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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Activities

[법무부장관님께] 23. 안녕하세요, 김유찬입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국제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유찬입니다.


저는 작년에 기회가 닿아 체코에서 열린 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프라하의 골목들을 누비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려던 찰나, 한 남자가 걸어가던 저를 붙잡고 제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에게 화를 내며 침을 뱉고 갔습니다.
그날, 전 충격에 빠져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존중이 아닌 위협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 억울했습니다. 제가 어디에 사는지, 몇 살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미래에 무엇이 하고 싶은 지. 이런 사실들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제 인종은 그가 나를 ‘무시해도 되는 사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규정하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제가 겪었던 경험은 전쟁과 박해를 피해 먼 피난길을 걸어와 한국에 도착하신 난민분들이 겪는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민분들은 저처럼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전장에서, 핍박과 혐오의 시선에서, 국적국의 박해에서 도망쳐 삶에 대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고 계십니다. 그들에게 돌아갈 곳은 없습니다. 난민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들은 제 발로 공포와 폭력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난민분들은 지금 산산이 부서진 삶의 조각들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제시한 난민법 개정안은 그들 앞에 올려다보지도 못할 높은 벽을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핍박과 혐오로부터의 보호가 절실한 분들에게서 마지막 희망을 빼앗는 가혹한 결정을 내려선 안됩니다.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와 함께 편지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타인의 아픔에 침묵하지 않고 그들에게 도움의 손을 뻗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2일

김유찬 드림

 

 

 


 

최근 법무부장관은 난민제도 '악용을 막는' 난민법 개정을 발표했고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난센은 난민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설정 없이 난민신청자들의 권리만을 제한하는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난민에게도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난민법의 애초 의도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민분들과 <법무부장관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약 한달간 시민분들의 편지가 법무부장관께 도착합니다. 매일매일 보내지는 편지를 난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 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은refucenter@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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