회의 안정성입니다. 난민을 수용하는 것이 맞는 일이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할지라도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의 마지막 선상에는 난민들이 강간범, 살인자,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들을 보더라도 일부 언론들은 난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다 테러리스트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물론 난민들 중에 범죄자가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 범죄율과 범죄의 양상을 보았을 때 난민범죄는 대한민국 국민이 저지르는 범죄와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난민들에게 우리나라 법과 언어에 대해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 그들이 떨어진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움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함께 논의합시다. 함께 포용을 어떻게 실천할지 이야기합시다.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갑시다.

법무부 장관님과 우리 정부가 꼭 난민들 또한 평범한 시민들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편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 5 9

조성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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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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